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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후 전 며느리가 아이를 안 보여줍니다. 조부모인 저희는 손자녀를 만날 방법이 없는 건가요?"
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아들이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 70대 부부는 유일한 혈육인 손녀와 매주 주말을 함께 보냈습니다. 그러나 며느리가 재혼을 결정하면서 연락을 끊었고, 이후 1년 넘게 손녀를 한 번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부모도 아닌 조부모가 면접교섭을 청구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상담 현장에서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조부모 등 제3자도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면접교섭권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2021년 민법 개정으로 근거 조항이 마련되었고, 실무에서도 이를 인정하는 사례가 축적되고 있습니다.
기존 민법은 면접교섭권의 주체를 "비양육 부 또는 모"로 한정하고 있었습니다. 조부모나 형제자매 등 제3자는 아무리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더라도 법적으로 면접교섭을 청구할 근거가 없었습니다.
2021년 1월 26일 개정된 민법 제837조의2 제2항은 이 구조를 바꿨습니다. 부 또는 모가 사망하거나 질병, 그 밖의 사유로 면접교섭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 그 부 또는 모의 직계존속(조부모, 외조부모)이 가정법원에 면접교섭을 청구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면접교섭 청구가 가능한 제3자 요건 (민법 제837조의2 제2항)
여기서 "그 밖의 사유"에는 장기 해외 체류, 수감, 행방불명 등이 포함됩니다. 다만 부 또는 모가 건재함에도 단순히 면접교섭을 행사하지 않는 것만으로는 제3자 청구 요건이 충족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법원은 조부모의 면접교섭 청구를 심리할 때, 부모 간 면접교섭 사건보다 한 단계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무에서 주로 고려되는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법원이 심리하는 주요 고려요소
- 자녀와 조부모 사이의 기존 유대관계(교류 빈도, 양육 참여 정도)
- 부 또는 모 사망 등 면접교섭 불능 사유의 구체적 내용
- 양육자(친권자)의 의사 및 면접교섭 거부의 합리적 사유 유무
- 자녀의 연령과 의사(만 13세 이상이면 반드시 의견 청취)
- 면접교섭이 자녀의 정서적 안정에 미치는 영향
앞서 소개한 사연처럼 아들이 사망한 후 조부모가 손녀와의 관계를 지속해온 경우, 법원은 기존 유대관계의 단절이 오히려 자녀의 정서에 해롭다고 판단하여 면접교섭을 인정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평소 교류가 거의 없었거나 양육자와의 갈등이 자녀에게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면 청구가 기각될 수 있습니다.
한편, 이 규정은 직계존속에게만 적용되므로 삼촌, 이모 등 방계혈족은 현행법상 면접교섭 청구 주체가 되지 못합니다. 다만 학계에서는 청구 주체를 더 확대해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 중이어서, 향후 법 개정의 가능성도 열려 있습니다.
정리하면, 2021년 민법 개정으로 조부모(직계존속)의 면접교섭 청구가 법적으로 가능해졌습니다. 다만 부 또는 모의 면접교섭 불능이라는 전제 요건과, 자녀 복리에 부합한다는 판단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기존 유대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하고, 교류 단절 후 신속하게 청구하는 것이 실무적으로 가장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