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이혼 분쟁의 전략 설계와 실전 해결을 돕는 소송전략가 김범수 변호사
자필로 작성한 유언장은 비용이 들지 않고 혼자서도 간편하게 남길 수 있어 많이 활용됩니다. 그러나 상담 현장에서 보면, 정작 상속이 개시된 뒤 자필 유언장의 형식 흠결로 인해 유언 전체가 무효로 판단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민법은 자필증서 유언의 요건을 매우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어, 요건 중 하나라도 빠지면 고인의 명백한 의사와 무관하게 효력을 인정받지 못합니다.
오늘은 가상의 사례를 통해 자필 유언장의 형식 요건과 흠결 시 발생하는 법적 쟁점을 차분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민법 제1066조는 자필증서 유언이 효력을 가지려면 다음 다섯 가지를 모두 갖추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를 보장하고 위조·변조를 방지하기 위한 규정으로, 판례는 이를 매우 엄격하게 해석합니다.
사례의 김정호 씨 유언장은 전문 자서, 성명 자서, 날인 세 가지는 갖추었으나 연월일과 주소가 빠져 있어 다섯 요건 중 두 가지를 충족하지 못했습니다.
결론부터 정리하면, 사례의 유언장은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대법원은 자필증서 유언의 요건을 흠결한 경우, 설령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가 객관적으로 명백하더라도 그 유언은 무효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요건 해석에 유연함이 적용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주소가 유언장 본문이 아닌 유언장을 넣은 봉투에 자서되어 있어도 유효하다고 본 사례가 있고, 날인 대신 무인(지장)을 사용한 경우도 유효하다고 인정됩니다. 그러나 사례처럼 날짜와 주소 자체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보완이 불가능합니다.
자필 유언이 무효로 판단되면, 유언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과 같이 취급되어 민법상 법정상속분에 따라 재산이 분배됩니다. 사례에서 김정호 씨의 자녀가 첫째 딸과 둘째 아들 둘뿐이라면, 유언의 의도와 무관하게 두 사람이 각각 2분의 1씩 상속하게 됩니다.
즉 "둘째 아들에게 전부 물려주겠다"는 고인의 뜻은 형식 흠결 하나로 실현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자녀들 사이에 법정 비율대로 재산이 나뉘는 것입니다. 둘째 아들로서는 아버지의 명백한 자필 의사를 증명할 수 있더라도 이를 유언으로 관철하기 어렵습니다.
이 경우 상속인들이 협의로 유언 취지를 존중하여 재산분할협의서를 작성하는 방법은 남아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상속인 전원의 합의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법정상속분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자필증서 유언은 간편하지만 그만큼 흠결 위험이 큽니다. 다섯 요건을 모두 정확히 기재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며, 작성 후 요건을 다시 한번 점검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재산 규모가 크거나 상속인 간 분쟁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공정증서 유언을 고려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공증인이 관여하므로 형식 흠결로 무효가 될 위험이 거의 없고, 사후 유언 검인 절차도 생략됩니다. 유언의 방식 선택은 가족 관계와 재산 상황에 따라 달라지므로, 작성 전 충분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민사·이혼 분쟁의 전략 설계와 실전 해결을 돕는 소송전략가 김범수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