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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이 개시되면 통상 배우자와 자녀 등 법정상속인이 재산을 승계합니다. 그런데 상속인이라 하더라도 일정한 잘못이 인정되면 상속받을 자격 자체를 박탈당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상속결격입니다. 이 경우 그 상속인의 자녀가 대신 상속하는 대습상속이 문제되는데, 두 제도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혼동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오늘은 가상의 사례를 통해 상속결격 사유와 대습상속의 관계를 차분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사례
부산에 거주하던 김모(72) 씨는 상가 건물과 예금 등 약 15억 원의 재산을 남기고 사망했습니다. 상속인으로는 배우자 이모(68) 씨, 장남 김모(45·자영업) 씨, 차남 김모(41·회사원) 씨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장남은 부친 사망 직전,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으로 유언장을 위조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차남은 장남이 상속에서 배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장남에게는 미성년 자녀 두 명이 있어 이 자녀들이 대습상속을 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민법 제1004조는 상속인의 결격사유를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있습니다. 즉 법에 정해진 사유에 해당해야만 결격이 인정되며, 단순히 사이가 나쁘거나 부양을 소홀히 했다는 사정만으로는 결격이 되지 않습니다.
민법상 주요 상속결격 사유
사례의 장남은 피상속인의 유언장을 위조한 정황이 문제되고 있습니다. 유언서 위조는 민법 제1004조 제5호의 명백한 결격사유에 해당합니다. 다만 실무에서는 위조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필적 감정, 작성 경위, 관련자 진술 등을 통해 위조가 인정되면 장남은 별도의 재판 없이도 법률상 당연히 상속인 자격을 잃게 됩니다. 결격은 법원의 선고가 있어야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사유가 존재하면 당연히 발생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많은 분들이 상속결격을 이유로 상속인이 배제되면, 그 자녀까지 함께 배제된다고 오해합니다. 그러나 결론은 그렇지 않습니다.
민법 제1001조는 상속인이 될 직계비속이 상속개시 전에 사망하거나 결격된 경우, 그 직계비속이 있으면 그 자가 대신 상속인이 된다고 규정합니다. 즉 상속결격은 대습상속의 원인이 됩니다. 결격은 어디까지나 결격자 본인에게만 미치는 효과이고, 그 자녀는 아무런 잘못이 없으므로 대습상속을 통해 부모의 상속분을 물려받게 됩니다.
따라서 사례에서 장남이 유언 위조로 상속결격이 되더라도, 장남의 미성년 자녀 두 명은 장남이 받았을 상속분을 대습상속하게 됩니다. 대습상속인이 여러 명이면 이들은 원래 결격자가 받았을 몫을 다시 자신들끼리 균분합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배우자 이모 씨는 자녀와 함께 상속하므로 1.5의 비율을 갖고, 두 아들은 각각 1의 비율을 갖는 것이 원칙입니다. 장남이 결격되더라도 그 상속분 자체가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장남의 자녀들에게 대습상속됩니다.
상속분 계산(1.5 : 1 : 1 기준)
이처럼 결격이 인정되어도 재산이 남은 상속인에게만 몰리는 것이 아니라, 결격자의 직계비속을 통해 승계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상속결격이 문제되는 사건은 대개 유언장 위조·은닉이나 피상속인에 대한 범죄가 얽혀 있어 감정적 대립이 극심합니다. 결격 여부를 주장하려면 그 사유를 주장하는 측이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하며, 막연한 의심만으로는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또한 대습상속인이 미성년자인 경우, 상속재산 분할 협의 과정에서 친권자와 미성년 자녀 사이에 이해가 충돌하면 특별대리인 선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결격과 대습, 유류분까지 겹치면 법률관계가 상당히 복잡해지므로 초기 단계부터 정확한 검토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