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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가법 2014. 12. 4. 선고 2013드합2057 판결 : 확정]
미성년자 甲이 乙과 성관계를 하여 임신을 하였는데, 甲의 모가 乙로부터 ‘甲과 乙이 혼인신고하기로 약정하고, 이를 불이행할 경우 2억 원을 지급한다’는 약정서를 받은 후 甲이 임신중절수술을 받은 사안에서, 甲과 乙 사이에 장차 혼인하겠다는 진실한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미성년자 甲이 乙과 성관계를 하여 임신을 하였는데, 甲의 모가 乙로부터 ‘甲과 乙이 혼인신고하기로 약정하고, 이를 불이행할 경우 2억 원을 지급한다’는 약정서를 받은 후 甲이 임신중절수술을 받은 사안에서, 약혼이 성립하려면 당사자 사이에 장차 혼인하겠다는 진실한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甲은 고등학생 신분으로 가출 상태에서 乙과 성관계를 하였을 뿐이고 甲과 乙 사이에 결혼 이야기는 전혀 없었던 점, 甲과 乙 쌍방에 혼인 의사가 있었다면 임신중절수술을 할 필요가 없음에도 乙은 甲의 임신 사실을 알고 임신중절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甲의 모는 乙로부터 약정서를 받은 후에야 甲이 임신중절수술을 받도록 한 점 등에 비추어 甲과 乙 사이에 장차 혼인하겠다는 진실한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2014. 10. 23.
1. 피고는 원고에게 1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3. 10. 23.부터 2014. 12. 4.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피고는 원고에게 1억 원 및 이에 대하여 2011. 6. 1.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1. 인정 사실
가. 원고는 고등학교 2학년 재학 중 2010. 5. 중순경 친구와 함께 서면에 놀러 갔다가, 길에서 만난 피고 일행과 술자리를 함께하게 되었다.
나. 원고는 그날 피고와 모텔에서 성관계를 가졌고, 그 후로도 가출한 상태에서 3~4회에 걸쳐 피고를 만나 성관계를 가졌다.
다. 원고는 수개월 후 집에 돌아갔다가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고, 2010. 10. 4. 산부인과에서 임신 20주 2일임을 확인받았다. 원고의 모친은 시설 등의 도움을 받아 아이를 양육할 방법도 찾아보았으나 여의치 않던 중, 원고를 추궁하여 피고가 아이의 아빠임을 알게 되었다.
라. 원고와 원고의 모친은 2010. 10. 13. 피고를 만나 원고의 임신 사실을 알려주었고, 원고의 모친이 피고에게 책임질 것을 요구하자, 피고는 더 이상 지체하면 낙태수술을 받기 어렵다면서 임신중절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마. 원고의 모친은 피고에게 각서를 써주어야 이에 응하겠다고 하였고, 이에 피고는 2010. 10. 13. “피고와 원고가 연유된 것은 부산시 서면 도심지에서 우연히 상면하여 대화 과정에 밀회를 약속하에 3회 정도 상면하에 대화 교제 과정에 관계를 갖고 쌍방 결혼하기로 약속하였다. 원고와 피고가 교제 과정에 관계로 인하여 피고는 책임상 상호의 신의로서 결혼 약속하에 쌍방 결혼 약정을 문서로서 확인하고 법적으로 2011. 5.까지 혼인신고하기로 약정한다. 만약 약정사항을 불이행할 시 약정사항을 위반한 자가 민형사상 책임을 지고 위자료 등 2억 원 손해배상책임을 진다.”라는 내용의 약정서(이하 ‘이 사건 약정서’라 한다)를 작성하여 주었다.
바. 원고는 위 약정서를 받은 다음 날인 2010. 10. 14. 병원에 입원하여 다음 날 수술에 필요한 검사를 받고, 2010. 10. 16. 임신중절수술을 받았다.
사. 피고는 위와 같이 약정서를 작성하여 준 다음 원고로부터의 연락을 피하였다.
[인정 근거] 갑 제1~3호증, 제4호증의 1~4, 제5~7호증, 을 제1호증, 제2호증의 1, 2, 제3호증의 1, 2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주장 및 판단
가. 원고의 주장
주위적으로, 피고는 원고와 약혼을 한 후 일방적으로 약혼을 파기하였으므로 원고에게 이로 인한 손해배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예비적으로, 피고는 미성년자인 원고와 성관계를 하여 원고의 동의 없이 임신을 하였는바, 이는 일반불법행위에 해당하고 이 사건 약정서에서 정한 2억 원은 위와 같은 불법행위에 대한 약정금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 돈 중 1억 원을 지급하여야 한다.
나. 주위적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원고와 피고 사이에 약혼이 성립하였는지에 관하여 본다. 약혼이 성립하려면 당사자 사이에 장차 혼인을 하겠다는 진실한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앞서 인정한 사실 및 을 제1호증의 기재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원고와 피고는 우연히 길거리에서 만나 술자리를 합석한 후 성관계를 가진 점, 원고는 고등학생 신분으로 가출 상태에서 피고와 수회에 걸쳐 성관계를 가졌을 뿐이고, 원고와 피고 사이에 결혼 이야기는 전혀 없었던 점, 원고의 임신 사실이 알려지고 원고의 모친이 개입하고 나서야 혼인 이야기가 나온 점, 원·피고 쌍방에 혼인 의사가 있었다면 굳이 임신중절수술을 하여야 할 필요가 없음에도, 피고는 원고의 임신 사실을 알고 임신중절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원고 모친은 피고로부터 이 사건 약정서를 받은 후에야 원고로 하여금 임신중절수술을 하도록 한 점, 피고는 혼인할 의사도 없이 낙태를 시킬 목적으로 일단 원고에게 혼인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점, 이 사건 약정서를 작성한 후 원고와 피고는 만난 사실도 없고 원고와 피고 가족들 사이에 상견례를 가진 일도 없는 점, 약정서를 작성하여 혼인신고를 약속하고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면 손해배상금으로 2억 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약정을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갑 제3호증의 기재만으로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장차 혼인을 하겠다는 진실한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와 피고 사이에 약혼이 성립하였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다. 예비적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1) 위 인정 사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피고는 미성년자인 원고와 성관계를 가져 원고로 하여금 원하지 않던 임신을 하도록 한 점,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약정서를 작성하여 주면서 원고를 안심시켜 원고로 하여금 임신중절수술을 하도록 하였으나, 임신중절수술 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아니한 점에 미성년자인 원고는 성인에 비하여 정신적·육체적으로 성숙하지 아니한 상태에 있어 설령 피고가 원고의 동의를 얻어 성관계를 하였더라도 임신에 관한 주의의무를 더 부담한다고 볼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위와 같은 피고의 일련의 행위는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할 것이다.
또한 이 사건 약정서의 내용은 피고가 원고와 혼인하지 아니할 경우 2억 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것인바, 위 약정서의 문언과 제반 사정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와 혼인하거나 2억 원을 지급함으로써 원고의 관계에 있어서 발생한 책임을 모두 면하는 것을 약속한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
따라서 원고와의 혼인 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표시한 이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손해배상금으로 원고에게 이 사건 약정서에서 정한 금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피고는, 이 사건 약정서의 내용을 강박을 이유로 취소한다는 취지로 항변하므로 살피건대,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라고 하려면 상대방이 불법으로 어떤 해악을 고지함으로 말미암아 공포를 느끼고 의사표시를 한 것이어야 하는바, 여기서 어떤 해악을 고지하는 강박행위가 위법하다고 하기 위하여는, 강박행위 당시의 거래 관념과 제반 사정에 비추어 해악의 고지로써 추구하는 이익이 정당하지 아니하거나 강박의 수단으로 상대방에게 고지하는 해악의 내용이 법질서에 위배된 경우 또는 어떤 해악의 고지가 거래 관념상 그 해악의 고지로써 추구하는 이익의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부적당한 경우 등에 해당하여야 한다(대법원 2000. 3. 23. 선고 99다64049 판결 참조). 그런데 이 사건 약정서를 작성하여 주지 않으면 임신중절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강박은 해악의 내용이 법질서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을 제1호증, 제2호증의 1, 2, 제3호증의 1, 2의 각 기재만으로는 위 약정서가 강박으로 인하여 작성되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의 위 항변은 이유 없다.
3) 다만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 또는 권리남용은 강행규정에 위배되는 것이므로 당사자의 주장이 없더라도 법원은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는바(대법원 1989. 9. 29. 선고 88다카17181 판결 참조), 위 인정 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약정서에서 정한 손해배상금은 피고의 잘못을 고려하더라도 그 손해배상금이 과도하게 무거운 때에 해당하여 공서양속에 반하므로, 위 약정서에 따른 손해배상금 중 1,000만 원을 초과하는 부분은 무효라고 봄이 상당하다.
가) 자신보다 6세 연하의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가지면서 피임을 하지 않아 임신에 이르게 하고, 그 결과를 모른 체한 피고의 행위는 비난받아야 하지만, 원고 역시 미성년자의 신분으로 길에서 만난 남성과 술을 마시고 바로 성관계까지 가진 것은 경솔한 행동이었다.
나) 피고는 당시 만 22세의 선원으로 부모와 함께 거주하고 있어 그다지 많은 재산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고, 2억 원은 피고가 지급할 수 있는 범위를 훨씬 넘는 금액이었다.
다) 미성년자인 원고가 임신중절수술로 인하여 입은 재산적 피해는 1,000만 원에도 미치지 않는다.
라) 피고는 이 사건 약정서 작성 당시 원고로 하여금 임신중절수술을 빠른 시일 내에 받도록 하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인하여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기 어려운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4)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1,00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 날인 2013. 10. 23.부터 피고가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14. 12. 4.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문희(재판장) 백소영 조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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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甲이 乙과 성관계를 하여 임신을 하였는데, 甲의 모가 乙로부터 ‘甲과 乙이 혼인신고하기로 약정하고, 이를 불이행할 경우 2억 원을 지급한다’는 약정서를 받은 후 甲이 임신중절수술을 받은 사안에서, 甲과 乙 사이에 장차 혼인하겠다는 진실한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미성년자 甲이 乙과 성관계를 하여 임신을 하였는데, 甲의 모가 乙로부터 ‘甲과 乙이 혼인신고하기로 약정하고, 이를 불이행할 경우 2억 원을 지급한다’는 약정서를 받은 후 甲이 임신중절수술을 받은 사안에서, 약혼이 성립하려면 당사자 사이에 장차 혼인하겠다는 진실한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甲은 고등학생 신분으로 가출 상태에서 乙과 성관계를 하였을 뿐이고 甲과 乙 사이에 결혼 이야기는 전혀 없었던 점, 甲과 乙 쌍방에 혼인 의사가 있었다면 임신중절수술을 할 필요가 없음에도 乙은 甲의 임신 사실을 알고 임신중절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甲의 모는 乙로부터 약정서를 받은 후에야 甲이 임신중절수술을 받도록 한 점 등에 비추어 甲과 乙 사이에 장차 혼인하겠다는 진실한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2014. 10. 23.
1. 피고는 원고에게 1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3. 10. 23.부터 2014. 12. 4.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피고는 원고에게 1억 원 및 이에 대하여 2011. 6. 1.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1. 인정 사실
가. 원고는 고등학교 2학년 재학 중 2010. 5. 중순경 친구와 함께 서면에 놀러 갔다가, 길에서 만난 피고 일행과 술자리를 함께하게 되었다.
나. 원고는 그날 피고와 모텔에서 성관계를 가졌고, 그 후로도 가출한 상태에서 3~4회에 걸쳐 피고를 만나 성관계를 가졌다.
다. 원고는 수개월 후 집에 돌아갔다가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고, 2010. 10. 4. 산부인과에서 임신 20주 2일임을 확인받았다. 원고의 모친은 시설 등의 도움을 받아 아이를 양육할 방법도 찾아보았으나 여의치 않던 중, 원고를 추궁하여 피고가 아이의 아빠임을 알게 되었다.
라. 원고와 원고의 모친은 2010. 10. 13. 피고를 만나 원고의 임신 사실을 알려주었고, 원고의 모친이 피고에게 책임질 것을 요구하자, 피고는 더 이상 지체하면 낙태수술을 받기 어렵다면서 임신중절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마. 원고의 모친은 피고에게 각서를 써주어야 이에 응하겠다고 하였고, 이에 피고는 2010. 10. 13. “피고와 원고가 연유된 것은 부산시 서면 도심지에서 우연히 상면하여 대화 과정에 밀회를 약속하에 3회 정도 상면하에 대화 교제 과정에 관계를 갖고 쌍방 결혼하기로 약속하였다. 원고와 피고가 교제 과정에 관계로 인하여 피고는 책임상 상호의 신의로서 결혼 약속하에 쌍방 결혼 약정을 문서로서 확인하고 법적으로 2011. 5.까지 혼인신고하기로 약정한다. 만약 약정사항을 불이행할 시 약정사항을 위반한 자가 민형사상 책임을 지고 위자료 등 2억 원 손해배상책임을 진다.”라는 내용의 약정서(이하 ‘이 사건 약정서’라 한다)를 작성하여 주었다.
바. 원고는 위 약정서를 받은 다음 날인 2010. 10. 14. 병원에 입원하여 다음 날 수술에 필요한 검사를 받고, 2010. 10. 16. 임신중절수술을 받았다.
사. 피고는 위와 같이 약정서를 작성하여 준 다음 원고로부터의 연락을 피하였다.
[인정 근거] 갑 제1~3호증, 제4호증의 1~4, 제5~7호증, 을 제1호증, 제2호증의 1, 2, 제3호증의 1, 2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주장 및 판단
가. 원고의 주장
주위적으로, 피고는 원고와 약혼을 한 후 일방적으로 약혼을 파기하였으므로 원고에게 이로 인한 손해배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예비적으로, 피고는 미성년자인 원고와 성관계를 하여 원고의 동의 없이 임신을 하였는바, 이는 일반불법행위에 해당하고 이 사건 약정서에서 정한 2억 원은 위와 같은 불법행위에 대한 약정금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 돈 중 1억 원을 지급하여야 한다.
나. 주위적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원고와 피고 사이에 약혼이 성립하였는지에 관하여 본다. 약혼이 성립하려면 당사자 사이에 장차 혼인을 하겠다는 진실한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앞서 인정한 사실 및 을 제1호증의 기재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원고와 피고는 우연히 길거리에서 만나 술자리를 합석한 후 성관계를 가진 점, 원고는 고등학생 신분으로 가출 상태에서 피고와 수회에 걸쳐 성관계를 가졌을 뿐이고, 원고와 피고 사이에 결혼 이야기는 전혀 없었던 점, 원고의 임신 사실이 알려지고 원고의 모친이 개입하고 나서야 혼인 이야기가 나온 점, 원·피고 쌍방에 혼인 의사가 있었다면 굳이 임신중절수술을 하여야 할 필요가 없음에도, 피고는 원고의 임신 사실을 알고 임신중절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원고 모친은 피고로부터 이 사건 약정서를 받은 후에야 원고로 하여금 임신중절수술을 하도록 한 점, 피고는 혼인할 의사도 없이 낙태를 시킬 목적으로 일단 원고에게 혼인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점, 이 사건 약정서를 작성한 후 원고와 피고는 만난 사실도 없고 원고와 피고 가족들 사이에 상견례를 가진 일도 없는 점, 약정서를 작성하여 혼인신고를 약속하고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면 손해배상금으로 2억 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약정을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갑 제3호증의 기재만으로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장차 혼인을 하겠다는 진실한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와 피고 사이에 약혼이 성립하였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다. 예비적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1) 위 인정 사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피고는 미성년자인 원고와 성관계를 가져 원고로 하여금 원하지 않던 임신을 하도록 한 점,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약정서를 작성하여 주면서 원고를 안심시켜 원고로 하여금 임신중절수술을 하도록 하였으나, 임신중절수술 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아니한 점에 미성년자인 원고는 성인에 비하여 정신적·육체적으로 성숙하지 아니한 상태에 있어 설령 피고가 원고의 동의를 얻어 성관계를 하였더라도 임신에 관한 주의의무를 더 부담한다고 볼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위와 같은 피고의 일련의 행위는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할 것이다.
또한 이 사건 약정서의 내용은 피고가 원고와 혼인하지 아니할 경우 2억 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것인바, 위 약정서의 문언과 제반 사정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와 혼인하거나 2억 원을 지급함으로써 원고의 관계에 있어서 발생한 책임을 모두 면하는 것을 약속한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
따라서 원고와의 혼인 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표시한 이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손해배상금으로 원고에게 이 사건 약정서에서 정한 금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피고는, 이 사건 약정서의 내용을 강박을 이유로 취소한다는 취지로 항변하므로 살피건대,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라고 하려면 상대방이 불법으로 어떤 해악을 고지함으로 말미암아 공포를 느끼고 의사표시를 한 것이어야 하는바, 여기서 어떤 해악을 고지하는 강박행위가 위법하다고 하기 위하여는, 강박행위 당시의 거래 관념과 제반 사정에 비추어 해악의 고지로써 추구하는 이익이 정당하지 아니하거나 강박의 수단으로 상대방에게 고지하는 해악의 내용이 법질서에 위배된 경우 또는 어떤 해악의 고지가 거래 관념상 그 해악의 고지로써 추구하는 이익의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부적당한 경우 등에 해당하여야 한다(대법원 2000. 3. 23. 선고 99다64049 판결 참조). 그런데 이 사건 약정서를 작성하여 주지 않으면 임신중절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강박은 해악의 내용이 법질서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을 제1호증, 제2호증의 1, 2, 제3호증의 1, 2의 각 기재만으로는 위 약정서가 강박으로 인하여 작성되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의 위 항변은 이유 없다.
3) 다만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 또는 권리남용은 강행규정에 위배되는 것이므로 당사자의 주장이 없더라도 법원은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는바(대법원 1989. 9. 29. 선고 88다카17181 판결 참조), 위 인정 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약정서에서 정한 손해배상금은 피고의 잘못을 고려하더라도 그 손해배상금이 과도하게 무거운 때에 해당하여 공서양속에 반하므로, 위 약정서에 따른 손해배상금 중 1,000만 원을 초과하는 부분은 무효라고 봄이 상당하다.
가) 자신보다 6세 연하의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가지면서 피임을 하지 않아 임신에 이르게 하고, 그 결과를 모른 체한 피고의 행위는 비난받아야 하지만, 원고 역시 미성년자의 신분으로 길에서 만난 남성과 술을 마시고 바로 성관계까지 가진 것은 경솔한 행동이었다.
나) 피고는 당시 만 22세의 선원으로 부모와 함께 거주하고 있어 그다지 많은 재산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고, 2억 원은 피고가 지급할 수 있는 범위를 훨씬 넘는 금액이었다.
다) 미성년자인 원고가 임신중절수술로 인하여 입은 재산적 피해는 1,000만 원에도 미치지 않는다.
라) 피고는 이 사건 약정서 작성 당시 원고로 하여금 임신중절수술을 빠른 시일 내에 받도록 하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인하여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기 어려운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4)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1,00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 날인 2013. 10. 23.부터 피고가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14. 12. 4.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문희(재판장) 백소영 조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