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신고 건수는 약 1만 4,000건에 달합니다. 2019년 제도 시행 첫해 약 2,100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6배 이상 증가한 수치입니다. 신고 건수의 급증은 근로자들의 인식이 높아졌다는 긍정적 신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용자(사업주)의 조치 의무에 대한 이해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현실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했을 때, 법은 피해 근로자가 아닌 사용자에게 일련의 구체적 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는 물론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사용자의 조치 의무는 단순한 권고가 아닌 법적 강제 사항에 해당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사용자의 의무는 근로기준법 제76조의2 및 제76조의3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핵심적인 의무를 단계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법이 요구하는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는 그 방법과 범위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최소한 다음의 요소를 충족해야 적법한 조사로 인정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사의 기본 요건
- 피해자, 행위자, 목격자 각각에 대한 분리 면담
- 이메일, 메신저, CCTV 등 객관적 증거 확보
- 조사 담당자의 중립성 확보 (행위자의 직속 상급자가 조사하는 것은 부적절)
- 조사 과정 및 결과의 서면 기록
상담 현장에서 보면, 소규모 사업장(상시 근로자 10인 미만)의 경우 별도 인사팀이 없어 조사 주체 선정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에도 의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며, 외부 전문기관에 조사를 위탁하거나 노무사 등 제3자의 도움을 받는 방법이 현실적 대안이 됩니다.
또한 사용자 본인이 괴롭힘 행위자인 경우(이른바 '사업주 직접 괴롭힘')에는 조사 의무의 이행 주체와 행위자가 동일하다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합니다. 이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2021년 법 개정으로 사업주가 직접 괴롭힘을 한 경우에는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는 규정이 신설되었습니다.
실무에서 자주 접하는 문제 가운데 하나는, 사용자가 보호조치를 취한다면서 오히려 피해 근로자를 원치 않는 부서로 전보시키는 경우입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3항은 보호조치 시 피해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즉, 피해자를 다른 부서로 옮기는 것이 괴롭힘으로부터의 격리 목적이라 하더라도, 당사자가 원하지 않는다면 강제할 수 없습니다.
반대로, 피해 근로자가 유급휴가를 요청했음에도 사용자가 이를 거부하고 정상 출근을 강요하는 사례도 빈번합니다. 이 역시 보호조치 의무 위반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 조치 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는 유형별로 구분됩니다.
형사처벌 대상
- 비밀유지 의무 위반: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 불이익 처우 금지 위반: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
과태료 대상
- 조사 의무 미이행: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 피해자 보호조치 미이행: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 사업주 직접 괴롭힘: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특히 주목할 점은, 신고를 이유로 한 불이익 처우 금지 위반은 과태료가 아닌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것입니다. 이는 입법자가 보복 행위를 가장 중대한 위반으로 보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피해자가 신고한 뒤 인사고과에서 불이익을 받거나, 계약 갱신이 거부된 사례에서 형사 고소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사후 조치 의무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예방 의무입니다. 근로기준법 제93조 제11호에 따라 상시 10인 이상 사업장은 취업규칙에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 및 발생 시 조치에 관한 사항을 필수적으로 기재해야 합니다. 취업규칙에 해당 내용이 누락되어 있다면, 이 자체로 시정명령의 대상이 됩니다.
취업규칙에 포함해야 할 핵심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 직장 내 괴롭힘의 정의 및 금지 규정
- 신고 절차 및 접수 담당자(부서) 지정
- 조사 절차, 조사 기간, 조사 주체
- 피해자 보호조치의 종류
- 행위자에 대한 징계 기준
- 비밀유지 및 불이익 처우 금지 명시
직장 내 괴롭힘 관련 법제는 2019년 시행 이후 지속적으로 강화되는 추세에 있습니다. 2021년 과태료 규정 신설에 이어, 최근에는 조사 기간의 법정화, 외부 조사기관 의무 위탁 등 보다 구체적인 절차 기준을 마련하자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 시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취업규칙 정비 여부와 조치 이행 여부가 주요 점검 항목으로 포함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괴롭힘 사건이 발생한 후 대응하는 것보다, 사전에 체계적인 절차와 매뉴얼을 갖추는 것이 법적 리스크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사용자의 조치 의무는 단순히 '괴롭힘을 금지한다'는 선언적 수준을 넘어, 신고 접수부터 조사, 보호조치, 행위자 제재, 비밀유지, 불이익 금지에 이르는 전 과정에 걸친 적극적 의무입니다. 이 의무의 구체적 내용과 위반 시 제재 수준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건강한 근로환경을 만들기 위한 출발점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