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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범죄 · 재산범죄(사기·절도·횡령·배임) 2026.08.28 조회 4

부동산 이중매매 배임죄, 언제 처벌될까 사례로 본 성립 요건

조희경 변호사
법무법인 솔 · 서울특별시 서초구

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경기도 용인에서 작은 인테리어 사업을 하던 47세 김모 씨는, 노후를 준비하며 마련한 단독주택을 시세보다 조금 낮은 4억 2천만 원에 내놓았습니다. 매수인 이모 씨(52세)는 계약금 4천만 원을 건네고, 두 달 뒤 중도금 2억 원까지 성실히 지급했습니다. 그런데 잔금 지급을 앞두고 부동산 가격이 갑자기 뛰기 시작했습니다.

김 씨는 흔들렸습니다. 결국 그는 뒤에서 접근한 또 다른 매수인 박모 씨에게 같은 집을 4억 8천만 원에 넘기고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쳐버렸습니다. 먼저 계약하고 중도금까지 낸 이 씨는 하루아침에 집을 잃을 처지가 됐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부동산 이중매매 사건입니다.

부동산을 이중으로 팔면 무조건 배임죄로 처벌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성립 여부를 가르는 결정적 기준이 따로 있습니다.

쟁점 1. 김 씨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였는가

배임죄(형법 제355조 제2항)가 성립하려면, 행위자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어야 합니다. 이 부분이 이중매매 사건의 첫 번째 관문입니다.

대법원은 부동산 매매에서 매도인이 중도금을 받은 시점부터 매수인에 대해 등기협력의무(소유권 이전에 협력할 의무)를 지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된다고 봅니다. 즉, 계약금만 오간 단계에서는 아직 이 지위가 인정되지 않지만, 중도금이 지급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이 씨는 이미 2억 원의 중도금을 냈습니다. 따라서 이 시점부터 김 씨는 단순한 계약 당사자를 넘어, 이 씨의 재산 취득을 위해 협력해야 할 신임관계에 놓인 사람이 된 것입니다. 이 조건이 충족되면서 배임죄 성립의 첫 단추가 끼워졌습니다.

!핵심 분기점

계약금만 받은 상태에서 다른 사람에게 팔면 원칙적으로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반면 중도금까지 받은 뒤 이중매매를 하면 배임죄 성립 가능성이 매우 높아집니다.

쟁점 2. '임무 위배'와 '재산상 손해'가 있었는가

다음 관문은 실제 임무 위배 행위와 그로 인한 손해입니다. 김 씨가 박 씨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긴 행위는, 이 씨에 대한 등기협력의무를 정면으로 저버린 임무 위배 행위에 해당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실제로 등기가 넘어갔다는 점입니다. 대법원 판례의 흐름을 보면, 이중매매 사건에서 배임죄가 기수(범죄 완성)에 이르는 시점은 제2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진 때로 봅니다. 만약 김 씨가 박 씨와 계약만 했을 뿐 아직 등기를 넘기지 않았다면 배임미수에 그쳤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박 씨 앞으로 등기까지 완료됐습니다. 이 씨는 잔금만 치르면 온전히 자기 소유가 될 뻔했던 집을 확정적으로 잃게 됐습니다. 이 씨가 입은 재산상 손해가 명백하게 발생한 것입니다.

쟁점 3. 이 씨는 어떻게 구제받을 수 있는가

피해자 이 씨의 입장에서 가장 궁금한 것은 결국 '집을 되찾을 수 있는가, 돈은 받을 수 있는가'일 것입니다. 실무에서는 형사와 민사 두 갈래로 대응합니다.

형사적으로는 김 씨를 배임죄로 고소할 수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요건이 모두 충족되므로, 김 씨는 형사처벌 대상이 됩니다. 다만 배임죄로 처벌받는다고 해서 이 씨에게 집이 돌아오는 것은 아닙니다.

민사적으로는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첫째, 제2매수인 박 씨가 이중매매 사실을 알면서 적극 가담했다면, 그 매매는 반사회질서 법률행위(민법 제103조)로 무효가 됩니다. 이 경우 이 씨는 박 씨 명의의 등기 말소를 구하고 소유권을 되찾을 여지가 생깁니다. 둘째, 박 씨가 아무것도 몰랐던 선의의 매수인이라면 등기 회복은 어렵고, 이 씨는 김 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됩니다.

이중매매 대응 요약

1매도인 김 씨 → 배임죄 형사 고소 가능

2제2매수인이 적극 가담 → 매매 무효, 등기 말소 청구

3제2매수인이 선의 → 매도인 상대 손해배상 청구

결국 이 사건의 결론을 가른 것은 중도금 지급 여부와 제2매수인의 인식 정도였습니다. 부동산 거래는 액수가 크고 등기라는 공적 절차가 얽혀 있어, 한번 어긋나면 회복이 매우 어렵습니다. 계약 단계별로 자신의 권리가 어디까지 보호되는지 정확히 알고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조희경
조희경 변호사의 코멘트
법무법인 솔 · 서울특별시 서초구
부동산 이중매매 사건을 다루다 보면, 중도금을 낸 매수인분들이 자신의 권리 순위를 뒤늦게 아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도금 지급 직후 처분금지가처분을 신청해 두면 제2매수인으로의 등기 자체를 막을 수 있습니다. 이미 등기가 넘어간 상황이라도 제2매수인의 가담 여부에 따라 회복 가능성이 갈리니, 가능한 빨리 전문가의 검토를 받으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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