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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업·사업 법인설립·지분구조·주주간계약
기업·사업 · 법인설립·지분구조·주주간계약 2026.05.23 조회 53

모회사 자회사 지배구조, 보이지 않는 리스크가 회사를 흔든다

김범수 변호사
법무법인 대청 · 경기도 수원시

얼마 전 자문 의뢰로 만난 한 중견기업 대표의 이야기로 시작해보려 합니다. 제조업으로 시작해 30년간 일군 회사가 어느덧 계열사 다섯 곳을 거느린 그룹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자회사 임원이 모회사 동의 없이 부동산을 처분했고, 이를 막지 못한 모회사 이사진은 주주들로부터 손해배상 책임을 추궁당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대표는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분명 우리가 100% 자회사인데, 왜 우리 마음대로 통제가 안 되는 겁니까?"

이 질문이야말로 모회사·자회사 지배구조 리스크의 본질을 정확히 짚고 있습니다. 지분을 보유한다는 것과 법적으로 지배·통제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지분율은 답이 아니다 — 법인격 독립의 원칙

실무에서 가장 흔히 마주치는 오해는 "100% 지분이면 내 회사다"라는 인식입니다. 그러나 우리 상법은 법인격 독립의 원칙을 엄격히 적용합니다. 모회사가 자회사 주식을 전부 보유하더라도, 자회사는 독립된 법인격을 가지며 자회사의 이사는 자회사 자체의 이익을 위해 충실의무를 부담합니다(상법 제382조의3).

즉, 자회사 이사가 모회사의 지시에 무비판적으로 따라 자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면, 그 이사는 자회사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집니다. 반대로 모회사가 자회사를 부당하게 이용해 자회사 채권자에게 손해를 끼쳤다면, 법인격부인론(法人格否認論, 명목상 별개 법인이지만 실질이 같으면 모회사 책임도 인정하는 법리)에 따라 모회사가 책임을 떠안을 수도 있습니다.

"형식은 두 회사지만, 실질은 한 주머니로 운영했다면 법원은 두 회사를 하나로 봅니다. 이때 모회사는 자회사 채무까지 떠안게 됩니다."

통계로 본 그룹사 분쟁의 현실

최근 5년간 상법상 이사 책임 추궁 소송 중 약 30% 이상이 그룹 내 계열사 간 거래와 관련된 사안이라는 통계가 있습니다. 특히 자회사를 통한 부당지원, 자기거래, 사업기회 유용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시각도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습니다. 모회사가 자회사로부터 정상가격보다 낮게 용역을 제공받았다면 부당지원행위로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고, 반대로 모회사가 자회사에 사업기회를 넘기는 방식도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으로 다투어집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행위로 인정될 경우 매출액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으며, 형사처벌도 가능합니다.

실무에서 가장 자주 발생하는 세 가지 리스크

제가 그룹사 자문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목격하는 리스크 유형은 다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자회사 이사회의 형해화입니다. 모회사 임원이 자회사 이사를 겸직하면서 자회사 이사회를 거수기처럼 운영하는 경우입니다. 자회사 단독으로 보면 명백히 불리한 거래(예: 모회사에 대한 저리 자금대여, 무담보 채무보증)를 자회사 이사회가 형식적으로 승인하면, 이는 자회사 소수주주나 채권자에게 즉각 분쟁의 빌미가 됩니다.

둘째, 사업기회 유용입니다. 모회사가 영위해야 할 사업기회를 자회사로 돌리거나, 그 반대로 자회사의 유망 사업을 모회사로 흡수하는 경우입니다. 상법 제397조의2는 이사의 회사기회 유용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그룹 내 사업 재편 과정에서 이 조항이 실제로 적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셋째, 내부거래 가격의 적정성 문제입니다. 모자회사 간 용역·상품 거래에서 시장가격을 벗어난 거래는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 세법상 부당행위계산부인, 상법상 이사 책임 추궁이라는 삼중의 리스크에 노출됩니다.

법적 함의 — 지배구조 설계가 곧 리스크 관리다

이러한 리스크들은 사건이 터진 뒤에는 수습이 어렵습니다. 가장 현실적인 해법은 사전 설계입니다. 자문 실무에서 권해드리는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 주주간 계약서를 통한 의사결정 권한 명문화 — 중요 결정 사항(자산처분, 차입, 신규투자 등)에 모회사 사전 동의 요건을 명시
  • 자회사 이사회의 실질적 운영 — 형식적 결의가 아닌 실질 심의 기록 확보
  • 내부거래 가이드라인 정비 — 정상가격 산정 근거, 비교가능 거래 자료 보관
  • 겸직 임원의 의사결정 분리 — 이해상충 시 회피 절차 마련

앞으로의 전망 — 더 엄격해지는 그룹사 책임

최근 흐름을 보면, 법원은 그룹 전체 이익을 명분으로 한 자회사의 희생을 점점 더 엄격하게 심사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그룹 시너지"라는 추상적 명분으로 정당화되던 거래가, 이제는 자회사 단독의 이익 관점에서 합리성을 입증해야 하는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특히 ESG 평가와 맞물려 지배구조 투명성은 단순한 법적 의무를 넘어 기업 가치 평가의 핵심 지표가 되었습니다.

모회사·자회사 구조는 사업 확장의 유용한 도구이지만, 동시에 분쟁의 진앙지이기도 합니다. 그룹의 규모가 커질수록 "우리 회사니까"라는 직관에 의존한 의사결정은 오히려 가장 큰 위험이 됩니다. 형식과 실질을 일치시키는 설계, 그것이 지배구조 리스크 관리의 출발점입니다.

김범수
김범수 변호사의 코멘트
법무법인 대청 · 경기도 수원시
실무에서 보면 그룹사 분쟁의 8할은 사전 설계 부재에서 비롯됩니다. 특히 자회사 이사회의 형식적 운영과 내부거래 가격 문제는 한번 터지면 형사·세무·민사 책임이 동시에 따라옵니다. 사업 확장 단계부터 주주간 계약과 의사결정 구조를 정비해두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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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이혼 분쟁의 전략 설계와 실전 해결을 돕는 소송전략가 김범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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