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진단과 분석, 결과로 증명합니다.
얼마 전 한 의뢰인으로부터 이런 상담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만남 앱에서 알게 된 상대방이 자신의 직업과 혼인 여부를 속인 채 관계를 맺었는데, 이것이 위계에 의한 간음으로 처벌받을 수 있는지 묻는 내용이었습니다. 비슷한 사연은 상담 현장에서 생각보다 자주 접하게 됩니다. 위계간음죄에서 '기망(속임수)'이 어디까지 인정되는지는 실무에서도 판단이 갈리는 쟁점이기 때문에, 오늘은 가상의 사례를 통해 그 인정 범위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사례
서울에 거주하는 31세 A씨(여성, 회사원)는 소셜 앱을 통해 35세 B씨(남성)를 알게 되었습니다. B씨는 자신을 '미혼 의사'라고 소개했고,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자고 했습니다. A씨는 이를 믿고 약 2개월간 교제하며 수차례 성관계를 가졌습니다. 이후 A씨는 B씨가 실제로는 기혼자이며 직업도 의사가 아닌 자영업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A씨는 B씨를 위계간음으로 고소하였습니다.
위계간음죄는 형법 제302조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 조항은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을 간음한 자"를 처벌하는데, 여기서 '위계'란 상대방의 오인(잘못된 판단)이나 부지(모름)를 이용하여 성관계에 대한 동의를 얻어내는 행위를 말합니다.
핵심 포인트: 위계간음죄가 성립하려면 단순히 '거짓말을 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 기망 행위가 상대방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정도로 성관계 자체에 대한 판단을 왜곡시켰는지가 관건입니다.
판례의 기본 입장을 정리하면, 위계에 해당하려면 다음 세 가지 요소가 충족되어야 합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다투어지는 것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같은 '거짓말'이라 해도 법원은 그 내용과 정도에 따라 위계 인정 여부를 다르게 판단합니다.
치료 행위로 속여 성관계를 유도한 경우
공적 권한이나 신분을 사칭하여 불이익을 암시한 경우
피해자가 수면 상태임을 이용하여 배우자로 오인하게 한 경우
종교적 의식이라고 속여 성관계를 행한 경우
직업이나 재력을 과장하거나 허위로 말한 경우
결혼 의사가 없으면서 결혼을 약속한 경우
나이, 학력 등 개인 신상 정보를 속인 경우
호감을 얻기 위해 성격이나 취미를 꾸민 경우
법원은 기본적으로 성관계 자체의 본질적 성격을 왜곡시킨 기망과 성관계의 동기에 불과한 기망을 구분합니다. 예를 들어 "이 행위는 의료 시술입니다"라고 속여 성관계를 행한 것은 성행위의 본질 자체를 왜곡한 것이므로 위계가 인정됩니다. 반면 "나는 의사입니다"라고 직업을 속인 것은, 상대방이 호감을 갖게 된 동기에 영향을 준 것일 뿐 성관계 자체에 대한 인식을 왜곡시킨 것은 아니라고 보는 것입니다.
앞서 본 사례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B씨는 미혼이라고 속였고, 직업도 허위로 고지했습니다. A씨는 이를 믿고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며 성관계에 동의했습니다. A씨의 입장에서 보면 명백한 기망이고, 그 기망이 없었으면 성관계에 동의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대법원 판례의 기조에 따르면, B씨의 행위가 위계간음으로 인정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판례의 입장: 혼인 의사나 직업에 관한 기망은 '성관계에 응하게 된 동기'에 해당하는 사항이지, 성행위 자체의 의미나 성격을 오인하게 한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이러한 기망만으로는 형법 제302조의 '위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법원의 일관된 태도입니다.
다만 이것이 B씨의 행위에 아무런 법적 책임이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A씨는 민사상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사기죄(형법 제347조)의 성립 가능성도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 특히 금전적 이득을 취한 정황이 있다면 사기죄로의 접근이 더 현실적일 수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일부 하급심에서 위계의 인정 범위를 점차 넓혀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성관계의 '동기'와 '본질적 성격'을 엄격히 구분하는 기존 법리에 대해, 성적 자기결정권 보호의 관점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학계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판결에서는 혼인 여부에 관한 기망이 단순한 '동기의 착오'를 넘어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실질적으로 침해한 경우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시한 사례도 있습니다. 다만 이는 아직 대법원 차원에서 확립된 법리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위계간음과 관련된 사안에서 피해자와 피의자 모두에게 중요한 것은, 해당 기망이 법률적으로 어떤 유형에 해당하는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입니다.
피해자 입장에서의 대응:
피의자 입장에서의 대응:
위계간음죄에서 기망의 인정 범위는 아직 판례가 발전하고 있는 영역입니다. 동일한 사실관계라 하더라도 구체적인 정황과 증거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사안별로 개별적인 법률 검토가 반드시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