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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파트너와 협력을 시작할 때, 투자 논의를 앞두고 있을 때, 혹은 프리랜서에게 중요한 업무를 맡길 때 "비밀유지계약(NDA)을 체결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으시죠. 그런데 막상 작성하려고 하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신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오늘은 실무에서 자주 접하는 NDA 분쟁 사례를 통해, 비밀유지계약서 작성 시 반드시 챙겨야 할 핵심 포인트를 하나씩 짚어드리겠습니다.
사례 개요
서울에서 건강식품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A씨(38세)는 신제품 출시를 위해 부산의 식품 제조업체 대표 B씨(52세)와 협력을 추진했습니다. A씨는 자사가 2년간 개발한 독자적인 원료 배합 비율과 제조 공정, 그리고 예상 판매 전략이 담긴 사업계획서를 B씨에게 공유했습니다. 양측은 NDA를 체결했지만, 6개월 후 B씨가 거의 동일한 배합의 제품을 자체 브랜드로 출시하면서 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A씨는 약 1억 2,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재판 과정에서 NDA 조항의 허점이 드러나며 상당 부분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A씨와 B씨가 체결한 NDA에는 비밀정보를 "본 계약과 관련하여 상대방에게 제공하는 일체의 정보"라고만 기재했습니다. 실무에서 이렇게 포괄적으로만 적어두는 경우가 정말 많은데요, 이것이 가장 큰 문제가 됩니다.
B씨 측은 "원료 배합 비율은 업계에서 널리 알려진 수준이고, NDA에서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았으므로 비밀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습니다. 법원에서도 비밀정보의 범위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은 NDA는 실제 분쟁에서 그 효력을 인정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실무 포인트
A씨의 NDA에는 계약 기간에 대한 조항이 아예 없었습니다. "비밀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무만 있고, 그 의무가 언제까지 유효한지, 위반하면 어떤 제재를 받는지가 명시되지 않은 것이죠. 이런 경우 분쟁 시 상대방이 "협력 관계가 종료된 이후에는 비밀유지 의무도 소멸된 것"이라고 주장할 여지가 생깁니다.
특히 영업비밀이나 기술정보는 그 가치가 수년간 지속되는 경우가 많으시죠. 일반적으로 NDA의 비밀유지 의무 기간은 계약 종료 후 2년에서 5년 정도로 설정하는 것이 실무적으로 권장됩니다. 업종과 정보의 성격에 따라 더 길게 설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무 포인트
A씨가 B씨에게 전달한 자료에는 사업계획서 원본 파일, 시제품 샘플, 원료 배합표 엑셀 파일 등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NDA에 협력 종료 시 이 자료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조항이 없었습니다.
B씨는 A씨로부터 받은 파일을 그대로 보관한 채 자체 제품 개발에 활용했고, 분쟁 이후에도 해당 자료의 반환이나 폐기를 거부했습니다. 비밀정보의 반환 및 폐기 절차를 계약서에 명시해두지 않으면, 이처럼 정보가 상대방에게 남아 지속적으로 유출될 위험이 있습니다.
실무 포인트
위 사례를 통해 살펴본 것처럼, NDA는 단순히 "비밀을 지키겠다"는 선언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실제 분쟁이 발생했을 때 법적 보호를 받으려면, 다음 항목들이 빠짐없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NDA 작성 필수 체크 항목
비밀유지계약은 사업의 핵심 자산을 보호하는 첫 번째 방어선입니다. "우리 사이에 그런 계약까지 필요하겠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신뢰 관계가 좋을 때 체결해두는 것이 오히려 서로를 보호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 특히 기술 이전, 투자 협의, 공동 개발 등 핵심 정보가 오가는 상황이라면,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기 전에 NDA를 먼저 체결하시는 것을 강력히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