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줄이고 결과로 입증합니다.
최근 MCN(다중채널네트워크) 소속 인플루언서들이 소속사를 상대로 퇴직금, 미지급 수당 등을 청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계약서상으로는 전속계약·매니지먼트계약 형태이지만, 실질적인 업무 수행 방식이 일반 근로자와 다르지 않다는 주장이 핵심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가상의 구체적 사례를 통해 인플루언서 소속사 근로자성 판단의 실무 쟁점을 정리하겠습니다.
사례 개요
A씨(29세, 여성)는 서울 강남구 소재 뷰티 콘텐츠 MCN인 B사와 2022년 3월 "크리에이터 전속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월 정산금 명목으로 280만 원의 고정 지급액과 광고 수익의 30%를 추가로 받기로 했으며, 계약 기간은 3년이었습니다. A씨는 2024년 11월 계약 해지 후 B사를 상대로 퇴직금 약 770만 원 및 연차수당 지급을 청구하는 진정을 노동청에 제기했습니다.
B사는 "A씨는 독립된 1인 사업자로서 용역을 제공한 프리랜서일 뿐 근로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A씨는 "형식만 전속계약이지 실제로는 사무실에 매일 출근해 회사 지시에 따라 콘텐츠를 제작했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을 세 가지로 나누어 살펴봅니다.
근로자성 판단의 핵심 기준은 대법원이 일관되게 제시해 온 "사용종속관계"의 존재 여부입니다. 계약의 형식이 도급·위임·전속계약이라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노무를 제공했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됩니다.
A씨의 사례에서 확인된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러한 사정은 단순한 협업 관계가 아니라, B사가 A씨의 업무 내용·시간·장소·방법을 구체적으로 통제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실무에서는 이를 "업무수행상의 상당한 지휘·감독"이 인정되는 핵심 징표로 봅니다.
두 번째 쟁점은 A씨가 매월 받은 280만 원의 성격입니다. B사는 "수익 분배의 선지급(미니멈 개런티)"이라고 주장하지만, 다음 사정을 종합하면 사실상의 임금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큽니다.
임금성 판단 징표
1. 280만 원은 광고 수익 발생 여부와 무관하게 매월 같은 날 고정적으로 지급되었습니다.
2. A씨가 콘텐츠를 업로드하지 않거나 광고 매출이 없는 달에도 동일하게 지급되었습니다.
3. 사후 정산을 통해 회수된 적이 없으며, 실질적으로 "기본급"의 기능을 했습니다.
판례는 보수가 근로의 양과 질에 따라 결정되고 정기적·고정적으로 지급된다면 근로 대가성을 인정하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사업 수익을 분배하는 구조라면 매출이 없을 때는 지급되지 않아야 자연스러운데, A씨 사례는 그렇지 않았다는 점이 결정적입니다.
세 번째 쟁점은 A씨가 독립된 사업자로 활동했는지 여부입니다. 실무에서는 다음 요소들을 종합 평가합니다.
A씨가 사용한 카메라, 조명, 편집 프로그램, 촬영 스튜디오 모두 B사가 제공하고 비용을 부담했습니다. 본인이 부담한 것은 개인 휴대전화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는 독립사업자라기보다 회사가 제공한 환경에서 노무를 제공한 근로자의 모습에 가깝습니다.
A씨는 콘텐츠 제작을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 없었고, 본인이 직접 출연·진행해야 했습니다. 또한 광고가 잘 안 되거나 조회수가 낮아도 A씨가 손실을 부담하지 않았습니다. 사업 위험을 부담하지 않는 구조는 독립사업자성을 부정하는 강력한 근거입니다.
A씨는 3.3%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당했고 개인사업자등록도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판례는 사업자등록·소득세 신고 방식은 근로자성 판단에 부수적인 요소로 볼 뿐, 결정적 기준으로 삼지 않습니다. 사용자가 4대 보험 가입 회피를 위해 형식만 사업소득으로 처리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입니다.
인플루언서의 근로자성 인정 여부는 계약서 문구가 아니라 실제 업무 수행의 실질로 결정됩니다. A씨와 유사한 분쟁 상황에 있다면 다음과 같이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첫째, 출퇴근 기록(사무실 출입 카드 내역, 위치기록, 사내 메신저 로그), 업무 지시 메시지(카카오톡·슬랙 대화), 콘텐츠 승인 절차가 기록된 문서를 가능한 범위에서 확보해 둡니다. 둘째, 월 정산금이 매출과 무관하게 고정 지급된 내역(통장 거래내역, 정산서)을 시계열로 정리합니다. 셋째, 회사가 제공한 장비·공간·소프트웨어 목록을 정리합니다.
반대로 MCN 사업자 입장에서는 계약서에 "근로자가 아니다"라고 명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실제 운영을 독립 계약 관계에 맞게 설계해야 하며, 출근 의무 부과·세부 업무 지시·고정급 지급 같은 요소가 누적될수록 근로자성 인정 위험이 높아진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