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만 말씀드리겠습니다. 프리랜서 용역계약서를 대충 작성하면, 일은 다 해놓고도 대금을 못 받거나 추가 작업 요구에 끝없이 시달리게 됩니다. 이건 이론이 아니라, 실무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현실입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어디서 문제가 터지는지, 어떻게 막을 수 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A씨 사례의 가장 큰 문제는 업무 범위(Scope of Work)가 특정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계약서에는 "홈페이지 리뉴얼 일체"라고만 적혀 있었습니다. 페이지 수, 시안 제출 횟수, 수정 범위에 대한 정의가 전혀 없었습니다. B사는 이를 근거로 메인 페이지 컨셉 자체를 4번이나 변경 요청했고, A씨는 거절할 명시적 근거가 없어 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실무적으로 반드시 명시해야 할 항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특히 "의뢰인이 시안 전달 후 5영업일 이내 서면 회신하지 않으면 승인한 것으로 본다"는 조항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 조항이 없으면 발주자가 무기한 답변을 미루면서 프로젝트를 질질 끌 수 있습니다.
A씨의 계약서에는 "작업 완료 후 잔금 지급"이라고만 적혀 있었습니다. 여기서 '완료'가 뭔지 정의가 없으니, B사는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250만 원 지급을 계속 미뤘습니다.
이것은 정말 흔한 분쟁 유형입니다. 프리랜서 용역계약의 대금 지급 조항은 반드시 단계별로 나눠야 합니다.
민법 제665조 제1항은 "보수는 그 완성된 목적물의 인도와 동시에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그러나 이 조항은 임의규정이므로, 계약으로 달리 정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달리 정하지 않으면 '완성 + 인도'가 동시에 충족되어야 대금 청구가 가능해진다는 점입니다.
A씨의 경우, 착수금 350만 원은 받았지만 잔금 250만 원에 대해서는 '완료'를 둘러싼 해석 다툼에 빠졌습니다. 만약 단계별 지급 조건이 있었다면, 중도금 단계에서 이미 대부분의 보수를 확보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A씨와 B사의 분쟁이 장기화된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B사가 잔금을 지급하지 않은 상태에서 A씨가 작업한 디자인 파일을 이미 자사 서버에 올려 사용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저작권법 제2조 및 제10조에 따르면, 저작물의 저작권은 원칙적으로 창작자에게 귀속됩니다. 프리랜서가 만든 결과물은 근로관계가 아닌 이상 업무상저작물(저작권법 제9조)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별도 약정이 없으면 프리랜서가 저작권자입니다.
그런데 A씨 계약서에는 저작권 관련 조항이 아예 없었습니다. B사는 "돈을 줬으니 당연히 우리 것"이라고 주장했고, A씨는 "잔금을 안 줬으니 내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세 번째 방식이 프리랜서에게 가장 유리합니다. 대금을 다 받지 못한 상태에서도 저작권이라는 강력한 협상 카드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A씨 역시 이 조항이 있었다면, B사에 대해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즉각 사용 중단을 요구하고 잔금 지급을 압박할 수 있었습니다.
위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 프리랜서 용역계약 분쟁의 대부분은 계약서 작성 단계에서 예방할 수 있습니다. 최소한 아래 항목은 빠짐없이 포함해야 합니다.
한 가지 더 강조하겠습니다. 계약서는 반드시 서면(전자문서 포함)으로 체결하십시오. 카카오톡 대화, 구두 합의만으로는 분쟁 시 입증이 극도로 어렵습니다. 이메일로 합의 내용을 주고받은 것도 증거가 될 수 있지만, 정식 계약서 한 장의 무게를 대체하기에는 부족합니다.
프리랜서에게 계약서는 단순한 형식이 아닙니다. 내가 들인 시간과 노력을 돈으로 전환하는 유일한 법적 장치입니다. 600만 원짜리 프로젝트에 계약서 검토를 아끼다가, 250만 원을 날리고 3개월을 허비한 A씨의 사례가 이를 분명하게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