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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가 만든 제품을 산 고객이 아니라, 그 옆에 있던 제3자가 다쳤습니다. 이 경우에도 제조사인 저희가 배상해야 하나요?"
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경기도에서 소규모 전자제품 조립업체를 운영하는 C 대표(52세)는 자사에서 제작한 온풍기를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구매자 D씨의 집에 방문했던 친구 E씨(34세)가 해당 온풍기의 내부 과열로 인한 화재에 휘말려 손과 팔에 2도 화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E씨는 온풍기를 구매한 적도, C 대표의 회사와 계약 관계에 있던 적도 없었습니다.
C 대표는 당연히 혼란스러웠습니다. "계약 상대방도 아닌 사람에게 왜 책임을 져야 하는 건가?" 많은 분들이 비슷한 의문을 품으실 겁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제조물 책임법(PL법)에 따라 계약 관계가 없는 제3자에게도 배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제조물 책임법(이하 PL법)은 2002년에 시행되었고, 2017년 개정을 통해 피해자 보호가 한층 강화되었습니다. 이 법의 가장 큰 특징은 계약 관계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제750조)을 넘어서, 제조업자에게 결함이 있는 제품으로 인한 손해에 대해 보다 엄격한 책임을 지우고 있습니다.
제조물 책임법 제3조 제1항
"제조업자는 제조물의 결함으로 생명, 신체 또는 재산에 손해를 입은 자에게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여기서 '손해를 입은 자'에는 구매자뿐 아니라 제품 사용 과정에서 피해를 본 모든 제3자가 포함됩니다.
즉, E씨처럼 제품을 직접 구매하지 않았더라도 결함 제품으로 인해 신체적 피해를 입었다면 제조사에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제3자가 제조사에 배상을 청구하려면 다음 세 가지가 입증되어야 합니다.
물론 모든 경우에 제조사가 무조건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닙니다. PL법 제4조에 따른 면책 사유가 있습니다.
위 사례에서 C 대표 측이 과열 방지 장치 없이 설계했고, 별도의 경고 문구도 부착하지 않았다면 면책이 인정되기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손해배상 청구 시효는 3년
피해자가 손해 및 배상 의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이내에 청구해야 합니다. 제품 공급일로부터 10년이 경과하면 청구권 자체가 소멸하지만, 신체에 축적되어 일정 기간 뒤에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그 증상이 발현된 날로부터 기산합니다.
제조사뿐 아니라 수입업자, 판매자에게도 청구 가능
PL법상 '제조업자'에는 실제 제조사, 자기 상표를 붙인 표시 제조업자, 수입업자가 모두 포함됩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배상 능력이 있는 쪽을 선택하여 청구할 수 있습니다.
증거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
결함 제품을 폐기하지 말고 반드시 보관하세요. 사고 현장 사진, 진단서, 소방서 화재 조사 보고서 등 가능한 모든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실무에서 보면, 제품을 버린 뒤 뒤늦게 소송을 제기하면서 입증에 큰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제조사라면 PL보험 가입을 적극 검토
제조물 책임보험(PL보험)에 가입하면 배상금과 소송 비용을 보험으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연 매출 10억 원 이하 중소기업의 경우 연간 보험료가 30만~100만 원 수준으로, 사고 발생 시 수천만 원에 달할 수 있는 배상금 리스크를 고려하면 합리적인 비용입니다.
다시 C 대표 사례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결국 E씨는 C 대표의 회사를 상대로 치료비, 일실수입, 위자료를 포함하여 약 8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C 대표 측은 E씨가 온풍기 앞에서 잠들었다는 점을 들어 과실상계를 주장할 수 있으나, 과열 방지 장치 미비라는 설계 결함이 인정된다면 제조사 책임이 상당 부분 유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함 제품으로 인한 피해는 구매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가족, 친구, 방문객, 심지어 지나가던 행인까지 피해자가 될 수 있고, PL법은 바로 그런 상황을 위해 마련된 법입니다. 피해를 입으셨다면 증거를 확보하고 가능한 빨리 법적 대응을 시작하시는 것이 가장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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