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전문, 민사전문 변호사입니다
핵심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함정수사라고 해서 무조건 무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수사기관이 선을 넘은 위법한 함정수사로 판단되면, 공소제기 자체가 위법해져 공소기각 판결로 사건이 끝날 수 있습니다. 마약 사건에서 함정수사 위법성 다툼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최근 대마, 필로폰 등 마약류 사범 적발이 늘면서 수사기관의 잠입·유인 수사도 함께 증가하고 있습니다. 대검찰청 통계상 마약류 사범은 매년 2만 명 안팎으로 집계되고 있고, 그중 상당수가 온라인 거래와 함정수사를 통해 검거됩니다. 그만큼 함정수사의 적법성을 따져야 하는 사건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함정수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이 구분이 유무죄를 가르는 출발점입니다.
기회제공형 — 이미 범죄 의사를 가진 사람에게 단지 범행 기회만 제공한 경우. 적법한 수사로 봅니다.
범의유발형 — 범죄 의사가 없던 사람에게 수사기관이 적극적으로 범행을 부추겨 범의를 새로 만들어낸 경우. 위법한 함정수사입니다.
예를 들어 이미 필로폰을 상습 판매하던 사람에게 수사관이 구매자인 척 접근해 거래를 유도한 것은 기회제공형에 해당합니다. 반대로 마약과 전혀 무관하게 살던 사람에게 수사 협력자가 끈질기게 연락하며 "딱 한 번만 구해달라"고 집요하게 요청해 범행에 이르게 했다면 범의유발형으로 다툴 여지가 생깁니다.
법원은 단순히 "유도가 있었느냐"만 보지 않습니다. 실무에서 법원이 종합적으로 따지는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피고인에게 원래 범의가 있었는지입니다. 과거 동종 전력, 평소 마약 접촉 정황이 있었다면 범의가 인정되기 쉽습니다.
둘째, 수사기관이 개입한 정도와 방법입니다. 단순히 거래 상대가 되어준 수준인지, 아니면 반복적·적극적으로 설득하고 미끼를 던졌는지가 핵심입니다.
셋째, 유인의 경위와 범행 사이의 인과관계입니다. 수사기관의 개입이 없었다면 범행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 드러나면 위법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위법한 범의유발형 함정수사로 판단되면, 그에 기초한 공소제기는 그 절차가 법률 규정에 위반해 무효인 때에 해당합니다. 이 경우 법원은 유죄·무죄를 따지지 않고 공소기각 판결을 내립니다. 실질적으로는 처벌을 면하는 결과가 됩니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함정수사가 위법하다고 인정받는 사건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법원은 수사의 필요성을 고려해 기회제공형으로 넓게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막연히 "유도당했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고, 수사 협력자와의 대화 내용, 접근 경위, 설득의 강도 등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텔레그램 등 비대면 거래가 늘면서 수사기관의 잠입 수사도 정교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위장 계정 접근, 가상자산 결제 유도 등 새로운 형태의 함정수사 적법성이 더 자주 쟁점이 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특히 초범이거나 단순 호기심으로 접근했다가 검거된 경우라면, 범의유발형 여부를 면밀히 검토할 실익이 큽니다.
마약 사건은 증거 구조가 수사기관에 유리하게 짜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에 함정수사 쟁점은 피고인 측이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입증해야 비로소 다툼의 장이 열립니다. 수사 초기 진술 하나가 범의 인정 여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