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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범죄 · 재산범죄(사기·절도·횡령·배임) 2026.05.18 조회 14

조직 사기 범죄 집단, 단순 가담자도 중형 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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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연 변호사

얼마 전 한 청년이 사무실 문을 두드렸습니다. 스물네 살, 군 전역 후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인터넷에서 '단순 사무보조, 일당 15만원'이라는 공고를 보고 면접을 봤다고 했습니다. 시키는 대로 통장에서 돈을 찾아 전달했을 뿐인데, 어느 날 경찰서에서 출석요구서가 왔고, 죄명은 사기방조가 아니라 범죄단체조직죄였습니다. 본인은 그저 아르바이트를 한 줄로만 알았다는 그의 말은 진심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법정에서 그 진심이 통할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이런 사례는 더 이상 드물지 않습니다. 보이스피싱, 로맨스스캠, 투자리딩방, 가상자산 사기까지, 최근 검찰이 다루는 재산범죄의 상당수는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는 조직 사기 범죄 집단 사건입니다. 그리고 그 처벌 수위가 최근 몇 년 사이 눈에 띄게 무거워지고 있습니다.

형법 제114조, 잠자던 조항이 깨어났다

형법 제114조 범죄단체조직죄는 사형, 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한 단체나 집단을 조직·가입·활동한 경우 그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합니다. 쉽게 말해 조직에 가담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본범과 동일한 형량 범위 안에서 처벌한다는 뜻입니다.

과거에는 폭력조직에 주로 적용되던 이 조항이, 2017년경부터 보이스피싱 조직에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대법원이 보이스피싱 콜센터를 '계속적·통솔체계를 갖춘 결합체'로 인정하면서, 단순 인출책·전달책에게도 범죄단체 가입·활동죄가 인정되는 흐름이 자리잡았습니다.

실무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은 "저는 그냥 심부름만 했는데요"입니다. 그러나 검찰은 더 이상 그 말을 단독범의 가벼운 변명으로만 듣지 않습니다. 조직의 일원이었는지 여부가 먼저 검토됩니다.

왜 단순 가담자에게도 중형이 선고되는가

일반 사기죄(형법 제347조)의 법정형은 10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입니다. 그러나 범죄단체활동죄가 함께 적용되면 양상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보이스피싱 인출책의 경우 과거에는 집행유예가 가능했지만, 최근 1심 판결을 살펴보면 피해금액이 수천만 원에 불과해도 실형 2~4년이 선고되는 사례가 다수입니다.

최근 처벌 경향(실무 체감)

· 인출책·수거책 초범: 징역 2년~3년 실형 추세

· 중간 관리자·팀장급: 징역 4년~7년

· 총책·운영자: 징역 10년 이상, 추징·몰수 병행

· 미성년자·청년층이라도 집행유예 비율 급감

법원이 이렇게 엄격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첫째, 보이스피싱 한 건의 피해자가 전 재산을 잃는 경우가 많아 사회적 파급력이 크다는 점. 둘째, 점조직 구조상 말단을 솜방망이로 처벌하면 인력 충원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 셋째, 해외에 있는 총책 검거가 어려워 국내 가담자에 대한 엄단으로 억제 효과를 거두려 한다는 점입니다.

'몰랐다'는 항변의 한계

피의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주장은 고의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단순 아르바이트인 줄 알았다, 정상적인 회사인 줄 알았다는 류의 변명이지요. 그러나 법원은 다음과 같은 정황이 있으면 미필적 고의를 인정합니다.

· 비상식적으로 높은 일당(일당 10~30만원)을 제시받은 점
· 신분증·통장 사진을 비정상적 경로로 받은 점
· 텔레그램 등 비익명 메신저로만 지시받은 점
· 현금을 다발로 수령·전달하는 방식의 비정상성
· 본인 명의 통장이 아닌 타인 명의 계좌를 사용한 점

이 중 두세 가지 이상 해당하면 "정상적인 일이 아닐 수도 있다고 인식했으면서 그대로 진행했다"는 평가를 받기 쉽습니다. 즉 단순 부주의가 아니라 사기 범행에 대한 인식과 용인이 있었다고 판단되는 것입니다.

피해자 입장에서의 변화도 주목해야 한다

처벌 강화와 함께 피해회복 제도도 정비되고 있습니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피해자가 즉시 지급정지를 신청하면 잔액 범위에서 환급이 가능하고, 2024년 이후로는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한 피싱에 대해서도 지급정지 협조 의무가 확대되는 흐름입니다.

다만 일단 인출되어 해외 송금된 자금은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피해를 입은 측이든, 가담 의혹을 받는 측이든 초기 수 시간이 사건의 향방을 결정하는 것이 이 분야의 특징입니다.

앞으로의 전망

조직 사기 범죄에 대한 처벌은 더 무거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양형위원회는 보이스피싱·전기통신금융사기 양형기준을 별도 신설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며, 단순 가담자라도 피해액과 가담 횟수에 따라 가중요소가 늘어나는 방향이 유력합니다. 또한 범죄수익은닉규제법상 추징·몰수 범위도 점차 넓어지고 있어, 이미 써버린 일당까지 수년에 걸쳐 추징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결국 이 분야의 법적 위험은 가담의 깊이가 아니라 가담의 사실 자체에서 발생합니다. 처음 그 청년이 출석요구서를 받고 사무실에 찾아왔을 때, 그가 마주한 것은 단순한 사기 공범 혐의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조직 사기 범죄에 대해 더 이상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는 분명한 신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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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연 변호사의 코멘트
보이스피싱 사건을 다루다 보면 단순 가담을 주장하는 분이 절대다수입니다. 그러나 수사 초기 진술 한 줄이 범죄단체 가입 인정 여부를 가르는 경우가 많으므로, 경찰 출석 전 반드시 형사 전문 변호사와 진술 방향을 정리하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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