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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계약 · 대여금·채권·보증·채권추심 2026.04.25 조회 27

근보증 책임 범위, 어디까지 져야 할까? 실제 사례로 보는 한정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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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샘이 변호사

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서울에서 작은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는 C씨(52세)는 어느 날 느닷없이 법원으로부터 3억 2,000만 원의 지급명령을 받았습니다. 자신이 직접 빌린 돈이 아니었습니다. 8년 전 오랜 친구 D씨가 자재 납품업체와 거래를 시작할 때, "형식적인 서류일 뿐이니 한 번만 도장 찍어달라"는 부탁에 근보증(계속적 보증) 계약서에 서명한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C씨가 서명할 당시 D씨의 미지급 대금은 2,000만 원 남짓이었습니다. 그런데 이후 8년간 D씨의 거래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보증인인 C씨가 책임져야 할 금액이 3억 원을 넘어버린 것입니다. C씨는 억울한 마음에 법률 상담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근보증의 책임 범위를 한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여러 가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사례를 중심으로, 근보증에서 보증인의 책임이 어디까지 미치는지, 그리고 어떤 경우에 그 범위를 줄일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쟁점 1: 보증한도액이 정해지지 않은 근보증, 무한 책임인가

근보증이란 특정 채무 하나가 아니라, 계속적인 거래관계에서 장래 발생할 불특정 다수의 채무를 포괄적으로 보증하는 계약을 말합니다. 일반 보증과 달리 거래가 지속되는 한 보증 대상 채무가 계속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적인 차이입니다.

C씨의 보증계약서에는 "D씨가 거래처에 대해 부담하는 일체의 채무를 보증한다"고만 적혀 있었고, 구체적인 보증한도액(극도액) 기재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C씨는 정말 3억 2,000만 원 전부를 갚아야 할까요?

2021년 개정 민법 제428조의3 (극도액 규정)

2021년 2월 19일 이후 체결된 개인 근보증의 경우, 보증한도액(극도액)을 서면으로 정하지 않으면 그 근보증계약 자체가 무효가 됩니다. 이는 C씨와 같은 개인 보증인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강행규정입니다.

다만, C씨의 보증계약은 개정 전인 2017년에 체결되었습니다. 이 경우에는 개정 민법이 직접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판례는 개정 이전의 근보증에 대해서도, 보증한도액의 약정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무한 책임을 인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실무에서는 신의칙(민법 제2조)과 보증인 보호의 법리를 적용하여 책임 범위를 제한해 온 오랜 판례 흐름이 있습니다.

쟁점 2: 보증 체결 당시 예상할 수 없었던 채무 확대, 책임을 줄일 수 있는가

C씨 사건에서 가장 큰 쟁점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서명 당시 2,000만 원 수준이던 채무가 8년 만에 16배로 불어났는데, 이 전부를 보증인에게 부담시키는 것이 과연 공정한가 하는 문제입니다.

이에 대해 법원은 다음과 같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근보증인의 책임 범위를 한정합니다.

법원이 고려하는 주요 판단 기준

1. 보증 체결 당시의 거래 규모와 이후 변동 폭 - 서명 시점의 채무 규모 대비 현재 채무가 현저히 증가했는지를 봅니다.

2. 보증인의 보증 의사 범위 - 보증인이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었던 채무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판단합니다.

3. 채권자의 통지 의무 이행 여부 - 채무가 크게 늘어나는 과정에서 채권자가 보증인에게 이를 알렸는지가 중요합니다.

4. 보증 기간의 장기화 -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보증에서 지나치게 긴 기간이 경과한 경우, 보증인에게 해지권이 인정됩니다.

C씨의 경우, 보증 당시 거래 규모가 연간 5,000만 원 이하였는데 이후 수억 원대로 확대된 점, 거래처가 C씨에게 채무 증가 사실을 한 번도 통지하지 않은 점, 그리고 8년이라는 장기간이 경과한 점이 유리하게 작용했습니다.

실무에서는 이러한 사정이 인정되면, 법원이 보증 책임을 보증 당시 예상 가능했던 범위로 제한하거나, 일정 시점 이후 발생한 신규 채무에 대해서는 보증 책임을 부정하는 방식으로 판단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쟁점 3: 근보증의 해지와 그 효력

C씨가 놓친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보증은 보증인이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후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민법 제428조의2 제2항 및 판례에 따르면, 보증인은 장래에 발생할 채무에 대하여 보증의 해지 통고를 할 수 있고, 해지 통고가 채권자에게 도달한 때 이후의 신규 채무에 대해서는 보증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근보증 해지 시 핵심 포인트

해지 통고를 했다 하더라도, 해지 시점까지 이미 발생한 채무에 대한 보증 책임은 소멸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해지는 가능한 빨리 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해지 통고는 내용증명 우편 등 도달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해야 합니다.

C씨는 뒤늦게라도 내용증명을 통해 근보증 해지를 통고했고, 해지 이후 추가 발생한 약 8,000만 원의 채무에 대해서는 보증 책임을 면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해지 전 채무에 대해서도 앞서 살펴본 신의칙에 의한 책임 제한 법리를 주장하여, 최종적으로 법원은 C씨의 보증 책임을 약 9,500만 원으로 한정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근보증 관련 실무적 조언

C씨의 사례는 근보증의 위험성과 동시에, 법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여지가 상당히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실무에서 근보증과 관련하여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보증 전 단계에서는 극도액(보증한도액)을 반드시 계약서에 명시해야 합니다. 2021년 개정 민법 시행 이후 개인 근보증은 극도액 없이는 무효이지만, 그 이전 계약이라도 극도액이 있으면 그 금액이 책임의 상한이 됩니다. 보증 기간도 가급적 구체적으로 정해 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보증 이후 단계에서는 주채무자의 거래 상황을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채무가 예상 범위를 벗어나기 시작하면 즉시 해지를 검토해야 합니다. 해지 통고는 내용증명으로 하되, 채권자뿐 아니라 주채무자에게도 별도로 송부해 두면 추후 분쟁 시 유리합니다.

이미 과도한 책임을 부담하게 된 경우에도, 보증 의사 범위 초과, 채권자의 통지의무 위반, 신의칙 위반 등을 근거로 책임 감경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근보증 관련 분쟁은 계약 체결 경위, 거래 변동 이력, 통지 여부 등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지므로, 관련 자료를 빠짐없이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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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샘이 변호사의 코멘트
근보증 사건을 다루면서 느끼는 점은, 보증 당시 금액이 작아 대수롭지 않게 여기셨다가 수년 후 예상치 못한 청구를 받고 당혹스러워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보증 의사 범위 초과나 해지권 행사 등 법적으로 책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므로, 청구를 받으셨다면 포기하지 마시고 가능한 빨리 전문가의 조력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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