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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형사범죄 성범죄
형사범죄 · 성범죄 2026.04.03 조회 5

성범죄 무죄 판결 후 피의사실 공표, 손해배상 받을 수 있을까요?

안세익 변호사

최근 성범죄와 관련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수사 단계에서 피의자의 신상이나 혐의 내용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사례가 부쩍 늘었습니다. 그런데 만약 재판 끝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면 어떨까요? 이미 온 세상에 알려진 이름과 얼굴, 그리고 '성범죄 혐의'라는 낙인은 쉽게 지워지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겪는 고통은 당사자가 아니면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이시죠.

오늘은 성범죄 무죄 판결 이후,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손해배상이 가능한지, 어떤 법적 근거와 요건이 필요한지 살펴보겠습니다.

피의사실 공표, 왜 문제가 되는 걸까요

피의사실 공표란, 수사기관이 공소 제기 전의 피의사실을 언론 등에 공개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형법 제126조는 이를 명확히 금지하고 있으며,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형법 제126조(피의사실공표)

검찰, 경찰 기타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행함에 당하여 지득한 피의사실을 공판청구 전에 공표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특히 성범죄 혐의는 다른 어떤 범죄보다 사회적 낙인 효과가 크기 때문에, 무죄가 확정되더라도 한번 형성된 부정적 인식을 되돌리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통계적으로 보면, 성범죄 사건의 무죄율은 전체 형사사건 평균보다 높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피의사실 공표로 인한 피해 회복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무죄 판결 후 손해배상 청구의 법적 근거

무죄 판결을 받은 분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법적 경로는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1
국가배상법에 의한 청구 수사기관 공무원이 직무 수행 중 위법하게 피의사실을 공표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국가배상법 제2조에 따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때 핵심은 수사기관의 '위법성'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2
민법상 불법행위(제750조) 청구 수사기관뿐 아니라, 확인 없이 피의사실을 보도한 언론사에 대해서도 명예훼손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특히 무죄 확정 후에도 정정보도를 하지 않은 경우, 위법성이 더욱 명확해집니다.
3
형사보상 청구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에 따라, 미결구금 일수에 대해 1일 보상청구권한도액 범위 내에서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2024년 기준 1일 최저 2만 원, 최고 40만 원입니다.

실제 손해배상이 인정되려면 어떤 요건이 필요할까요

많은 분들이 "무죄 판결만 받으면 당연히 배상받을 수 있는 것 아닌가요?"라고 생각하시는데, 안타깝게도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습니다. 법원이 손해배상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다음 요건들을 충족해야 합니다.

공표 행위의 특정 - 누가, 언제, 어떤 경로로 피의사실을 공개했는지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수사기관의 공식 브리핑인지, 비공식 정보 유출인지가 중요합니다.

위법성 판단 - 공익적 목적의 정당한 범위 내 공개였는지, 아니면 과도한 공개였는지를 법원이 판단합니다. 성범죄의 경우 '공공의 이익'을 이유로 수사기관이 정보를 공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 비례원칙에 맞았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인과관계와 손해의 입증 - 피의사실 공표로 인해 구체적으로 어떤 손해를 입었는지 증명해야 합니다. 실직, 이혼, 사회적 고립, 정신과 치료 등의 자료가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무죄 판결의 확정 - 1심 무죄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으며, 최종 확정판결이 있어야 청구 기반이 탄탄해집니다.

피의사실 공표 손해배상의 현실과 한계

솔직히 말씀드리면, 현재 우리 법 체계에서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손해배상 인정 사례는 아직 많지 않은 편입니다. 그 이유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수사기관이 직접 공표한 것인지, 취재 과정에서 유출된 것인지 경계가 모호한 경우가 많습니다. 둘째, 공익적 목적이라는 수사기관의 항변이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셋째, 위자료(정신적 손해배상) 금액이 피해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에 머무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개인의 명예와 인격권에 대한 사법부의 인식이 점차 강화되고 있고, 수사기관의 과도한 언론 브리핑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인사혁신처와 법무부에서도 수사 공보 준칙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있어, 향후에는 보다 적극적인 피해 구제가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무죄 확정 후, 명예회복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

1
형사보상 청구 무죄 확정일로부터 3년 이내에 해당 법원에 청구해야 합니다. 구금 기간에 대한 금전 보상과 함께, 관보를 통한 무죄 판결 사실 공시도 신청할 수 있습니다.
2
언론중재위원회 정정보도 청구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거나, 무죄 확정 후에도 기사가 삭제되지 않은 경우 정정보도 또는 기사 삭제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보도일로부터 3개월 이내, 또는 무죄 판결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청구해야 합니다.
3
국가배상 또는 민사 손해배상 소송 피의사실 공표의 주체와 경위를 특정하여, 국가 또는 언론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재산적 손해(실직 등)와 정신적 손해(위자료)를 모두 청구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4
인터넷 검색결과 삭제(잊힐 권리) 포털 사이트에 잔존하는 관련 기사와 게시물에 대해 삭제 또는 비노출 조치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각 포털의 권리침해 신고 절차를 통해 진행하며, 무죄 판결문 사본이 주요 소명자료가 됩니다.

앞으로의 전망 - 피해 구제의 문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2023년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원의 연구보고서에서도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통제 강화 필요성이 지적된 바 있습니다. 국회에서도 피의사실 공표죄의 처벌을 강화하거나 피해자 구제 절차를 신설하는 개정안이 수차례 발의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성범죄 혐의로 수사를 받다가 무죄 판결을 받으신 분들이 겪는 고통은 단순히 법률적 문제를 넘어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인권 침해입니다. "혐의 없음"이라는 결론이 나왔을 때, 그 이전에 받은 피해가 자동으로 회복되지 않는다는 점이 현행 제도의 가장 큰 한계이기도 합니다.

다행히 법적 구제의 길은 분명히 존재하며, 그 폭도 점차 넓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각 절차마다 청구 기한이 다르고, 입증 방법도 사안에 따라 달라지므로, 무죄 판결이 확정된 직후부터 체계적으로 준비하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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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익 변호사의 코멘트
실무에서 보면, 성범죄 무죄를 받으신 분들이 가장 힘들어하시는 부분이 법적 결론과 사회적 시선 사이의 괴리입니다. 형사보상 청구와 손해배상 소송은 무죄 확정 직후부터 준비하셔야 기한을 놓치지 않으며, 보도 기사 캡처와 피해 증빙자료를 미리 확보해두시는 것이 핵심입니다. 혼자 감당하기 어려우신 경우 가능한 빨리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이 글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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