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전문, 민사전문 변호사입니다
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상속재산을 정리하던 삼남매 중 막내가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이 있었습니다. 아버지 명의였던 시가 8억 원짜리 상가가 이미 3년 전에 장남 앞으로 증여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문제는 당시 아버지가 이미 치매 진단을 받고 요양병원에 입원해 계셨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런 경우, 치매 상태에서 이루어진 생전 증여를 되돌릴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단순히 치매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자동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증여 당시 부모님에게 자신의 행위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 판단할 능력, 즉 '의사능력'이 없었다는 점을 다투는 측에서 입증해야 합니다.
우리 민법은 법률행위를 할 당시 의사능력(자신의 행위의 의미와 결과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한 행위는 무효로 봅니다. 증여도 엄연한 법률행위이므로, 증여 계약을 체결할 당시 피상속인(재산을 물려주는 사람)에게 의사능력이 없었다면 그 증여는 처음부터 효력이 없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진단 시점'이 아니라 '증여 시점'입니다. 치매는 서서히 진행되고 시기에 따라 인지 상태의 기복이 있습니다. 진단서에 치매라고 적혀 있더라도, 증여 그 순간에 판단능력이 유지되고 있었다면 증여는 유효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진단 이전이라도 증여 당시 이미 판단이 불가능한 상태였다면 무효를 주장할 여지가 있습니다.
의사능력 부재를 다투는 소송에서는 증여 당시의 인지 상태를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자료가 승패를 좌우합니다. 실무에서 자주 활용되는 증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놓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법원은 사후에 감정을 통해 증여 당시의 의사능력을 판단하는데, 이때 진료기록이 부실하면 무효를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기록이 남아 있는 동안, 특히 병원 기록의 보존 기한이 지나기 전에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서 두 번째 길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만약 증여 자체를 무효로 만들기 어렵다면, 유류분(법이 보장하는 상속인의 최소한의 몫)을 청구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피상속인이 생전에 특정 자녀에게 재산 대부분을 증여해 다른 상속인의 몫이 부당하게 줄어든 경우, 부족한 상속인은 유류분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직계비속(자녀)의 유류분은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입니다. 앞선 사례에서 상가 증여가 유효로 판단되더라도, 막내와 나머지 형제는 장남을 상대로 유류분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다만 유류분 청구에는 기간 제한이 있습니다. 증여 등이 유류분을 침해한다는 사실을 안 날부터 1년, 상속 개시일부터 10년이 지나면 청구권이 소멸합니다. 이 기간을 놓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정리하면, 치매 상태의 생전 증여를 다투는 방법은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의사능력 부재를 근거로 증여 자체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증여가 유효하더라도 유류분 반환을 청구하는 것입니다. 두 방법을 함께 검토해 두는 것이 실무적으로 안전합니다. 어느 쪽이든 증여 당시의 인지 상태를 보여주는 기록 확보가 출발점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