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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가족·이혼·상속 상속 분쟁(유언·유류분·상속재산분할)
가족·이혼·상속 · 상속 분쟁(유언·유류분·상속재산분할) 2026.04.21 조회 37

유언대용신탁으로 상속 설계하면 유류분 분쟁을 피할 수 있을까

박경수 변호사
법무법인 세문 · 서울특별시 서초구

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70대 초반의 사업가 한 분이 오랜 고민 끝에 상담실을 찾아오셨습니다. 자녀가 셋인데, 사업을 함께 운영해 온 둘째 아들에게 핵심 자산을 집중적으로 물려주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만 유언장을 작성하면 나머지 자녀들이 유류분(법이 보장하는 최소 상속분)을 청구할 것이 분명하니,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하면 유류분 문제를 완전히 피할 수 있는지가 가장 큰 질문이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유언대용신탁은 유류분 분쟁을 '원천 차단'하는 만능 도구가 아닙니다. 그러나 올바르게 설계하면 분쟁 가능성을 상당 부분 낮추고, 자산의 이전 시기와 방법을 훨씬 유연하게 통제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 됩니다.

유언대용신탁이란 정확히 무엇인가

유언대용신탁은 위탁자(재산을 맡기는 사람)가 생전에 신탁회사나 수탁자에게 재산을 이전하고, 본인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스스로 수익을 받다가 사망 시 미리 지정한 사람(귀속권리자)에게 신탁재산이 돌아가도록 설계하는 구조입니다. 신탁법 제59조에 근거를 둡니다.

핵심 구조

위탁자(피상속인) → 수탁자(신탁회사 등)에게 재산 이전 → 위탁자 생존 중 수익 향유 → 사망 시 지정된 귀속권리자에게 재산 귀속

일반 유언과 비교하면, 유언은 사망 시점에 비로소 효력이 발생하는 반면 유언대용신탁은 생전에 이미 재산의 소유권이 수탁자에게 이전된다는 점이 결정적으로 다릅니다. 이 때문에 "이미 내 소유가 아닌 재산에 대해 유류분을 청구할 수 있는가"라는 법적 논쟁이 생기는 것입니다.

유류분 분쟁을 완전히 피할 수 있는가

이 부분이 가장 많이 오해되는 영역입니다. 현재 법원의 태도와 학계 논의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유류분 반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다수 견해입니다. 유언대용신탁의 실질이 사인증여(사망을 원인으로 한 증여)와 유사하다면, 형식이 신탁이라 하더라도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법원의 명시적 판결은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하급심에서는 실질 과세 원칙과 유사한 논리로 신탁재산을 유류분 산정에 포함시킨 사례가 있습니다.
2 다만 분쟁 난이도를 높이는 효과는 있습니다. 유류분권리자 입장에서는 신탁계약의 구조를 파악하고, 이것이 사인증여에 해당한다는 점을 증명해야 하는 추가적 부담이 생깁니다. 단순 유언 대비 법적 공격이 복잡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3 특별수익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합니다. 위탁자가 생전에 특정 상속인에게 이미 증여한 재산이 있다면, 유언대용신탁 재산과 합산하여 유류분 침해 여부를 판단하게 됩니다.

결국 유언대용신탁은 "유류분을 무력화하는 장치"가 아니라, 상속 설계의 유연성과 실행 확실성을 높이는 도구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그렇다면 유언대용신탁의 진짜 장점은 무엇인가

유류분 회피가 아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유언대용신탁은 일반 유언이나 증여로는 불가능한 고유한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산의 단계적 이전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사망 후 배우자에게 매월 300만 원씩 생활비를 지급하고, 배우자 사후에 잔여 재산을 자녀에게 귀속시킨다"는 설계가 가능합니다. 일반 유언으로는 이런 조건부, 단계적 이전이 어렵습니다.

검인 절차가 필요 없습니다. 자필증서 유언은 사망 후 가정법원의 검인을 거쳐야 효력을 주장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수개월이 소요되고 다른 상속인에게 유언 내용이 공개됩니다. 유언대용신탁은 위탁자 사망 즉시 수탁자가 계약에 따라 집행하므로 시간적 공백이 없습니다.

유언의 철회, 변조 위험이 없습니다. 유언장은 위탁자 사후 분실되거나 다른 상속인이 존재를 부인하는 분쟁이 빈번합니다. 신탁계약은 수탁자(금융기관 등)가 관리하므로 이런 위험이 구조적으로 차단됩니다.

치매 등 판단능력 상실에 대비할 수 있습니다. 위탁자가 인지능력이 떨어지더라도 이미 체결된 신탁계약에 따라 재산이 관리되므로, 후견 개시 전 공백기를 메울 수 있습니다.

유언대용신탁 설계 시 반드시 확인할 사항

실무에서 유언대용신탁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우는 대부분 설계 단계의 부주의에서 비롯됩니다. 아래 사항을 반드시 점검하시기 바랍니다.

1 수탁자 선정에 신중해야 합니다. 개인을 수탁자로 지정하면 수탁자의 사망, 파산, 의무 해태 등의 위험이 있습니다. 신탁회사나 은행 신탁부서를 수탁자로 지정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수탁 보수는 신탁재산의 연 0.3~1% 수준이 일반적입니다.
2 유류분 대비 설계를 병행해야 합니다. 유류분권리자에게 최소한의 재산을 별도로 배분하거나, 생전에 유류분 상당액을 증여하여 유류분 침해 주장의 여지를 줄이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법정 유류분은 직계비속의 경우 법정상속분의 2분의 1, 배우자도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입니다.
3 세금 문제를 사전에 검토해야 합니다. 유언대용신탁에 의한 재산 이전도 상속세 과세 대상입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위탁자 사망 시 귀속권리자가 취득하는 신탁재산은 상속재산으로 간주됩니다. 절세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위험합니다.
4 부동산 신탁 시 등기 비용과 취득세를 확인해야 합니다. 부동산을 신탁하면 수탁자 명의로 소유권 이전등기를 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등록면허세 등이 발생합니다. 다만 신탁으로 인한 소유권 이전은 취득세가 비과세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구체적 검토가 필요합니다.
5 신탁계약서의 조항을 꼼꼼히 검토해야 합니다. 특히 위탁자의 철회권 유보 여부, 수탁자의 재량 범위, 귀속권리자 변경 조건, 신탁 종료 사유 등이 명확하게 기재되어야 합니다. 금융기관의 표준 신탁계약서를 그대로 사용하기보다는 법률 전문가의 검토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유언대용신탁은 잘 설계하면 상속인 간의 분쟁 가능성을 줄이고, 위탁자의 의사를 가장 충실하게 반영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다만 그 효과는 신탁계약의 구조와 세부 조항에 달려 있으므로, 상속재산의 규모와 가족 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설계가 필수적입니다. 특히 유류분 쟁점은 아직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가 부재한 영역이라는 점에서, 향후 판례 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는 여유를 두고 설계하는 것이 현명한 접근입니다.

박경수
박경수 변호사의 코멘트
법무법인 세문 · 서울특별시 서초구
유언대용신탁 관련 상담에서 가장 많이 마주하는 오해가 '신탁으로 재산을 넘기면 유류분 청구를 막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무에서는 유류분 대비와 세금 문제를 동시에 설계하지 않으면 오히려 분쟁이 커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신탁 설계 전 반드시 상속 전문 변호사와 세무사의 교차 검토를 받으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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