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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혼·상속 · 상속채무·상속포기·한정승인 2026.05.01 조회 45

상속포기가 사해행위로 취소될 수 있다? 채권자취소권의 절차와 대응법

김규백 변호사
법률사무소 블레싱 · 대전광역시 서구

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경기도에서 소규모 인테리어 사업을 하던 55세 C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아버지 명의의 부동산과 예금을 상속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C씨에게는 사업 과정에서 생긴 개인 채무가 약 1억 2천만 원 있었습니다. C씨는 채권자에게 재산이 넘어가는 것이 싫어 가정법원에 상속포기 신고를 했고, 그 결과 상속재산은 C씨의 동생에게 돌아갔습니다.

C씨는 안심했지만, 석 달 뒤 뜻밖의 소장을 받게 됩니다. 채권자 D금융이 "C씨의 상속포기는 사해행위(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할 목적으로 재산을 빼돌리는 행위)에 해당하므로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상속포기는 법원에서 정식으로 한 건데, 그걸 누가 뒤집을 수 있나?"라고 생각하십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이 글에서는 상속포기와 채권자취소권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채권자가 밟는 소송 절차, 그리고 상속인이 취할 수 있는 대응 전략을 단계별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상속포기가 사해행위가 되는 경우와 안 되는 경우

먼저 핵심적인 법리를 짚어야 합니다. 대법원은 "상속의 포기는 민법 제406조의 사해행위취소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오랫동안 유지해 왔습니다. 상속포기는 "재산을 감소시키는 행위"가 아니라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므로, 적극적인 재산 처분과 성격이 다르다는 논리입니다.

핵심 구분

1. 상속포기(민법 제1019조) : 가정법원에 신고하여 상속인 지위 자체를 소멸시키는 행위 -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사해행위 취소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

2. 상속재산 분할협의 : 상속을 승인한 뒤 공동상속인 간에 재산을 나누는 행위 - 특정 상속인이 자기 몫을 "0"으로 하는 협의는 사해행위 취소 대상이 될 수 있음

실무에서 자주 접하는 분쟁 포인트가 바로 이 구분입니다. C씨처럼 가정법원에 정식으로 상속포기 신고를 한 경우와, 상속인들끼리 협의서를 작성하여 "나는 한 푼도 안 받겠다"고 한 경우는 법적 취급이 전혀 다릅니다. 후자의 경우, 대법원은 채권자취소권의 대상이 된다고 명확히 판시하고 있습니다.

채권자가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취소하는 절차 (Step별 안내)

아래는 채권자 측에서 상속재산 분할협의의 사해행위 취소를 구하는 소송 절차입니다. 상속인 입장에서도 이 흐름을 알아야 적절한 시점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1

사해행위 해당 여부 사전 검토

채권자는 먼저 채무자(상속인)의 상속포기가 "가정법원 신고에 의한 상속포기"인지, 아니면 "상속재산 분할협의에서 지분을 포기한 것"인지를 확인합니다. 전자라면 취소소송이 기각될 가능성이 높고, 후자라면 승소 가능성이 있습니다.

소요기간 : 2~4주 비용 : 법률 자문료 별도

필요서류 : 피상속인 사망 관련 제적등본, 상속재산 목록, 채무자의 재산 및 채무 현황, 상속포기 심판서 또는 분할협의서 사본

2

채권자취소소송(사해행위취소의 소) 제기

채권자는 수익자(분할협의로 재산을 많이 받은 다른 상속인)를 피고로 하여 민사소송을 제기합니다. 관할법원은 피고의 주소지 지방법원입니다.

소요기간 : 6~12개월(1심 기준) 인지대 : 소가에 따라 산정

필요서류 : 소장, 채권 존재를 증명하는 서류(판결문, 공정증서, 차용증 등), 분할협의서, 등기부등본, 채무자의 채무초과 상태를 소명하는 자료

3

사해행위 요건 입증 (재판 진행)

법원에서 가장 치열하게 다투는 단계입니다. 채권자는 다음 요건을 모두 입증해야 합니다.

(1) 피보전채권의 존재 : 분할협의 이전에 이미 채권이 성립해 있어야 합니다.

(2) 사해의사 : 채무자가 분할협의를 통해 채권자를 해할 것을 알았어야 합니다. 채무초과 상태에서 자기 상속분을 "0"으로 한 경우, 사해의사가 추정됩니다.

(3) 채무초과 상태 : 분할협의 당시 채무자의 총 채무가 총 재산(상속분 포함)을 초과해야 합니다.

소요기간 : 6~18개월
4

판결 확정 및 원상회복

법원이 사해행위 취소를 인용하면, 분할협의 중 채무자의 법정상속분에 해당하는 부분이 취소됩니다. 부동산이라면 수익자(다른 상속인) 명의의 등기 중 해당 지분이 말소되고, 금전이라면 수익자가 가액(금전)을 반환해야 합니다.

항소 가능 : 판결 송달 후 2주 이내 강제집행 : 판결 확정 후 진행

상속인 측 대응 절차 - 소송을 당했다면

이번에는 반대로, C씨의 동생처럼 상속재산을 받았다가 채권자취소소송의 피고가 된 경우의 대응 절차를 살펴보겠습니다.

1

소장 송달 후 30일 이내 답변서 제출

소장을 받으면 가장 먼저 할 일은 상속포기의 방식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가정법원에 정식 상속포기 신고를 한 것이라면, "이 사건은 상속포기이지 분할협의가 아니므로 사해행위 취소 대상이 아니다"라는 항변이 가능합니다.

기한 : 소장 송달 후 30일 필요서류 : 상속포기 심판서, 가정법원 접수증
2

제척기간(소멸시효) 항변 검토

채권자취소권은 민법 제406조 제2항에 따라 채권자가 취소원인을 안 날로부터 1년, 법률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5년 이내에 행사해야 합니다. 이 기간이 지났다면 각하를 구할 수 있습니다.

3

채무초과 상태 부인

채무자가 분할협의 당시 채무초과 상태가 아니었음을 입증할 수 있다면, 사해행위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채무자의 다른 재산(부동산, 예금, 보험 해지환급금 등)을 소명하여 변제 자력이 있었음을 주장합니다.

필요서류 : 채무자의 재산세 과세증명, 금융거래내역 등

실무에서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사항

1. "상속포기"와 "상속분 포기"를 혼동하지 마십시오

가정법원에 신고하는 "상속포기"(민법 제1019조)와, 상속인들 사이에서 "나는 안 받겠다"는 "상속분 포기" 또는 "상속재산 분할협의"는 법적 효과가 완전히 다릅니다. 채권 문제가 있는 상황이라면 반드시 가정법원을 통한 정식 상속포기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2. 상속포기 신고 기한은 상속 개시를 안 날로부터 3개월

민법 제1019조에 따라 상속 개시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가정법원에 신고해야 합니다. 이 기간을 넘기면 단순승인한 것으로 간주되어, 이후에는 분할협의로만 처리할 수밖에 없고 채권자취소의 위험에 노출됩니다.

3. 한정승인도 함께 검토하십시오

상속재산보다 상속채무가 많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한정승인(상속받은 재산의 한도 내에서만 상속채무를 변제하는 제도)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한정승인은 상속포기와 마찬가지로 가정법원에 신고하며, 채권자취소 문제를 피하면서도 예상치 못한 상속채무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습니다.

상담 현장에서 보면, 피상속인이 사망한 직후 상속인들이 서둘러 협의서만 작성하고 "해결됐다"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상속인 중 채무 문제가 있는 분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 협의서가 수년 뒤에 뒤집힐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하셔야 합니다. 상속 개시 초기 단계에서 각 상속인의 재산, 채무 상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한 뒤, 상속포기 혹은 한정승인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접근법입니다.

김규백
김규백 변호사의 코멘트
법률사무소 블레싱 · 대전광역시 서구
상속포기와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혼동하여 나중에 채권자취소소송에 휘말리는 사례를 실무에서 자주 접합니다. 특히 피상속인 사망 직후 감정적으로 급하게 협의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위험합니다. 상속인 중 채무 문제가 있는 분이 있다면, 반드시 3개월 이내에 전문가와 상의하여 정식 상속포기 또는 한정승인을 검토하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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