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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밍 성범죄 주장 사건 항거불능 인정 기준과 무죄 판단

2019노422
판결 요약
피해자가 외삼촌에게 오랜 기간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한 사건에서, 법원은 신빙성 있는 피해자 진술을 인정하면서도, 강간 및 준강간 쟁점에 대해 항거불능 상태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아 무죄로 판단하였습니다. 피고인의 폭력, 경제적 예속, 심리적 통제 등의 정황만으로는 항거불능에 이르지 않는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친족성폭력 #항거불능 #준강간 #심리적 위축 #경제적 예속
질의 응답
1. 가족관계에서 오랜 심리적 통제와 경제적 예속만으로 준강간죄(항거불능)가 인정될 수 있나요?
답변
장기간 심리적 통제와 경제적 예속만으로도 항거불능 상태가 반드시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피해자가 실제 항거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어야 합니다.
근거
대전고등법원 2019노422 판결은, 장기간의 폭행·폭언, 경제적 예속 등 정황만으로 항거불능이 인정된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실제로 피해자가 스스로 경제활동·사회활동을 영위해왔고, 구체적 증거가 미흡하다면 무죄라 판단하였습니다.
2. 과거에 지속적으로 폭행과 경제적 통제가 있었다면 이후의 성관계에서도 항거불능이 인정될 수 있나요?
답변
과거 폭행·통제 사실이 있어도, 범행 당시 피해자의 실제 상태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수준임이 합리적 의심 없이 입증돼야만 항거불능이 인정됩니다.
근거
대전고등법원 2019노422 판결은 피해자에 대한 폭행 및 예속·심리적 위축이 장기간 계속됐다 하더라도, 범죄 당시에는 피해자가 경제적·사회적으로 자립 가능한 상태였음을 근거로 항거불능을 부정하였습니다.
3. 피해자가 일상생활이나 사회적 활동을 영위해왔는데도 항거불능 인정이 가능한가요?
답변
피해자가 경제적 자립이나 사회적 활동을 자유로이 해왔던 경우, 심리적 항거불능 인정은 매우 제한적으로 판단됩니다.
근거
2019노422 판결에서 피해자가 자격증 취득, 아르바이트, 스포츠 취미 등 주도적으로 활동해 온 점을 들어 심리적 항거불능 인정은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4. 가족 간 성범죄에서 그루밍 범죄로 인정받으려면 어떤 요건이 필요한가요?
답변
그루밍 성범죄는 단지 길들임이나 통제가 있었다는 정황만으로는 부족하며, 관계의 성애화 · 은폐 및 통제 유지 등 구체적 단계 수반, 그리고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가 입증되어야 성립합니다.
근거
2019노422 판결은 피해자가 피고인의 성적 요구에 무조건 순응하게 된 사정만으로는 전형적 그루밍 성범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하였습니다.
5. 검사가 유사 사건에서 예비적으로 준강간 혐의를 추가하는 것이 법적으로 허용되나요?
답변
주위적 공소사실과 기본 사실관계가 동일하다면, 항소심에서도 예비적 공소사실로 준강간 추가가 허용됩니다.
근거
2019노422 판결은 형사소송법상 항소심에서도 공소사실의 동일성 범위 내에서 공소장 변경이 가능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 본 법률정보는 대법원 판결문을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정보 제공에 불과하며,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률적 판단이나 조언으로 해석될 수 없습니다.

판결 전문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친족관계에의한강간)[예비적죄명: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친족관계에의한준강간)]

 ⁠[대전고등법원 2021. 8. 20. 선고 2019노422 판결]

【전문】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검사

【검 사】

이종민(기소), 김재호(공판)

【변 호 인】

법무법인 와이케이 담당변호사 유상배 외 1인

【원심판결】

대전지방법원 논산지원 2019. 10. 23. 선고 2019고합29 판결

【주 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피해자가 공소사실 기재 각 일시경에 강간을 당하였다고 일관되게 진술하는 점, 참고인 진술 및 전문가 의견서가 피해자의 진술에 부합하는 점, 피고인의 폭력적 습벽을 확인할 수 있는 메시지 내용, 피해자의 경제적 예속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통장거래 내역 등의 객관적 자료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은 사실을 오인하고 강간죄의 폭행·협박의 정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2. 공소장 변경
검사는 당심에 이르러 종전 공소사실을 주위적으로 유지하면서, 예비적으로 죄명에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친족관계에의한준강간)"을, 적용법조에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5조 제3항, 제1항, 형법 제299조"를, 공소사실에 아래 3. 라. ⁠(1)항의 ⁠‘예비적 공소사실의 요지’와 같은 내용을 추가하는 공소장변경 허가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함에 따라 심판대상이 추가되었다.
아래에서는 원심의 무죄부분인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한 검사의 항소이유와 당심에서 추가된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하여 차례로 살펴본다.
3. 판단
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1) 관련 법리
법원은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피해자 등의 진술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논리성·모순 또는 경험칙 부합 여부나 물증 또는 제3자의 진술과의 부합 여부 등은 물론, 법관의 면전에서 선서한 후 공개된 법정에서 진술에 임하고 있는 증인의 모습이나 태도, 진술의 뉘앙스 등 증인신문조서에는 기록하기 어려운 여러 사정을 직접 관찰함으로써 얻게 된 심증까지 모두 고려하여 신빙성 유무를 평가하게 되고, 피해자를 비롯한 증인의 진술이 대체로 일관되고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경우 객관적으로 보아 도저히 신빙성이 없다고 볼 만한 별도의 신빙성 있는 자료가 없는 한 이를 함부로 배척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2도2631 판결 등 참조). 또한 그 진술이 주요 부분에 있어서 일관성이 있는 경우 그 밖의 사소한 사항에 관한 진술에 다소 일관성이 없다는 등의 사정만으로 그 진술의 신빙성을 함부로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8도12112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가) 피해자는 "1999년경 피고인이 논산 ◇◇아파트 후문 쪽에 있는 비디오가게를 인수하면서 ⁠‘집 나가서 생활하지 말고 비디오가게 맡아서 한 번 해보라’고 하여 비디오가게를 운영하며 가게 뒷방에서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 후 피해자가 남자친구를 만나는 것을 알게 된 피고인이 피해자를 강제로 피고인의 차량에 태워 갈대밭으로 이동하여 차를 세우고 피해자의 옷을 벗기려 하였고, 이에 피해자가 저항하자 피해자를 모텔로 데리고 가 피해자의 옷을 벗기고 베개로 피해자의 얼굴을 누르고, 주먹으로 허벅지를 때리며 강제로 성기를 삽입하여 첫 성관계를 가지게 되었다. 그 이후 피고인이 지속적으로 폭력을 행사하거나 폭언을 일삼아 겁이 났고, 피고인이 피해자의 외출 등을 통제하는 등의 이유로 피고인의 성관계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나) 피고인 및 변호인은, 피해자의 진술이 시간이 갈수록 구체화되고, 수사기관에서 하지 않은 진술을 법정에서 하는 등 피해자의 진술은 타인의 암시에 따라 구체화된 진술이거나 신빙성을 보강하기 위해 창작된 진술일 가능성이 높고, 진술분석전문가들도 피해자의 진술은 실제 경험에 근거한 진술이라고 보기에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한 점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해자의 위와 같은 진술은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신빙할 수 있다.
① 피해자의 진술이 법정에 이르러 일부 추가되거나 구체화된 측면이 없지 않으나 수사기관에서부터 당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해자 진술의 주된 내용은 "1999년경 피고인의 강압에 의해 피고인과 첫 성관계를 하게 되었고, 그 이후 피고인이 지속적으로 폭력을 행사하거나 폭언을 일삼아 겁이 나는 등의 이유로 피고인의 성관계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으로 진술의 주된 내용은 변함이 없고 일관된다. 피해자는 1999년경의 첫 성관계를 비롯하여 이 사건 각 공소사실에 기재된 성관계 당시의 상황과 감정 등에 대하여도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다.
② 피해자는 1999년경 최초의 강간 피해를 당한 후 지속적으로 피고인과 원치 않는 성관계를 갖게 되었음에도 피고인을 신고하거나 고소하지 않고 있다가 2018년경 수영장을 다니면서 알게 되어 호감을 갖게 된 공소외 1이 피해사실을 수사기관에 신고할 것을 권유하여 비로소 피고인을 수사기관에 고소하였다. 1999년경 피해자는 뚜렷한 직업이나 보호자 없이 부모형제와 떨어져 살았고, 만 19세로 당시 법령에 따르면 미성년자였다. 근친상간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피해자는 외부로 피해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했을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는 신고의 경위에 관해 "피고인이 외삼촌이어서 피해자와 피고인 모두와 친인척 관계로 있던 어머니(피고인의 누나), 남동생, 외할머니, 친할머니 등 모두에게 말할 수 없는 고립상태에 있었으나 믿음이 갔던 공소외 1의 권유에 용기를 얻어 신고를 하였다."고 진술하고 있어 신고의 경위 또한 충분히 납득이 간다. 또한 피해자가 피고인을 무고할만한 동기도 발견되지 않는다.
③ 임상심리전문가 공소외 4는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신빙성이 높다는 취지의 심리학적 평가의견서를 제출하였고, 전문심리위원 공소외 2 역시 그가 제출한 의견서에서‘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1999년경 처음 있었던 성관계는 피고인의 폭행·협박에 의한 것이라는 취지의 피해자 진술에서는 신빙성을 부정할 만큼 비논리적이거나 비상식적인 요소를 발견할 수 없었고, 피해자의 진술은 실제 경험한 사실에 대한 기억에서 인출된 것일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다.’고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④ 피해자는 20대 후반경부터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직접적으로 폭력을 행사한 적은 없다는 불리한 사실도 솔직하게 진술하였고, 1999년경 강간 피해에 관한 진술은 사건 발생일로부터 대략 20여년이 경과한 시점에서의 진술이므로 핵심적인 사항을 제외한 구체적 정황에 관해서는 흐려진 기억을 떠올리는 과정에서 다소 불완전하게 진술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⑤ 피해자의 진술이 피고인 측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객관적 정황과 일부 불일치하거나 시간이 지날수록 구체화되는 점이 있다 하더라도 그 내용들은 피해사실의 중심이 되는 내용(차로 이동하여 차 안에서 성폭행을 시도하였고, 저항하자 모텔로 데리고 가 성폭행을 하였다)을 보충하는 지엽적인 부분에 관한 것에 불과하다.
 ⁠(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진술을 신빙할 수 없고, ⁠‘자신은 피해자와 마치 연인과 같은 관계로 지냈고, 1999년 가을경 피해자와 합의하에 첫 성관계를 하였으며, 그 이후로도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성관계를 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의 주장은 원심과 당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
① 피고인과 피해자는 외삼촌과 조카 사이로 서로 알고는 있었으나 친하거나 1999년경까지 자주 왕래하는 사이는 아니었다. 그런데 남자친구가 있던 피해자가 피고인의 비디오가게에서 일을 시작한 지 몇 달 되지 않은 시점에서 자신보다 14살이 많은 친족관계에 있던 피고인을 이성으로 호감을 느끼고 상호 합의하에 성관계를 하였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② 피고인도 수사기관에서 첫 번째 성관계 이전에 피해자에게 애정이나 호감을 표시한 바는 없고, 피해자와 처음 성관계를 가질 때까지 피해자를 좋아하는 감정은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③ 피고인과 피해자가 함께 찍은 사진 또는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서로 주고 받은 애정표현이 담긴 메시지나 편지처럼 피고인과 피해자가 연인과 같은 관계로 지내왔다는 것을 인정할만한 자료도 없다.
나. 인정사실
위와 같은 신빙성 있는 피해자의 진술을 포함하여 원심 및 당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피해자의 성장과정
피해자는 초등학교 3학년 때 부모가 이혼하고 아버지의 손에서 자라던 중 중학교 1학년 때 아버지가 사망하였고, 이후 거처를 옮겨 남동생과 함께 논산의 친조모의 집에서 기거하면서 중학교를 다녔다. 남동생은 그가 중학생일 때 친모를 따라가 울산으로 주거를 옮겼으나 피해자는 친모를 따라가지 않고 논산 친조모의 집에 남았다. 이후 피해자는 고등학교에 진학을 하였으나 중간에 자퇴를 한 후 친조모의 집에서 지내다가 수원으로 올라가 1년 정도 삼성 공장에서 일을 하였으나 교통사고로 몸을 다쳐서 일을 그만두고 1999년경(당시 피해자는 만 19세였다) 다시 논산으로 돌아왔다.
(2) 피고인과의 만남과 성폭행
피해자의 외삼촌인 피고인은 1999년경 논산에서 거주하면서 목수 일을 하고 있었는데 비디오가게 운영을 계획하면서 피해자에게 자신이 운영하는 비디오가게에서 일할 것을 제안하였다. 피해자는 이를 수락하여 비디오가게에 딸린 방에서 숙식하면서 비디오가게에서 일을 하였다. 일을 시작한 지 몇 달 지나지 않은 1999년 가을경 피고인은 피해자가 남자친구를 만나는 것을 알게 되자 피해자를 피고인의 차에 태워 갈대밭으로 데리고 가 차 안에서 성폭행을 하려 하였으나 피해자가 저항하자 인근 모텔로 데려가 베개로 피해자의 얼굴을 누르고 주먹 등으로 피해자의 허벅지를 때리는 폭력을 행사하여 피해자를 간음하였다.
(3) 피해자의 거처
피해자는 비디오가게에 딸린 방에서 숙식을 해결하였으나 위와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를 성폭행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피고인의 부모와 피고인이 함께 거주하던 집(이하 ⁠‘피고인의 집’이라 한다)으로 주거지를 옮겼고 그 무렵부터 고소를 한 후 피고인의 집을 나온 2018. 11.경까지 피고인의 집에서 피고인과 함께 거주하였다.
(4) 피고인과 피해자의 성관계
피고인은 첫 번째 성폭행 이후 2018. 5.까지 피해자와 이 사건 주위적 및 예비적 공소사실의 성관계를 포함하여 피해자가 20대일 때에는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피해자가 30대일 때에는 분기에 한번 또는 일 년에 한두 번 정도로 하여 100여 회 이상 성관계를 가졌다.
피해자는 첫 번째 성폭행 이후 피고인과의 성관계를 적극적으로 거부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피고인의 항문 성교 요구나 나체사진을 찍자는 요구에는 강하게 거부를 하였다.
(5) 피해자의 경제활동 등
① 피해자는 고등학교 중퇴 후 친조모의 집에서 지내다가 수원으로 올라가 1년 정도 삼성 공장에서 일을 하였다.
② 피해자는 1999년경부터 2009년경까지 피고인이 운영하는 비디오가게에서 일을 하였다. 피해자는 위 기간 동안 급여로 피고인으로부터 처음에는 월 30만 원 정도를 받았으나 이후 월 50만 원, 월 80만 원, 월 120만 원으로 점점 올려 받았으며 그 외의 별다른 수입은 없었다.
③ 피해자는 2009년경 비디오가게 일을 그만 둔 후 1~2년 정도 경제활동 없이 집안일 등을 하면서 지냈다.
④ 피해자는 2011년~2012년경은 신발가게에서 아르바이트 활동을 하였다.
⑤ 피해자는 2014년~2015년경에는 한의원이나 장애인 근로공단을 다녔고 급여는 월 50만 원 또는 월 100만 원을 조금 넘었다.
⑥ 피해자는 2017년~2018년경 간호조무사로 □□병원에 근무하였고, 급여는 월 150~160만 원 정도였다.
⑦ 피해자는 피해자 명의의 은행계좌, 증권계좌 및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다. 피해자는 피고인의 집에서 함께 생활하기는 하였지만 비디오가게를 그만 둔 이후에는 피고인으로부터 일 년에 한두 번 용돈으로 5만 원 또는 10만 원 받은 것이 전부였다. 피해자는 운전면허 취득비용, 간호조무사 학원비, 한식조리사 자격취득과정 비용 등을 스스로 번 돈으로 충당하였다.
⑧ 피고인은 2016년경 피고인 소유의 원룸 건물을 신축하였고, 그 원룸의 관리업무(수도, 전기 요금 납부, 관리비 및 월세징수 등)는 피해자가 주로 맡아서 처리하였다.
(6) 경제활동 외의 피해자의 일상생활
① 피해자는 피고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대 중반 쯤에 운전면허를 취득하였고, 피고인을 대신해 운전한 적도 있으며, 30대 때에는 피고인의 코란도 승용차를 직접 운전하여 수영장을 다니거나 모임에 나가기도 하였다.
② 피해자는 2014년 봉제학원을 다녔고, 2015년경에는 검정고시에 합격하기도 하였으며, 2015년~2016년경에는 한식조리사 자격취득과정을 수료하고 간호조무사 자격을 취득하기도 하였다.
③ 피해자는 허리가 좋지 않아 취미활동으로 수영을 시작하였는데 대략 7~8년 정도를 하였고, 2013년과 2016년에는 논산시장기 수영대회에 참가하여 메달을 수상하기도 하였으며, 스킨스쿠버, 수영장 회원들과 모임을 가지기도 하였다. 2018년에는 마라톤대회에 참가하기도 하였다.
(7) 피해자에 대한 정신의학적 감정결과
당심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공소외 3은 피해자에 대하여 정신감정을 하였는데 피해자에 대한 정신의학적 감정보고서(심리학적 평가보고서 포함)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인지 및 사고 영역에서 전체지능지수(FSIQ) 92로 비슷한 연령과 비교했을 때 ⁠「평균」수준에 해당되는 지적기능을 나타내고 있다.
② 사고영역에서 주어진 외부 자극 간의 관계를 부조화스러운 조합으로 결합하는 양상을 빈번하게 보이고, 질적인 측면을 살펴보면, 자신이 연루되어 있는 사건이나 상황이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에 대한 염려와 수치심, 두려움이 만연한 것으로 파악된다.
③ 정서적 측면에서 장기간 만성적인 우울감이 만연해 왔던 것으로 파악되며, 불행감과 동기 저하를 비롯해 갈수록 대처기능과 자신감이 저하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④ 대인관계 및 자기개념을 살펴보면, 다른 사람과 가까워지기를 바라며 정서적 교류를 통해 애정을 나누고 싶은 욕구가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며, 책임감 있고 착실하게 생활을 꾸려나가고 싶은 소망과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현재 자신이 타인보다 열등하고, 결함이 많으며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자책감이 더해져 긍정적인 대인관계를 형성해 나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두드러지게 저하되어 있는 상태로 보인다.
⑤ 피해자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지속적 우울장애, 경계선 성격장애를 가진 것으로 판단된다.
⑥ 피해자는 위축형 경계선 성격장애의 특성을 보이는데, 불안정한 자아상과 지속적 정서문제로 원만한 대인관계의 형성을 어려워한다. 따라서 사회적으로 위축된 특성이 있고 겉보기에는 간단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취미생활을 즐기기도 하나 오래 지속하기는 어렵고, 특정 대상에게 의존하고 무조건적으로 따르거나 가학·피학적 관계를 맺기도 한다.
다.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한 판단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아래와 같은 사정을 들어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가) 공소사실 제1, 2, 4, 5항 부분에는 위 각 공소사실 일시경 피고인이 피해자와 성관계를 갖는 것과 관련하여 피해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하였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피고인과 피해자는 위 공소사실 무렵 목적지에 도착하여 횟집에서 저녁을 먹고, 호텔이나 모텔에 투숙하여 잠을 자고 영화를 보고 피고인이 씻고 오라하여 피해자가 씻은 뒤 성관계를 하였다는 것으로 피고인이 피해자와 성관계를 갖기 위해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하거나 반항이 현저하게 곤란한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을 하였다고 볼 수 없다.
공소사실 제3항 부분과 관련하여 피해자가 피고인과 성관계를 할 것을 알면서 피고인과 함께 호텔로 간 후 부근 횟집에서 식사를 하고 다시 호텔에 돌아갔던 점, 피해자가 씻으라는 피고인의 말에 따라 씻은 후 피고인과 성관계를 가졌던 점에 비추어 보면, 공소사실 제1, 2, 4, 5항과 달리 공소사실 제3항 무렵에만 피고인이 호텔에서 소리를 지르고 욕하고 물건을 집어던지는 행위를 하였다는 피해자의 진술은 이를 그대로 믿기가 어렵고 설사 피고인이 피해자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피고인의 말에 따라 씻은 후 피고인과 성관계를 가졌던 점을 감안하면 피고인의 그와 같은 행위로 피해자가 반항을 억압당하거나 반항이 현저하게 곤란한 상황에서 피고인과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나) 피해자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를 1999년경 강간하였고, 피해자를 20대 초반까지 지속적으로 폭행하였으며, 피해자에게 20대 중반부터는 폭행 대신에 수시로 폭언을 하고 물건을 부수고 집어 던지는 행동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러한 행동들이 이 사건 각 공소사실 일시경까지 피고인의 성관계 요구에 대한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하거나 현저하게 곤란하게 할 정도로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었던 것으로 보기 어렵다. 또한 피해자가 2009년 이후 꾸준히 직업을 가지고 직장생활을 하여 왔던 점을 감안하면, 피해자가 이 사건 각 공소사실 무렵 경제적으로 피고인에게 의존하거나 예속되어 있어 피고인에게 반항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하게 곤란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2) 이 법원의 판단
 ⁠(가) 강간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를 것을 요하고 있으므로(대법원 1992. 4. 14. 선고 92도259 판결, 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도2611 판결 등 참조), 주위적 공소사실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성관계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졌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는 폭행·협박이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어야 한다.
 ⁠(나) 피고인의 피해자에 대한 폭력과 관련한 원심 및 당심 법정에서 피해자의 진술과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은 다음과 같다.
○ 피해자의 진술 "친구랑 나가가지고 늦게 들어왔을 때 비디오가게 안에서 맞은 적이 있고, 재떨이 갖다가 머리 가격당하기도 했다. 폭행의 빈도는 1년에 1, 2번 정도.. 어릴 때(20대 초중반)는 말을 안 듣는다고 주먹 갖다가 팔 같은 데 때리고 허벅지 같은 데 자주 때렸어요. 20대 후반(대략 2007 ~ 2008년경)부터는 피고인이 폭행한 바는 없다." "20대 중후반까지 팔과 다리를 주먹으로 때리는 등 폭행, 폭언과 욕설, 물건을 집어던지는 등 강압적인 분위기를 만들었고, 거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 다시 폭언과 욕설을 하여 순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20대 후반경부터 폭행은 없었으나 제(피해자)가 순응을 안하거나 본인 기준에 못미쳤을 때 화를 내거나 본인이 얘기를 했는데 갑자기 제가 토를 달거나 했을 때 화를 냈습니다. 욕설을 하고 화가 나면 물건을 집어던지는데 주전자든 의자든 전기그릴이든 컵이든 그리고 문을 부수듯이 닫았다 열었다 쾅쾅 거립니다." ○ 피해자가 2018. 11.경 가출한 이후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보낸 문자 내용 "내가 성격 나쁜건 생각 안하고 너만 머라고 했다. 밥상 압(앞)에 놓고 부수고 욱(윽)박지르고 하면 안되는 행동인줄 알면서 언제부턴가 습간(관)이 되어버렸구나"
위와 같은 진술과 메시지에 의하면 피고인은 피해자가 20대 초중반 때까지 말을 안 듣는다는 등의 이유로 피해자에게 폭력을 행사하기는 하였으나 피해자가 20대 후반 무렵부터는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화가 나면 욕설을 하거나 물건들을 집어 던지는 등의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
 ⁠(다) 위에서 인정되는 사실과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의 성관계는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 성관계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원심이 판시한 사정들에다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더하여 보면,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과 같은 성관계가 있을 무렵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협박을 하였고, 그 폭행·협박이 간음의 수단이 되었다는 점에 대하여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한 원심의 판단은 충분히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검사가 주장하는 것과 같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잘못은 없다. 따라서 검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
①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 일시경에는 성관계를 강요하기 위한 피고인의 직접적인 폭행이나 협박은 없었고, 어릴 때 폭행이나 평소의 폭언, 화가 나면 물건을 던지는 습성 때문에 두려워서 성관계에 응했다는 것이다.
② 폭행·협박과 간음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는 경우, 가해자의 폭행·협박으로 인해 피해자의 항거가 현저히 곤란해진 상태가 간음의 시점까지 계속되었다고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1999년경 피고인의 성폭행은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 일시로부터 약 15년이 넘은 과거의 일이다. 또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한 것은 1년에 1, 2회 정도였고, 그 빈도는 점점 줄어든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가 20대 후반이 된 때(대략 2007년~2008년)에는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하지도 않았다. 더욱이 이 사건 각 공소사실 범행일시인 2015. 5.경부터 2018. 2.경 사이에는 피고인이 성관계와 관련하여 직접적으로 피해자의 신체를 폭행하거나 협박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성폭행과 간헐적 폭행 당시에는 피해자가 항거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의 간음행위가 있을 무렵까지 그 상태가 계속되었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고, 피고인의 폭행으로부터 외포된 심리 상태가 어느 정도 회복할 만한 충분한 시간적 간격이 있었다 할 것이다.
③ 피해자가 30대에 이른 이후에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 일시에 근접한 시기에 피고인은 피해자를 무시하는 발언을 하거나 피해자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물건을 부수거나 던지는 등의 행위를 한 사실은 있으나 이는 성관계와 무관한 다른 일상생활 과정에서 일어난 폭력에 불과하다. 피고인의 위와 같은 간헐적인 폭력행위들이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인 2015. 5.경부터 2018. 2.경 사이에 있었던 간음의 직접적 수단이 될 정도로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고, 위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들이 객관적으로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협박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④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 제3항과 관련하여, 피해자는 제1회 경찰 조사에서는 이 부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였으나 제2회 경찰 조사에서 "호텔에 들어가서 피고인이 먼저 잠이 들었고, 저는 방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서 TV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 이후 피고인이 잠에서 깨더니 저보고 샤워를 하라고 해서 샤워를 하고 나오면 피고인이 침대로 불러서 침대에 누우면 피고인이 제 질 속에 약을 넣고 강제로 성관계를 했습니다. 대응을 하면 피고인이 소리 지르고 욕 하고 물건 집어 던지고 해서 무서워서 아무 대응도 할 수 없었습니다."라고 진술하였고(증거기록 제1권 제92, 93쪽), 원심 법정에서는 "그때쯤에 피고인이 ⁠‘원룸이 완공돼 가지고 힘들다’고 ⁠‘한 번 가야 된다’고 했던 때인 것 같습니다. 제가 ⁠‘몸이 안좋다’고...(하자) ⁠‘여자들 마법이라고 하면은 임신 안하고 좋겠다’고 ⁠‘가자’고 그런 식으로 얘기를 했습니다. 호텔에 간 이후에는 매번 같은 패턴인데, 술 마시고 밥 먹고 들어가서 옷 벗으라고 그러고 씻고 눕습니다.", "공소사실에 기재된 5회의 성관계 당시 피고인에게 ⁠‘성관계 하기 싫다’고 명시적으로 말하거나 거부한 적이 없습니다."라고 진술하고 있어(공판기록 제1권 제188, 189쪽, 205쪽),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 제3항에 부합하는 피해자의 제1회 경찰 진술조서의 진술은 이를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라) 소위 ⁠‘그루밍(Grooming, 성적 길들이기)’ 성범죄인지 여부
검사는 항소이유서에서, 피고인이 1999년경 당시 만 19세였던 피해자를 자신이 운영하는 비디오가게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일하게 함으로써 경제적·생활적으로 피고인에게 예속시키고, 그 무렵 피해자를 모텔로 끌고 가 베개로 얼굴을 누르는 등의 유형력을 행사하여 강간한 후 피해자를 피고인의 집에 살게 하면서 피해자의 생활을 통제하고 평소 욕설을 하고 물건을 던지는 등 겁을 주는 방법으로 피고인에게 쉽게 저항하지 못하는 상태를 만든 다음 이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5회에 걸쳐 강간한 것으로, 이 사건은 그루밍 성범죄에 해당하여 피고인에게 강간죄가 성립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검사가 주장하는 위와 같은 사정들에는 강간죄를 구성하는 항거가 곤란한 정도의 구체적 폭행·협박에 관한 사실들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검사가 주장하는 위 사정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하는 준강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주장으로 보인다. 따라서 검사의 위와 같은 항소이유는 이 법원에서 공소장변경으로 추가된 예비적 공소사실인 준강간의 점에 대하여 판단하면서 살펴보기로 한다.
라.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한 판단
(1) 예비적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피해자 가나다(가명, 여, 1979. 9. 20.생)의 외삼촌이다. 피해자는 초등학교 3학년 때 부모가 이혼하고 아버지의 손에서 자라던 중, 중학교 1학년 때 아버지가 사망하게 되어 가족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홀로 지내게 되었다.
피고인은 1999년경 조카인 피해자(당시 만 19세)가 공장에서 일하다가 교통사고로 인해 일을 그만두고 지인의 집을 전전하며 생활하는 것을 알게 되어 피해자를 자신이 운영하는 비디오가게에서 거주하며 일할 수 있도록 하였고, 그 무렵 피해자가 남자친구를 만나는 것을 알게 되자 피해자를 피고인의 승용차에 태워 인근 모텔로 끌고 가 피해자에게 ⁠‘좋아한다, 왜 나를 두고 바람을 피우냐’라고 하며 베개로 피해자의 얼굴을 누르고 주먹으로 피해자의 허벅지를 수회 때리고, 피해자를 1회 간음한 이후 피해자를 논산시 ⁠(주소 생략)에 있는 피고인의 집으로 데려와 거주하게 하면서 피고인에게 경제적으로 예속된 피해자에게 집안일을 하게 하고 외출 등을 통제하는 한편, 피해자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해자에게 욕설을 하거나 물건을 던지는 등 피해자에게 겁을 줌으로써 피해자로 하여금 피고인을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감시자로 생각하게 하고 피고인에게 반항하지 못하고 피고인의 말과 행동에 절대적으로 복종하게 하였다.
피고인은 2015. 5. 3.경 충남 보령시 ⁠(이하 생략)에 있는 ⁠‘○호텔’ 내 호수 미상 객실에서, 위와 같이 1999년경부터 지속되어 온 경제적 예속과 심리적 외포에 의해 피고인의 지시나 요구를 거절하거나 저항할 수 없었던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의 옷을 벗기고 피해자의 음부에 피임약(약품명 생략)을 넣은 후 피해자의 몸 위에 올라타 성기를 피해자의 음부에 삽입하여 1회 간음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친족관계인 항거불능 상태의 피해자를 간음한 것을 비롯하여 그 무렵부터 2018. 2.경까지 사이에 같은 방법으로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총 5회에 걸쳐 친족관계인 항거불능 상태의 피해자를 간음하였다.
(2) 이 사건 예비적 공소사실 추가의 적법 여부
 ⁠(가) 피고인 및 변호인은 당심에 이르러 예비적으로 추가된 공소사실의 경우 공소장변경의 한계를 일탈하였고, 공소시효가 지난 사실관계를 공소장에 기재한 것은 부적절하며 피고인의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약한다고 주장한다.
 ⁠(나) 형사소송법 제298조 제1항은 ⁠‘검사는 법원의 허가를 얻어 공소장에 기재한 공소사실 또는 적용법조의 추가·철회 또는 변경을 할 수 있다. 이 경우에 법원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해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 허가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검사의 공소장변경 허가신청이 공소사실의 동일성의 범위 안에 있으면 법원은 이를 허가하여야 한다. 그리고 그 허가요건인 공소사실의 동일성은 그 사실의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하면 그대로 유지되고, 이러한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을 판단하는 때에는 그 사실의 동일성이 갖는 기능을 염두에 두고 피고인의 행위와 그 사회적인 사실관계를 기본으로 하되 규범적 요소도 아울러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 11. 10. 선고 2016도7886 판결 등 참조). 한편, 형사소송법 제370조에 따라 항소심에서의 공판절차에도 위 형사소송법 제298조 제1항이 준용되지만 공소장변경의 시기에 관하여는 별도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변경된 공소사실이 변경 전의 공소사실과 기본적 사실관계에서 동일하다면 그것이 새로운 공소의 추가적 제기와 다르지 않다고 하더라도 항소심에서도 공소장변경을 할 수 있다(대법원 2017. 9. 21. 선고 2017도7843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추가된 예비적 공소사실과 주위적 공소사실은 그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관계인 범행의 일시, 장소, 피해자가 동일하고, 피해법익 및 죄질도 별다른 차이가 없어 규범적으로 보아도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있다고 보이므로 위 공소장변경 전후의 공소사실은 상호 동일성이 인정된다.
 ⁠(다) 검사가 기소한 이 사건 예비적 공소사실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는 자를 간음하는 준강간의 점이고,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경제적 예속과 심리적 외포 상태에 있었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비록 공소시효가 지난 사실이기는 하지만 피고인과 피해자의 최초 성관계가 어떻게 일어났고, 그 이후 어떠한 경제적 예속이나 심리적 외포 상태에 있었는지 등을 주변 사정을 들어 설명할 필요가 있고, 그러한 기재는 범죄구성요건을 밝히는 것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예비적 공소사실이 불분명하다거나 피고인의 방어권행사를 지나치게 제약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라) 따라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3)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
 ⁠(가) 관련 법리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를 형법 제297조, 제297조의2, 제298조의 강간, 유사강간 또는 강제추행의 죄와 같이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항거불능의 상태라 함은 형법 제297조, 제297조의2, 제298조와의 균형상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 때문에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의미한다(대법원 2017. 5. 11. 선고 2017도1793 판결 참조).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이러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유죄의 의심이 든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2. 9. 1. 선고 92도1405 판결, 대법원 2017. 10. 31. 선고 2016도21231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이 사건 예비적 공소사실과 관련하여 피해자는 원심 및 당심 법정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한 최초 성폭행, 20대 중후반까지 이어진 폭행, 그 이후에도 계속 이어진 폭언과 난폭한 행동들로 인해 피고인의 집을 떠날 수 없었고, 이 사건 예비적 공소사실 당시까지도 성관계를 거부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피고인의 집으로 끌려서 들어갔고, 친인척으로부터 강간을 당한 것이 너무 어렵고 누가 알까봐 신고를 못했으며, 20대 중후반까지 팔과 다리를 주먹으로 때리는 등 폭행, 폭언과 욕설, 물건을 집어던지는 등 강압적인 분위기를 만들었고, 거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 다시 폭언과 욕설을 하여 순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평상시에도 피고인은 외출을 통제하였고, 피고인의 성격이 도망가면 끝까지 찾아올 성격이라 무서워서 도망가지 못하고 피고인의 집에 계속 머물 수밖에 없었다." "이 사건 각 공소사실 범행 시 피고인에게 성관계를 하기 싫다고 명시적으로 거부한 적은 없다. 다만 어릴 때 맞은 폭행이나 폭언, 모든 물건을 던지는 그 습성 때문에 두려워서 성관계에 응했다."
형사정책연구원에 근무하는 당심 증인 공소외 5는 당심 법정에서 ⁠‘피해자가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영위했다는 것이 심리적으로 취약하지 않다는 증거가 될 수 없고, 성폭력과는 별개로 봐야 된다. 친족간의 성폭력 이후 오랜 길들여짐, 잔소리, 폭력적 행동 등을 통해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통제해 왔으므로 이 사건 성폭력 당시 피해자는 심리적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었을 것이다’라고 진술하였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당심 증인 공소외 3은 당심 법정에서 ⁠‘경계선 성격장애를 가진 피해자가 학습된 무기력 상태에 빠지게 된다면 어느 순간부터는 어떤 구체적인 물리적 폭행, 협박이 없는 상황에서도 그 비슷한 상황에 처하면 심리적인 항거불능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고 진술하였다.
위와 같은 피해자의 진술, 당심 증인 공소외 5, 공소외 3의 일부 진술, 피해자에 대한 정신의학적 감정결과 등에 의하면, 이 사건 예비적 공소사실 기재 일시 무렵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 인정사실 및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예비적 공소사실 기재 각 일시 무렵에 피해자가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있었음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
① 피해자는 1999년경부터 2012년경까지 피고인의 집에서 거주하고 피고인이 운영하는 비디오가게에서 일하는 등 경제적으로 의존관계였던 것으로 보이나 각종 자격증을 취득한 이후인 2015년경부터는 급여의 액수 등을 고려할 때 자립이 가능할 정도의 독자적인 경제적 능력을 갖추고 생활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예비적 공소사실 당시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경제적으로 예속된 관계에 있었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또한 피해자가 성관계를 거부할 경우 피고인이 경제적 지원을 끊겠다거나 집에서 나가라는 등의 협박을 한 정황도 보이지 않는다.
② 이 사건 예비적 공소사실 범행 일시경인 2015년~2018년 무렵 피해자는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각종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수영장 회원들의 모임에도 참석하고, 마라톤 대회에 참석하거나 수영대회에 나가 메달을 받기도 하는 등 지적 능력, 신체적 능력 측면에서 피고인에게 의존하던 20대 때와는 달리 독립적이고 진취적인 면을 보이고 있다. 또한 피해자는 피고인의 변태적 성관계 요구나 나체사진의 촬영 요구를 거부하기까지 하였다. 원심 증인 공소외 1은 피해자가 일반적인 그 연령대에 비추어 경제력이 부족해 보였고,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집에 빨리 들어가야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진술하였으나 이는 증인의 주관적 느낌에 불과하다. 또한 2014. 10. 25.경부터 2018. 12. 19.경까지 피고인의 통화내역이 총 1,872건이 확인되었는데, 이 중에서 피해자와의 통화기록은 53건이고, 각 통화시간은 짧게는 3초에서 길게는 36초에 불과하였다. 2016년 말~2017년 초 피고인의 집을 리모델링을 해서 약 한 달 동안 피해자는 피고인의 집을 떠나 직장동료의 집에서 생활하기도 하였는데 피해자는 집 리모델링이 끝난 후 다시 자발적으로 피고인의 집으로 들어가서 함께 살았다.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예비적 공소사실 당시 피해자가 자율적인 판단과 의사결정이 곤란할 정도로 피고인에게 억압당하였거나 통제된 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기 어렵고, 설령 통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가 피고인의 성관계 요구에 항거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③ 피해자에 대한 폭행은 피해자가 20대 중후반이 될 때까지 1년에 1, 2번 정도 주먹으로 팔과 허벅지를 때리는 정도였으며, 피해자가 30대가 된 이후로는 신체적 폭행은 없었다. 이 사건 예비적 공소사실 범행일시인 2015년~2018년 당시 피해자는 30대 중후반이었고, 피고인이 신체적 폭행을 멈춘 후 적어도 6~7년이 경과한 시점이었다. 당시 피고인의 폭행은 피해자가 거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 피해자를 무시하는 발언을 하거나 물건을 부수거나 던지는 등의 행위를 한 정도에 불과하다. 피해자가 피고인의 조카이고, 과거에 성폭행을 당한 적이 있으며, 20대 때까지 간헐적으로 폭행을 당했던 관계였고, 피해자가 경계선 성격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통상적으로 정상적인 지적능력을 갖고 있고, 이 사건 예비적 공소사실 무렵인 30대 중반에는 활발한 신체활동과 사회활동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피해자가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동만으로 심리적으로 항거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빠졌다고 보기 어렵다.
피해자의 친구인 공소외 6은 수사기관과의 통화에서 "당시 피해자가 피고인을 무서워하거나 두렵다는 얘기는 전혀 안 했고, 저도 그런 느낌은 못 받았어요. 피해자랑 같이 있으면서 ⁠(일찍 들어오라는) 연락이 오거나 그런 적은 없었던 것 같고, 무엇보다 피해자가 그런 얘기를 하지 않으니까 저는 있었어도 몰랐겠지요. 당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집착이나 이상한 행동을 한 사실은 없어요."라고 진술하였다. 비디오 유통을 하며 피고인의 비디오가게에 왕래하였던 공소외 7도 원심 법정에서 "피해자가 비디오가게에서 일할 때 피고인에 대해서 심리적으로 위축되거나 겁을 먹거나 한 부분은 전혀 못 느꼈습니다."라고 진술하여 피해자가 심리적으로 항거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있지 않았다는 사정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④ 전문심리의원 공소외 2도 ⁠‘이미 한 번의 성 접촉, 두 사람이 친족관계에 있다는 사실, 그리고 피해자가 피고인의 통제 하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성 접촉에 어려움이 없었고, 주어진 자료들을 종합할 때, 적어도 이 사건의 종반부에서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정신적으로 완전히 억압되어 있었다고 보기에 무리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또한 당심 증인 공소외 3은 당심 법정에서 ⁠‘피해자가 경계선 성격장애가 있고, 이러한 사정이 피해자의 무기력증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19년 동안 이어지는 이런 성관계에 대해서 저항을 할 수 없었다고 볼 가능성도 충분하나 아닐 가능성도 있다’고 진술하였다. 이러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피해자는 이 사건 예비적 공소사실 당시 심리적으로 항거가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⑤ 이 사건 예비적 공소사실의 범행이 검사의 주장과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를 길들여 성폭력을 하는 데 용이하게 하거나 은폐하는 행위를 하여 피해자의 항거불능상태를 이용한 소위 그루밍 성범죄에 해당하는지에 대하여 살펴본다.
일반적으로 그루밍이란, 가해자가 피해자를 길들여 성폭력을 용이하게 하거나 은폐하는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 가해자가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고립되어 있거나 자기 확신감이 낮은 등 취약점이 있는 아동 또는 청소년을 표적으로 삼는 과정(표적선정), ㉡ 아동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아동이 원하는 것을 찾아내어 충족시켜줌으로써 보호자에 상응하는 역할을 하여 보호자들의 의심이나 걱정을 피하는 과정(신뢰얻기, 욕구충족), ㉢ 가해자가 아동과 둘만의 특별한 비밀을 만드는 과정(피해자 고립시키기), ㉣ 가해자가 충분한 정서적 의존과 신뢰감이 형성되었다고 느끼고, 점진적으로 피해자와의 관계를 성적인 것으로 만들어가며 성적 자극의 강도를 높이는 과정(관계의 성애화), ㉤ 성폭력이 시작된 이후 비밀유지 및 성적인 관계의 유지를 위해 피해자를 비난하고 두 사람의 관계가 끝나면 지금까지 제공해 왔던 정서적 및 물질적 보상을 철회하겠다고 위협하는 과정(통제유지) 등의 단계를 거친다.
이 사건에서 살피건대 이 사건은 성적 접촉에 대한 피해자의 심리적 저항을 감소시키기 위한 길들이기 작업이 거의 진행되지 않은 채 일방적인 성폭행에 의하여 첫 번째 성적 접촉이 이루어졌다. 피고인의 피해자에 대한 성폭행 이후 피고인이 피해자를 길들이기 전략이라고 볼 정도로 피해자에게 편의를 제공하거나 충분한 관심과 애정을 기울이는 등의 행위가 나타나지 않는다. 또한 피해자는 경제적·생활적으로 피고인에게 예속되었던 상태라고 보기도 어렵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을 전형적인 그루밍 성범죄에 포섭시키기 어렵고 설령 그루밍 성범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이 사건 예비적 공소사실 당시 심신상실 또는 항거가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⑥ 학습된 무기력이란 스스로의 행동이나 노력으로 자신에게 닥칠 부정적인 결과를 변화시킬 수 없다는 것을 지각함으로써 무기력에 빠지게 되는 현상으로, 피할 수 없거나 극복할 수 없는 환경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경험으로 인하여 실제로 자신의 능력으로 피할 수 있거나 극복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그러한 상황에서 자포자기하는 심리상태를 말한다.
이 사건에서 살피건대, ㉠ 피해자가 극복할 수 없는 환경에 반복적으로 노출되어 무기력화 되어가는 과정에 관한 구체적인 상황이나 사정에 대하여 전혀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이를 알 수가 없는 점, ㉡ 이 사건 예비적 공소사실 당시에 피해자는 자신의 신상에 관해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적극적으로 자기계발에 힘쓰고 있었으며, 수영대회에서 상을 받을 정도로 신체적으로도 건강해진 점에 비추어 당초 피해자가 피고인의 집에 들어갔을 때와 비교하여 오히려 초기의 무기력한 상태를 벗어난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 점, ㉢ 일상생활에서는 정상적인 판단과 의사결정을 하는 피해자가 성관계 부분에 있어서만 계속적으로 자포자기 상태에 빠져있다는 것은 이례적인 점, ㉣ 피해자는 가족들과 교류가 있었고, 자격증을 취득하여 독자적인 경제활동도 하였으며, 운전면허를 취득하여 스스로 운전하고 다니는 등 피해자가 처한 상황을 벗어나고자 했다면 충분히 벗어날 능력과 기회가 충분히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이 사건 예비적 공소사실 당시에 자포자기 또는 학습된 무기력으로 심리적으로 항거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있었다고 확신을 갖기에는 부족하다.
⑦ 공포심의 학습이란 어떤 공포반응이 몸에 배어 공포와 무관한 자극만 있어도 공포반응이 유발되는 현상을 말한다.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성관계를 거부할 경우 폭언이나 물건을 집어던지는 행위 등을 평소에 해왔고, 경계선 성격장애가 있는 피해자가 피고인의 성관계 요구를 거부할 경우 있을지도 모를 폭언이나 물건을 집어던지는 행위 등에 대하여 공포심의 학습을 통해 심리적으로 항거가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서 성관계에 이르렀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 사건 예비적 공소사실 일시경 피해자는 피고인의 반대나 통제에서 벗어나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각종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수영대회를 나가고, 수영장 회원들의 소모임에도 나가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 피해자가 불안정한 대인관계, 극단적 정서변화와 충동성을 나타내는 성격장애를 가지고 있었다고는 하나 경계선 성격장애를 가진 모든 사람이 일률적으로 판단능력과 의사결정능력이 미약하거나 저하된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피고인의 폭력적 성향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고 있고,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의 폭력은 간헐적으로 행하여졌고, 반복성이나 지속성을 가지고 폭력이 행사된 것도 아니었다. 피고인의 폭력의 정도에 비추어 보았을 때 피해자의 경계선 성격장애를 감안하더라도 의사결정능력을 현저히 침해할 정도에 이른 경우는 많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는 피고인의 변태적 요구나 나체사진 촬영 요구를 거부하기까지 하였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피고인의 성관계 요구를 거부할 경우 폭언이나 물건을 집어던지는 행위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만으로 심리적으로 현저히 항거가 곤란한 상태에서 피고인의 성행위 요구에 응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4. 결론
그렇다면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한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당심에서 추가된 예비적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나,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는 이상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하여 따로 주문에서 무죄를 선고하지 않는다.
[별지 범죄일람표 생략]

판사 백승엽(재판장) 이진영 이선미

출처 : 대전고등법원 2021. 08. 20. 선고 2019노422 판결 | 사법정보공개포털 판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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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밍 성범죄 주장 사건 항거불능 인정 기준과 무죄 판단

2019노422
판결 요약
피해자가 외삼촌에게 오랜 기간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한 사건에서, 법원은 신빙성 있는 피해자 진술을 인정하면서도, 강간 및 준강간 쟁점에 대해 항거불능 상태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아 무죄로 판단하였습니다. 피고인의 폭력, 경제적 예속, 심리적 통제 등의 정황만으로는 항거불능에 이르지 않는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친족성폭력 #항거불능 #준강간 #심리적 위축 #경제적 예속
질의 응답
1. 가족관계에서 오랜 심리적 통제와 경제적 예속만으로 준강간죄(항거불능)가 인정될 수 있나요?
답변
장기간 심리적 통제와 경제적 예속만으로도 항거불능 상태가 반드시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피해자가 실제 항거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어야 합니다.
근거
대전고등법원 2019노422 판결은, 장기간의 폭행·폭언, 경제적 예속 등 정황만으로 항거불능이 인정된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실제로 피해자가 스스로 경제활동·사회활동을 영위해왔고, 구체적 증거가 미흡하다면 무죄라 판단하였습니다.
2. 과거에 지속적으로 폭행과 경제적 통제가 있었다면 이후의 성관계에서도 항거불능이 인정될 수 있나요?
답변
과거 폭행·통제 사실이 있어도, 범행 당시 피해자의 실제 상태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수준임이 합리적 의심 없이 입증돼야만 항거불능이 인정됩니다.
근거
대전고등법원 2019노422 판결은 피해자에 대한 폭행 및 예속·심리적 위축이 장기간 계속됐다 하더라도, 범죄 당시에는 피해자가 경제적·사회적으로 자립 가능한 상태였음을 근거로 항거불능을 부정하였습니다.
3. 피해자가 일상생활이나 사회적 활동을 영위해왔는데도 항거불능 인정이 가능한가요?
답변
피해자가 경제적 자립이나 사회적 활동을 자유로이 해왔던 경우, 심리적 항거불능 인정은 매우 제한적으로 판단됩니다.
근거
2019노422 판결에서 피해자가 자격증 취득, 아르바이트, 스포츠 취미 등 주도적으로 활동해 온 점을 들어 심리적 항거불능 인정은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4. 가족 간 성범죄에서 그루밍 범죄로 인정받으려면 어떤 요건이 필요한가요?
답변
그루밍 성범죄는 단지 길들임이나 통제가 있었다는 정황만으로는 부족하며, 관계의 성애화 · 은폐 및 통제 유지 등 구체적 단계 수반, 그리고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가 입증되어야 성립합니다.
근거
2019노422 판결은 피해자가 피고인의 성적 요구에 무조건 순응하게 된 사정만으로는 전형적 그루밍 성범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하였습니다.
5. 검사가 유사 사건에서 예비적으로 준강간 혐의를 추가하는 것이 법적으로 허용되나요?
답변
주위적 공소사실과 기본 사실관계가 동일하다면, 항소심에서도 예비적 공소사실로 준강간 추가가 허용됩니다.
근거
2019노422 판결은 형사소송법상 항소심에서도 공소사실의 동일성 범위 내에서 공소장 변경이 가능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 본 법률정보는 대법원 판결문을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정보 제공에 불과합니다.

판결 전문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친족관계에의한강간)[예비적죄명: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친족관계에의한준강간)]

 ⁠[대전고등법원 2021. 8. 20. 선고 2019노422 판결]

【전문】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검사

【검 사】

이종민(기소), 김재호(공판)

【변 호 인】

법무법인 와이케이 담당변호사 유상배 외 1인

【원심판결】

대전지방법원 논산지원 2019. 10. 23. 선고 2019고합29 판결

【주 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피해자가 공소사실 기재 각 일시경에 강간을 당하였다고 일관되게 진술하는 점, 참고인 진술 및 전문가 의견서가 피해자의 진술에 부합하는 점, 피고인의 폭력적 습벽을 확인할 수 있는 메시지 내용, 피해자의 경제적 예속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통장거래 내역 등의 객관적 자료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은 사실을 오인하고 강간죄의 폭행·협박의 정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2. 공소장 변경
검사는 당심에 이르러 종전 공소사실을 주위적으로 유지하면서, 예비적으로 죄명에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친족관계에의한준강간)"을, 적용법조에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5조 제3항, 제1항, 형법 제299조"를, 공소사실에 아래 3. 라. ⁠(1)항의 ⁠‘예비적 공소사실의 요지’와 같은 내용을 추가하는 공소장변경 허가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함에 따라 심판대상이 추가되었다.
아래에서는 원심의 무죄부분인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한 검사의 항소이유와 당심에서 추가된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하여 차례로 살펴본다.
3. 판단
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1) 관련 법리
법원은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피해자 등의 진술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논리성·모순 또는 경험칙 부합 여부나 물증 또는 제3자의 진술과의 부합 여부 등은 물론, 법관의 면전에서 선서한 후 공개된 법정에서 진술에 임하고 있는 증인의 모습이나 태도, 진술의 뉘앙스 등 증인신문조서에는 기록하기 어려운 여러 사정을 직접 관찰함으로써 얻게 된 심증까지 모두 고려하여 신빙성 유무를 평가하게 되고, 피해자를 비롯한 증인의 진술이 대체로 일관되고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경우 객관적으로 보아 도저히 신빙성이 없다고 볼 만한 별도의 신빙성 있는 자료가 없는 한 이를 함부로 배척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2도2631 판결 등 참조). 또한 그 진술이 주요 부분에 있어서 일관성이 있는 경우 그 밖의 사소한 사항에 관한 진술에 다소 일관성이 없다는 등의 사정만으로 그 진술의 신빙성을 함부로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8도12112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가) 피해자는 "1999년경 피고인이 논산 ◇◇아파트 후문 쪽에 있는 비디오가게를 인수하면서 ⁠‘집 나가서 생활하지 말고 비디오가게 맡아서 한 번 해보라’고 하여 비디오가게를 운영하며 가게 뒷방에서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 후 피해자가 남자친구를 만나는 것을 알게 된 피고인이 피해자를 강제로 피고인의 차량에 태워 갈대밭으로 이동하여 차를 세우고 피해자의 옷을 벗기려 하였고, 이에 피해자가 저항하자 피해자를 모텔로 데리고 가 피해자의 옷을 벗기고 베개로 피해자의 얼굴을 누르고, 주먹으로 허벅지를 때리며 강제로 성기를 삽입하여 첫 성관계를 가지게 되었다. 그 이후 피고인이 지속적으로 폭력을 행사하거나 폭언을 일삼아 겁이 났고, 피고인이 피해자의 외출 등을 통제하는 등의 이유로 피고인의 성관계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나) 피고인 및 변호인은, 피해자의 진술이 시간이 갈수록 구체화되고, 수사기관에서 하지 않은 진술을 법정에서 하는 등 피해자의 진술은 타인의 암시에 따라 구체화된 진술이거나 신빙성을 보강하기 위해 창작된 진술일 가능성이 높고, 진술분석전문가들도 피해자의 진술은 실제 경험에 근거한 진술이라고 보기에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한 점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해자의 위와 같은 진술은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신빙할 수 있다.
① 피해자의 진술이 법정에 이르러 일부 추가되거나 구체화된 측면이 없지 않으나 수사기관에서부터 당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해자 진술의 주된 내용은 "1999년경 피고인의 강압에 의해 피고인과 첫 성관계를 하게 되었고, 그 이후 피고인이 지속적으로 폭력을 행사하거나 폭언을 일삼아 겁이 나는 등의 이유로 피고인의 성관계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으로 진술의 주된 내용은 변함이 없고 일관된다. 피해자는 1999년경의 첫 성관계를 비롯하여 이 사건 각 공소사실에 기재된 성관계 당시의 상황과 감정 등에 대하여도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다.
② 피해자는 1999년경 최초의 강간 피해를 당한 후 지속적으로 피고인과 원치 않는 성관계를 갖게 되었음에도 피고인을 신고하거나 고소하지 않고 있다가 2018년경 수영장을 다니면서 알게 되어 호감을 갖게 된 공소외 1이 피해사실을 수사기관에 신고할 것을 권유하여 비로소 피고인을 수사기관에 고소하였다. 1999년경 피해자는 뚜렷한 직업이나 보호자 없이 부모형제와 떨어져 살았고, 만 19세로 당시 법령에 따르면 미성년자였다. 근친상간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피해자는 외부로 피해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했을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는 신고의 경위에 관해 "피고인이 외삼촌이어서 피해자와 피고인 모두와 친인척 관계로 있던 어머니(피고인의 누나), 남동생, 외할머니, 친할머니 등 모두에게 말할 수 없는 고립상태에 있었으나 믿음이 갔던 공소외 1의 권유에 용기를 얻어 신고를 하였다."고 진술하고 있어 신고의 경위 또한 충분히 납득이 간다. 또한 피해자가 피고인을 무고할만한 동기도 발견되지 않는다.
③ 임상심리전문가 공소외 4는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신빙성이 높다는 취지의 심리학적 평가의견서를 제출하였고, 전문심리위원 공소외 2 역시 그가 제출한 의견서에서‘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1999년경 처음 있었던 성관계는 피고인의 폭행·협박에 의한 것이라는 취지의 피해자 진술에서는 신빙성을 부정할 만큼 비논리적이거나 비상식적인 요소를 발견할 수 없었고, 피해자의 진술은 실제 경험한 사실에 대한 기억에서 인출된 것일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다.’고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④ 피해자는 20대 후반경부터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직접적으로 폭력을 행사한 적은 없다는 불리한 사실도 솔직하게 진술하였고, 1999년경 강간 피해에 관한 진술은 사건 발생일로부터 대략 20여년이 경과한 시점에서의 진술이므로 핵심적인 사항을 제외한 구체적 정황에 관해서는 흐려진 기억을 떠올리는 과정에서 다소 불완전하게 진술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⑤ 피해자의 진술이 피고인 측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객관적 정황과 일부 불일치하거나 시간이 지날수록 구체화되는 점이 있다 하더라도 그 내용들은 피해사실의 중심이 되는 내용(차로 이동하여 차 안에서 성폭행을 시도하였고, 저항하자 모텔로 데리고 가 성폭행을 하였다)을 보충하는 지엽적인 부분에 관한 것에 불과하다.
 ⁠(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진술을 신빙할 수 없고, ⁠‘자신은 피해자와 마치 연인과 같은 관계로 지냈고, 1999년 가을경 피해자와 합의하에 첫 성관계를 하였으며, 그 이후로도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성관계를 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의 주장은 원심과 당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
① 피고인과 피해자는 외삼촌과 조카 사이로 서로 알고는 있었으나 친하거나 1999년경까지 자주 왕래하는 사이는 아니었다. 그런데 남자친구가 있던 피해자가 피고인의 비디오가게에서 일을 시작한 지 몇 달 되지 않은 시점에서 자신보다 14살이 많은 친족관계에 있던 피고인을 이성으로 호감을 느끼고 상호 합의하에 성관계를 하였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② 피고인도 수사기관에서 첫 번째 성관계 이전에 피해자에게 애정이나 호감을 표시한 바는 없고, 피해자와 처음 성관계를 가질 때까지 피해자를 좋아하는 감정은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③ 피고인과 피해자가 함께 찍은 사진 또는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서로 주고 받은 애정표현이 담긴 메시지나 편지처럼 피고인과 피해자가 연인과 같은 관계로 지내왔다는 것을 인정할만한 자료도 없다.
나. 인정사실
위와 같은 신빙성 있는 피해자의 진술을 포함하여 원심 및 당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피해자의 성장과정
피해자는 초등학교 3학년 때 부모가 이혼하고 아버지의 손에서 자라던 중 중학교 1학년 때 아버지가 사망하였고, 이후 거처를 옮겨 남동생과 함께 논산의 친조모의 집에서 기거하면서 중학교를 다녔다. 남동생은 그가 중학생일 때 친모를 따라가 울산으로 주거를 옮겼으나 피해자는 친모를 따라가지 않고 논산 친조모의 집에 남았다. 이후 피해자는 고등학교에 진학을 하였으나 중간에 자퇴를 한 후 친조모의 집에서 지내다가 수원으로 올라가 1년 정도 삼성 공장에서 일을 하였으나 교통사고로 몸을 다쳐서 일을 그만두고 1999년경(당시 피해자는 만 19세였다) 다시 논산으로 돌아왔다.
(2) 피고인과의 만남과 성폭행
피해자의 외삼촌인 피고인은 1999년경 논산에서 거주하면서 목수 일을 하고 있었는데 비디오가게 운영을 계획하면서 피해자에게 자신이 운영하는 비디오가게에서 일할 것을 제안하였다. 피해자는 이를 수락하여 비디오가게에 딸린 방에서 숙식하면서 비디오가게에서 일을 하였다. 일을 시작한 지 몇 달 지나지 않은 1999년 가을경 피고인은 피해자가 남자친구를 만나는 것을 알게 되자 피해자를 피고인의 차에 태워 갈대밭으로 데리고 가 차 안에서 성폭행을 하려 하였으나 피해자가 저항하자 인근 모텔로 데려가 베개로 피해자의 얼굴을 누르고 주먹 등으로 피해자의 허벅지를 때리는 폭력을 행사하여 피해자를 간음하였다.
(3) 피해자의 거처
피해자는 비디오가게에 딸린 방에서 숙식을 해결하였으나 위와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를 성폭행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피고인의 부모와 피고인이 함께 거주하던 집(이하 ⁠‘피고인의 집’이라 한다)으로 주거지를 옮겼고 그 무렵부터 고소를 한 후 피고인의 집을 나온 2018. 11.경까지 피고인의 집에서 피고인과 함께 거주하였다.
(4) 피고인과 피해자의 성관계
피고인은 첫 번째 성폭행 이후 2018. 5.까지 피해자와 이 사건 주위적 및 예비적 공소사실의 성관계를 포함하여 피해자가 20대일 때에는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피해자가 30대일 때에는 분기에 한번 또는 일 년에 한두 번 정도로 하여 100여 회 이상 성관계를 가졌다.
피해자는 첫 번째 성폭행 이후 피고인과의 성관계를 적극적으로 거부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피고인의 항문 성교 요구나 나체사진을 찍자는 요구에는 강하게 거부를 하였다.
(5) 피해자의 경제활동 등
① 피해자는 고등학교 중퇴 후 친조모의 집에서 지내다가 수원으로 올라가 1년 정도 삼성 공장에서 일을 하였다.
② 피해자는 1999년경부터 2009년경까지 피고인이 운영하는 비디오가게에서 일을 하였다. 피해자는 위 기간 동안 급여로 피고인으로부터 처음에는 월 30만 원 정도를 받았으나 이후 월 50만 원, 월 80만 원, 월 120만 원으로 점점 올려 받았으며 그 외의 별다른 수입은 없었다.
③ 피해자는 2009년경 비디오가게 일을 그만 둔 후 1~2년 정도 경제활동 없이 집안일 등을 하면서 지냈다.
④ 피해자는 2011년~2012년경은 신발가게에서 아르바이트 활동을 하였다.
⑤ 피해자는 2014년~2015년경에는 한의원이나 장애인 근로공단을 다녔고 급여는 월 50만 원 또는 월 100만 원을 조금 넘었다.
⑥ 피해자는 2017년~2018년경 간호조무사로 □□병원에 근무하였고, 급여는 월 150~160만 원 정도였다.
⑦ 피해자는 피해자 명의의 은행계좌, 증권계좌 및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다. 피해자는 피고인의 집에서 함께 생활하기는 하였지만 비디오가게를 그만 둔 이후에는 피고인으로부터 일 년에 한두 번 용돈으로 5만 원 또는 10만 원 받은 것이 전부였다. 피해자는 운전면허 취득비용, 간호조무사 학원비, 한식조리사 자격취득과정 비용 등을 스스로 번 돈으로 충당하였다.
⑧ 피고인은 2016년경 피고인 소유의 원룸 건물을 신축하였고, 그 원룸의 관리업무(수도, 전기 요금 납부, 관리비 및 월세징수 등)는 피해자가 주로 맡아서 처리하였다.
(6) 경제활동 외의 피해자의 일상생활
① 피해자는 피고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대 중반 쯤에 운전면허를 취득하였고, 피고인을 대신해 운전한 적도 있으며, 30대 때에는 피고인의 코란도 승용차를 직접 운전하여 수영장을 다니거나 모임에 나가기도 하였다.
② 피해자는 2014년 봉제학원을 다녔고, 2015년경에는 검정고시에 합격하기도 하였으며, 2015년~2016년경에는 한식조리사 자격취득과정을 수료하고 간호조무사 자격을 취득하기도 하였다.
③ 피해자는 허리가 좋지 않아 취미활동으로 수영을 시작하였는데 대략 7~8년 정도를 하였고, 2013년과 2016년에는 논산시장기 수영대회에 참가하여 메달을 수상하기도 하였으며, 스킨스쿠버, 수영장 회원들과 모임을 가지기도 하였다. 2018년에는 마라톤대회에 참가하기도 하였다.
(7) 피해자에 대한 정신의학적 감정결과
당심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공소외 3은 피해자에 대하여 정신감정을 하였는데 피해자에 대한 정신의학적 감정보고서(심리학적 평가보고서 포함)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인지 및 사고 영역에서 전체지능지수(FSIQ) 92로 비슷한 연령과 비교했을 때 ⁠「평균」수준에 해당되는 지적기능을 나타내고 있다.
② 사고영역에서 주어진 외부 자극 간의 관계를 부조화스러운 조합으로 결합하는 양상을 빈번하게 보이고, 질적인 측면을 살펴보면, 자신이 연루되어 있는 사건이나 상황이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에 대한 염려와 수치심, 두려움이 만연한 것으로 파악된다.
③ 정서적 측면에서 장기간 만성적인 우울감이 만연해 왔던 것으로 파악되며, 불행감과 동기 저하를 비롯해 갈수록 대처기능과 자신감이 저하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④ 대인관계 및 자기개념을 살펴보면, 다른 사람과 가까워지기를 바라며 정서적 교류를 통해 애정을 나누고 싶은 욕구가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며, 책임감 있고 착실하게 생활을 꾸려나가고 싶은 소망과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현재 자신이 타인보다 열등하고, 결함이 많으며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자책감이 더해져 긍정적인 대인관계를 형성해 나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두드러지게 저하되어 있는 상태로 보인다.
⑤ 피해자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지속적 우울장애, 경계선 성격장애를 가진 것으로 판단된다.
⑥ 피해자는 위축형 경계선 성격장애의 특성을 보이는데, 불안정한 자아상과 지속적 정서문제로 원만한 대인관계의 형성을 어려워한다. 따라서 사회적으로 위축된 특성이 있고 겉보기에는 간단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취미생활을 즐기기도 하나 오래 지속하기는 어렵고, 특정 대상에게 의존하고 무조건적으로 따르거나 가학·피학적 관계를 맺기도 한다.
다.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한 판단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아래와 같은 사정을 들어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가) 공소사실 제1, 2, 4, 5항 부분에는 위 각 공소사실 일시경 피고인이 피해자와 성관계를 갖는 것과 관련하여 피해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하였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피고인과 피해자는 위 공소사실 무렵 목적지에 도착하여 횟집에서 저녁을 먹고, 호텔이나 모텔에 투숙하여 잠을 자고 영화를 보고 피고인이 씻고 오라하여 피해자가 씻은 뒤 성관계를 하였다는 것으로 피고인이 피해자와 성관계를 갖기 위해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하거나 반항이 현저하게 곤란한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을 하였다고 볼 수 없다.
공소사실 제3항 부분과 관련하여 피해자가 피고인과 성관계를 할 것을 알면서 피고인과 함께 호텔로 간 후 부근 횟집에서 식사를 하고 다시 호텔에 돌아갔던 점, 피해자가 씻으라는 피고인의 말에 따라 씻은 후 피고인과 성관계를 가졌던 점에 비추어 보면, 공소사실 제1, 2, 4, 5항과 달리 공소사실 제3항 무렵에만 피고인이 호텔에서 소리를 지르고 욕하고 물건을 집어던지는 행위를 하였다는 피해자의 진술은 이를 그대로 믿기가 어렵고 설사 피고인이 피해자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피고인의 말에 따라 씻은 후 피고인과 성관계를 가졌던 점을 감안하면 피고인의 그와 같은 행위로 피해자가 반항을 억압당하거나 반항이 현저하게 곤란한 상황에서 피고인과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나) 피해자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를 1999년경 강간하였고, 피해자를 20대 초반까지 지속적으로 폭행하였으며, 피해자에게 20대 중반부터는 폭행 대신에 수시로 폭언을 하고 물건을 부수고 집어 던지는 행동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러한 행동들이 이 사건 각 공소사실 일시경까지 피고인의 성관계 요구에 대한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하거나 현저하게 곤란하게 할 정도로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었던 것으로 보기 어렵다. 또한 피해자가 2009년 이후 꾸준히 직업을 가지고 직장생활을 하여 왔던 점을 감안하면, 피해자가 이 사건 각 공소사실 무렵 경제적으로 피고인에게 의존하거나 예속되어 있어 피고인에게 반항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하게 곤란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2) 이 법원의 판단
 ⁠(가) 강간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를 것을 요하고 있으므로(대법원 1992. 4. 14. 선고 92도259 판결, 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도2611 판결 등 참조), 주위적 공소사실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성관계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졌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는 폭행·협박이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어야 한다.
 ⁠(나) 피고인의 피해자에 대한 폭력과 관련한 원심 및 당심 법정에서 피해자의 진술과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은 다음과 같다.
○ 피해자의 진술 "친구랑 나가가지고 늦게 들어왔을 때 비디오가게 안에서 맞은 적이 있고, 재떨이 갖다가 머리 가격당하기도 했다. 폭행의 빈도는 1년에 1, 2번 정도.. 어릴 때(20대 초중반)는 말을 안 듣는다고 주먹 갖다가 팔 같은 데 때리고 허벅지 같은 데 자주 때렸어요. 20대 후반(대략 2007 ~ 2008년경)부터는 피고인이 폭행한 바는 없다." "20대 중후반까지 팔과 다리를 주먹으로 때리는 등 폭행, 폭언과 욕설, 물건을 집어던지는 등 강압적인 분위기를 만들었고, 거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 다시 폭언과 욕설을 하여 순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20대 후반경부터 폭행은 없었으나 제(피해자)가 순응을 안하거나 본인 기준에 못미쳤을 때 화를 내거나 본인이 얘기를 했는데 갑자기 제가 토를 달거나 했을 때 화를 냈습니다. 욕설을 하고 화가 나면 물건을 집어던지는데 주전자든 의자든 전기그릴이든 컵이든 그리고 문을 부수듯이 닫았다 열었다 쾅쾅 거립니다." ○ 피해자가 2018. 11.경 가출한 이후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보낸 문자 내용 "내가 성격 나쁜건 생각 안하고 너만 머라고 했다. 밥상 압(앞)에 놓고 부수고 욱(윽)박지르고 하면 안되는 행동인줄 알면서 언제부턴가 습간(관)이 되어버렸구나"
위와 같은 진술과 메시지에 의하면 피고인은 피해자가 20대 초중반 때까지 말을 안 듣는다는 등의 이유로 피해자에게 폭력을 행사하기는 하였으나 피해자가 20대 후반 무렵부터는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화가 나면 욕설을 하거나 물건들을 집어 던지는 등의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
 ⁠(다) 위에서 인정되는 사실과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의 성관계는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 성관계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원심이 판시한 사정들에다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더하여 보면,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과 같은 성관계가 있을 무렵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협박을 하였고, 그 폭행·협박이 간음의 수단이 되었다는 점에 대하여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한 원심의 판단은 충분히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검사가 주장하는 것과 같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잘못은 없다. 따라서 검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
①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 일시경에는 성관계를 강요하기 위한 피고인의 직접적인 폭행이나 협박은 없었고, 어릴 때 폭행이나 평소의 폭언, 화가 나면 물건을 던지는 습성 때문에 두려워서 성관계에 응했다는 것이다.
② 폭행·협박과 간음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는 경우, 가해자의 폭행·협박으로 인해 피해자의 항거가 현저히 곤란해진 상태가 간음의 시점까지 계속되었다고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1999년경 피고인의 성폭행은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 일시로부터 약 15년이 넘은 과거의 일이다. 또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한 것은 1년에 1, 2회 정도였고, 그 빈도는 점점 줄어든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가 20대 후반이 된 때(대략 2007년~2008년)에는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하지도 않았다. 더욱이 이 사건 각 공소사실 범행일시인 2015. 5.경부터 2018. 2.경 사이에는 피고인이 성관계와 관련하여 직접적으로 피해자의 신체를 폭행하거나 협박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성폭행과 간헐적 폭행 당시에는 피해자가 항거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의 간음행위가 있을 무렵까지 그 상태가 계속되었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고, 피고인의 폭행으로부터 외포된 심리 상태가 어느 정도 회복할 만한 충분한 시간적 간격이 있었다 할 것이다.
③ 피해자가 30대에 이른 이후에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 일시에 근접한 시기에 피고인은 피해자를 무시하는 발언을 하거나 피해자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물건을 부수거나 던지는 등의 행위를 한 사실은 있으나 이는 성관계와 무관한 다른 일상생활 과정에서 일어난 폭력에 불과하다. 피고인의 위와 같은 간헐적인 폭력행위들이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인 2015. 5.경부터 2018. 2.경 사이에 있었던 간음의 직접적 수단이 될 정도로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고, 위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들이 객관적으로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협박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④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 제3항과 관련하여, 피해자는 제1회 경찰 조사에서는 이 부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였으나 제2회 경찰 조사에서 "호텔에 들어가서 피고인이 먼저 잠이 들었고, 저는 방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서 TV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 이후 피고인이 잠에서 깨더니 저보고 샤워를 하라고 해서 샤워를 하고 나오면 피고인이 침대로 불러서 침대에 누우면 피고인이 제 질 속에 약을 넣고 강제로 성관계를 했습니다. 대응을 하면 피고인이 소리 지르고 욕 하고 물건 집어 던지고 해서 무서워서 아무 대응도 할 수 없었습니다."라고 진술하였고(증거기록 제1권 제92, 93쪽), 원심 법정에서는 "그때쯤에 피고인이 ⁠‘원룸이 완공돼 가지고 힘들다’고 ⁠‘한 번 가야 된다’고 했던 때인 것 같습니다. 제가 ⁠‘몸이 안좋다’고...(하자) ⁠‘여자들 마법이라고 하면은 임신 안하고 좋겠다’고 ⁠‘가자’고 그런 식으로 얘기를 했습니다. 호텔에 간 이후에는 매번 같은 패턴인데, 술 마시고 밥 먹고 들어가서 옷 벗으라고 그러고 씻고 눕습니다.", "공소사실에 기재된 5회의 성관계 당시 피고인에게 ⁠‘성관계 하기 싫다’고 명시적으로 말하거나 거부한 적이 없습니다."라고 진술하고 있어(공판기록 제1권 제188, 189쪽, 205쪽),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 제3항에 부합하는 피해자의 제1회 경찰 진술조서의 진술은 이를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라) 소위 ⁠‘그루밍(Grooming, 성적 길들이기)’ 성범죄인지 여부
검사는 항소이유서에서, 피고인이 1999년경 당시 만 19세였던 피해자를 자신이 운영하는 비디오가게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일하게 함으로써 경제적·생활적으로 피고인에게 예속시키고, 그 무렵 피해자를 모텔로 끌고 가 베개로 얼굴을 누르는 등의 유형력을 행사하여 강간한 후 피해자를 피고인의 집에 살게 하면서 피해자의 생활을 통제하고 평소 욕설을 하고 물건을 던지는 등 겁을 주는 방법으로 피고인에게 쉽게 저항하지 못하는 상태를 만든 다음 이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5회에 걸쳐 강간한 것으로, 이 사건은 그루밍 성범죄에 해당하여 피고인에게 강간죄가 성립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검사가 주장하는 위와 같은 사정들에는 강간죄를 구성하는 항거가 곤란한 정도의 구체적 폭행·협박에 관한 사실들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검사가 주장하는 위 사정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하는 준강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주장으로 보인다. 따라서 검사의 위와 같은 항소이유는 이 법원에서 공소장변경으로 추가된 예비적 공소사실인 준강간의 점에 대하여 판단하면서 살펴보기로 한다.
라.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한 판단
(1) 예비적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피해자 가나다(가명, 여, 1979. 9. 20.생)의 외삼촌이다. 피해자는 초등학교 3학년 때 부모가 이혼하고 아버지의 손에서 자라던 중, 중학교 1학년 때 아버지가 사망하게 되어 가족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홀로 지내게 되었다.
피고인은 1999년경 조카인 피해자(당시 만 19세)가 공장에서 일하다가 교통사고로 인해 일을 그만두고 지인의 집을 전전하며 생활하는 것을 알게 되어 피해자를 자신이 운영하는 비디오가게에서 거주하며 일할 수 있도록 하였고, 그 무렵 피해자가 남자친구를 만나는 것을 알게 되자 피해자를 피고인의 승용차에 태워 인근 모텔로 끌고 가 피해자에게 ⁠‘좋아한다, 왜 나를 두고 바람을 피우냐’라고 하며 베개로 피해자의 얼굴을 누르고 주먹으로 피해자의 허벅지를 수회 때리고, 피해자를 1회 간음한 이후 피해자를 논산시 ⁠(주소 생략)에 있는 피고인의 집으로 데려와 거주하게 하면서 피고인에게 경제적으로 예속된 피해자에게 집안일을 하게 하고 외출 등을 통제하는 한편, 피해자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해자에게 욕설을 하거나 물건을 던지는 등 피해자에게 겁을 줌으로써 피해자로 하여금 피고인을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감시자로 생각하게 하고 피고인에게 반항하지 못하고 피고인의 말과 행동에 절대적으로 복종하게 하였다.
피고인은 2015. 5. 3.경 충남 보령시 ⁠(이하 생략)에 있는 ⁠‘○호텔’ 내 호수 미상 객실에서, 위와 같이 1999년경부터 지속되어 온 경제적 예속과 심리적 외포에 의해 피고인의 지시나 요구를 거절하거나 저항할 수 없었던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의 옷을 벗기고 피해자의 음부에 피임약(약품명 생략)을 넣은 후 피해자의 몸 위에 올라타 성기를 피해자의 음부에 삽입하여 1회 간음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친족관계인 항거불능 상태의 피해자를 간음한 것을 비롯하여 그 무렵부터 2018. 2.경까지 사이에 같은 방법으로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총 5회에 걸쳐 친족관계인 항거불능 상태의 피해자를 간음하였다.
(2) 이 사건 예비적 공소사실 추가의 적법 여부
 ⁠(가) 피고인 및 변호인은 당심에 이르러 예비적으로 추가된 공소사실의 경우 공소장변경의 한계를 일탈하였고, 공소시효가 지난 사실관계를 공소장에 기재한 것은 부적절하며 피고인의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약한다고 주장한다.
 ⁠(나) 형사소송법 제298조 제1항은 ⁠‘검사는 법원의 허가를 얻어 공소장에 기재한 공소사실 또는 적용법조의 추가·철회 또는 변경을 할 수 있다. 이 경우에 법원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해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 허가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검사의 공소장변경 허가신청이 공소사실의 동일성의 범위 안에 있으면 법원은 이를 허가하여야 한다. 그리고 그 허가요건인 공소사실의 동일성은 그 사실의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하면 그대로 유지되고, 이러한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을 판단하는 때에는 그 사실의 동일성이 갖는 기능을 염두에 두고 피고인의 행위와 그 사회적인 사실관계를 기본으로 하되 규범적 요소도 아울러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 11. 10. 선고 2016도7886 판결 등 참조). 한편, 형사소송법 제370조에 따라 항소심에서의 공판절차에도 위 형사소송법 제298조 제1항이 준용되지만 공소장변경의 시기에 관하여는 별도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변경된 공소사실이 변경 전의 공소사실과 기본적 사실관계에서 동일하다면 그것이 새로운 공소의 추가적 제기와 다르지 않다고 하더라도 항소심에서도 공소장변경을 할 수 있다(대법원 2017. 9. 21. 선고 2017도7843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추가된 예비적 공소사실과 주위적 공소사실은 그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관계인 범행의 일시, 장소, 피해자가 동일하고, 피해법익 및 죄질도 별다른 차이가 없어 규범적으로 보아도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있다고 보이므로 위 공소장변경 전후의 공소사실은 상호 동일성이 인정된다.
 ⁠(다) 검사가 기소한 이 사건 예비적 공소사실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는 자를 간음하는 준강간의 점이고,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경제적 예속과 심리적 외포 상태에 있었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비록 공소시효가 지난 사실이기는 하지만 피고인과 피해자의 최초 성관계가 어떻게 일어났고, 그 이후 어떠한 경제적 예속이나 심리적 외포 상태에 있었는지 등을 주변 사정을 들어 설명할 필요가 있고, 그러한 기재는 범죄구성요건을 밝히는 것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예비적 공소사실이 불분명하다거나 피고인의 방어권행사를 지나치게 제약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라) 따라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3)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
 ⁠(가) 관련 법리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를 형법 제297조, 제297조의2, 제298조의 강간, 유사강간 또는 강제추행의 죄와 같이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항거불능의 상태라 함은 형법 제297조, 제297조의2, 제298조와의 균형상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 때문에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의미한다(대법원 2017. 5. 11. 선고 2017도1793 판결 참조).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이러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유죄의 의심이 든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2. 9. 1. 선고 92도1405 판결, 대법원 2017. 10. 31. 선고 2016도21231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이 사건 예비적 공소사실과 관련하여 피해자는 원심 및 당심 법정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한 최초 성폭행, 20대 중후반까지 이어진 폭행, 그 이후에도 계속 이어진 폭언과 난폭한 행동들로 인해 피고인의 집을 떠날 수 없었고, 이 사건 예비적 공소사실 당시까지도 성관계를 거부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피고인의 집으로 끌려서 들어갔고, 친인척으로부터 강간을 당한 것이 너무 어렵고 누가 알까봐 신고를 못했으며, 20대 중후반까지 팔과 다리를 주먹으로 때리는 등 폭행, 폭언과 욕설, 물건을 집어던지는 등 강압적인 분위기를 만들었고, 거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 다시 폭언과 욕설을 하여 순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평상시에도 피고인은 외출을 통제하였고, 피고인의 성격이 도망가면 끝까지 찾아올 성격이라 무서워서 도망가지 못하고 피고인의 집에 계속 머물 수밖에 없었다." "이 사건 각 공소사실 범행 시 피고인에게 성관계를 하기 싫다고 명시적으로 거부한 적은 없다. 다만 어릴 때 맞은 폭행이나 폭언, 모든 물건을 던지는 그 습성 때문에 두려워서 성관계에 응했다."
형사정책연구원에 근무하는 당심 증인 공소외 5는 당심 법정에서 ⁠‘피해자가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영위했다는 것이 심리적으로 취약하지 않다는 증거가 될 수 없고, 성폭력과는 별개로 봐야 된다. 친족간의 성폭력 이후 오랜 길들여짐, 잔소리, 폭력적 행동 등을 통해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통제해 왔으므로 이 사건 성폭력 당시 피해자는 심리적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었을 것이다’라고 진술하였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당심 증인 공소외 3은 당심 법정에서 ⁠‘경계선 성격장애를 가진 피해자가 학습된 무기력 상태에 빠지게 된다면 어느 순간부터는 어떤 구체적인 물리적 폭행, 협박이 없는 상황에서도 그 비슷한 상황에 처하면 심리적인 항거불능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고 진술하였다.
위와 같은 피해자의 진술, 당심 증인 공소외 5, 공소외 3의 일부 진술, 피해자에 대한 정신의학적 감정결과 등에 의하면, 이 사건 예비적 공소사실 기재 일시 무렵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 인정사실 및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예비적 공소사실 기재 각 일시 무렵에 피해자가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있었음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
① 피해자는 1999년경부터 2012년경까지 피고인의 집에서 거주하고 피고인이 운영하는 비디오가게에서 일하는 등 경제적으로 의존관계였던 것으로 보이나 각종 자격증을 취득한 이후인 2015년경부터는 급여의 액수 등을 고려할 때 자립이 가능할 정도의 독자적인 경제적 능력을 갖추고 생활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예비적 공소사실 당시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경제적으로 예속된 관계에 있었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또한 피해자가 성관계를 거부할 경우 피고인이 경제적 지원을 끊겠다거나 집에서 나가라는 등의 협박을 한 정황도 보이지 않는다.
② 이 사건 예비적 공소사실 범행 일시경인 2015년~2018년 무렵 피해자는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각종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수영장 회원들의 모임에도 참석하고, 마라톤 대회에 참석하거나 수영대회에 나가 메달을 받기도 하는 등 지적 능력, 신체적 능력 측면에서 피고인에게 의존하던 20대 때와는 달리 독립적이고 진취적인 면을 보이고 있다. 또한 피해자는 피고인의 변태적 성관계 요구나 나체사진의 촬영 요구를 거부하기까지 하였다. 원심 증인 공소외 1은 피해자가 일반적인 그 연령대에 비추어 경제력이 부족해 보였고,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집에 빨리 들어가야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진술하였으나 이는 증인의 주관적 느낌에 불과하다. 또한 2014. 10. 25.경부터 2018. 12. 19.경까지 피고인의 통화내역이 총 1,872건이 확인되었는데, 이 중에서 피해자와의 통화기록은 53건이고, 각 통화시간은 짧게는 3초에서 길게는 36초에 불과하였다. 2016년 말~2017년 초 피고인의 집을 리모델링을 해서 약 한 달 동안 피해자는 피고인의 집을 떠나 직장동료의 집에서 생활하기도 하였는데 피해자는 집 리모델링이 끝난 후 다시 자발적으로 피고인의 집으로 들어가서 함께 살았다.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예비적 공소사실 당시 피해자가 자율적인 판단과 의사결정이 곤란할 정도로 피고인에게 억압당하였거나 통제된 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기 어렵고, 설령 통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가 피고인의 성관계 요구에 항거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③ 피해자에 대한 폭행은 피해자가 20대 중후반이 될 때까지 1년에 1, 2번 정도 주먹으로 팔과 허벅지를 때리는 정도였으며, 피해자가 30대가 된 이후로는 신체적 폭행은 없었다. 이 사건 예비적 공소사실 범행일시인 2015년~2018년 당시 피해자는 30대 중후반이었고, 피고인이 신체적 폭행을 멈춘 후 적어도 6~7년이 경과한 시점이었다. 당시 피고인의 폭행은 피해자가 거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 피해자를 무시하는 발언을 하거나 물건을 부수거나 던지는 등의 행위를 한 정도에 불과하다. 피해자가 피고인의 조카이고, 과거에 성폭행을 당한 적이 있으며, 20대 때까지 간헐적으로 폭행을 당했던 관계였고, 피해자가 경계선 성격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통상적으로 정상적인 지적능력을 갖고 있고, 이 사건 예비적 공소사실 무렵인 30대 중반에는 활발한 신체활동과 사회활동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피해자가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동만으로 심리적으로 항거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빠졌다고 보기 어렵다.
피해자의 친구인 공소외 6은 수사기관과의 통화에서 "당시 피해자가 피고인을 무서워하거나 두렵다는 얘기는 전혀 안 했고, 저도 그런 느낌은 못 받았어요. 피해자랑 같이 있으면서 ⁠(일찍 들어오라는) 연락이 오거나 그런 적은 없었던 것 같고, 무엇보다 피해자가 그런 얘기를 하지 않으니까 저는 있었어도 몰랐겠지요. 당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집착이나 이상한 행동을 한 사실은 없어요."라고 진술하였다. 비디오 유통을 하며 피고인의 비디오가게에 왕래하였던 공소외 7도 원심 법정에서 "피해자가 비디오가게에서 일할 때 피고인에 대해서 심리적으로 위축되거나 겁을 먹거나 한 부분은 전혀 못 느꼈습니다."라고 진술하여 피해자가 심리적으로 항거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있지 않았다는 사정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④ 전문심리의원 공소외 2도 ⁠‘이미 한 번의 성 접촉, 두 사람이 친족관계에 있다는 사실, 그리고 피해자가 피고인의 통제 하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성 접촉에 어려움이 없었고, 주어진 자료들을 종합할 때, 적어도 이 사건의 종반부에서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정신적으로 완전히 억압되어 있었다고 보기에 무리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또한 당심 증인 공소외 3은 당심 법정에서 ⁠‘피해자가 경계선 성격장애가 있고, 이러한 사정이 피해자의 무기력증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19년 동안 이어지는 이런 성관계에 대해서 저항을 할 수 없었다고 볼 가능성도 충분하나 아닐 가능성도 있다’고 진술하였다. 이러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피해자는 이 사건 예비적 공소사실 당시 심리적으로 항거가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⑤ 이 사건 예비적 공소사실의 범행이 검사의 주장과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를 길들여 성폭력을 하는 데 용이하게 하거나 은폐하는 행위를 하여 피해자의 항거불능상태를 이용한 소위 그루밍 성범죄에 해당하는지에 대하여 살펴본다.
일반적으로 그루밍이란, 가해자가 피해자를 길들여 성폭력을 용이하게 하거나 은폐하는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 가해자가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고립되어 있거나 자기 확신감이 낮은 등 취약점이 있는 아동 또는 청소년을 표적으로 삼는 과정(표적선정), ㉡ 아동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아동이 원하는 것을 찾아내어 충족시켜줌으로써 보호자에 상응하는 역할을 하여 보호자들의 의심이나 걱정을 피하는 과정(신뢰얻기, 욕구충족), ㉢ 가해자가 아동과 둘만의 특별한 비밀을 만드는 과정(피해자 고립시키기), ㉣ 가해자가 충분한 정서적 의존과 신뢰감이 형성되었다고 느끼고, 점진적으로 피해자와의 관계를 성적인 것으로 만들어가며 성적 자극의 강도를 높이는 과정(관계의 성애화), ㉤ 성폭력이 시작된 이후 비밀유지 및 성적인 관계의 유지를 위해 피해자를 비난하고 두 사람의 관계가 끝나면 지금까지 제공해 왔던 정서적 및 물질적 보상을 철회하겠다고 위협하는 과정(통제유지) 등의 단계를 거친다.
이 사건에서 살피건대 이 사건은 성적 접촉에 대한 피해자의 심리적 저항을 감소시키기 위한 길들이기 작업이 거의 진행되지 않은 채 일방적인 성폭행에 의하여 첫 번째 성적 접촉이 이루어졌다. 피고인의 피해자에 대한 성폭행 이후 피고인이 피해자를 길들이기 전략이라고 볼 정도로 피해자에게 편의를 제공하거나 충분한 관심과 애정을 기울이는 등의 행위가 나타나지 않는다. 또한 피해자는 경제적·생활적으로 피고인에게 예속되었던 상태라고 보기도 어렵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을 전형적인 그루밍 성범죄에 포섭시키기 어렵고 설령 그루밍 성범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이 사건 예비적 공소사실 당시 심신상실 또는 항거가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⑥ 학습된 무기력이란 스스로의 행동이나 노력으로 자신에게 닥칠 부정적인 결과를 변화시킬 수 없다는 것을 지각함으로써 무기력에 빠지게 되는 현상으로, 피할 수 없거나 극복할 수 없는 환경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경험으로 인하여 실제로 자신의 능력으로 피할 수 있거나 극복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그러한 상황에서 자포자기하는 심리상태를 말한다.
이 사건에서 살피건대, ㉠ 피해자가 극복할 수 없는 환경에 반복적으로 노출되어 무기력화 되어가는 과정에 관한 구체적인 상황이나 사정에 대하여 전혀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이를 알 수가 없는 점, ㉡ 이 사건 예비적 공소사실 당시에 피해자는 자신의 신상에 관해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적극적으로 자기계발에 힘쓰고 있었으며, 수영대회에서 상을 받을 정도로 신체적으로도 건강해진 점에 비추어 당초 피해자가 피고인의 집에 들어갔을 때와 비교하여 오히려 초기의 무기력한 상태를 벗어난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 점, ㉢ 일상생활에서는 정상적인 판단과 의사결정을 하는 피해자가 성관계 부분에 있어서만 계속적으로 자포자기 상태에 빠져있다는 것은 이례적인 점, ㉣ 피해자는 가족들과 교류가 있었고, 자격증을 취득하여 독자적인 경제활동도 하였으며, 운전면허를 취득하여 스스로 운전하고 다니는 등 피해자가 처한 상황을 벗어나고자 했다면 충분히 벗어날 능력과 기회가 충분히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이 사건 예비적 공소사실 당시에 자포자기 또는 학습된 무기력으로 심리적으로 항거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있었다고 확신을 갖기에는 부족하다.
⑦ 공포심의 학습이란 어떤 공포반응이 몸에 배어 공포와 무관한 자극만 있어도 공포반응이 유발되는 현상을 말한다.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성관계를 거부할 경우 폭언이나 물건을 집어던지는 행위 등을 평소에 해왔고, 경계선 성격장애가 있는 피해자가 피고인의 성관계 요구를 거부할 경우 있을지도 모를 폭언이나 물건을 집어던지는 행위 등에 대하여 공포심의 학습을 통해 심리적으로 항거가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서 성관계에 이르렀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 사건 예비적 공소사실 일시경 피해자는 피고인의 반대나 통제에서 벗어나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각종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수영대회를 나가고, 수영장 회원들의 소모임에도 나가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 피해자가 불안정한 대인관계, 극단적 정서변화와 충동성을 나타내는 성격장애를 가지고 있었다고는 하나 경계선 성격장애를 가진 모든 사람이 일률적으로 판단능력과 의사결정능력이 미약하거나 저하된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피고인의 폭력적 성향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고 있고,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의 폭력은 간헐적으로 행하여졌고, 반복성이나 지속성을 가지고 폭력이 행사된 것도 아니었다. 피고인의 폭력의 정도에 비추어 보았을 때 피해자의 경계선 성격장애를 감안하더라도 의사결정능력을 현저히 침해할 정도에 이른 경우는 많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는 피고인의 변태적 요구나 나체사진 촬영 요구를 거부하기까지 하였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피고인의 성관계 요구를 거부할 경우 폭언이나 물건을 집어던지는 행위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만으로 심리적으로 현저히 항거가 곤란한 상태에서 피고인의 성행위 요구에 응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4. 결론
그렇다면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한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당심에서 추가된 예비적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나,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는 이상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하여 따로 주문에서 무죄를 선고하지 않는다.
[별지 범죄일람표 생략]

판사 백승엽(재판장) 이진영 이선미

출처 : 대전고등법원 2021. 08. 20. 선고 2019노422 판결 | 사법정보공개포털 판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