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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민사·계약 대여금·채권·보증·채권추심
민사·계약 · 대여금·채권·보증·채권추심 2026.03.21 조회 1

대여금 청구 시 무이자 약정 입증, 법적 쟁점과 실무 대응 방법

김혜은 변호사

오늘은 대여금 청구 소송에서 실무적으로 자주 다투어지는 주제인 '무이자 약정의 입증 문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지인이나 가족 사이에서 돈을 빌려줄 때 "이자는 안 받을게"라고 구두로 약속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후 분쟁이 발생하면 이 약속의 존재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릅니다.

사건 개요

서울에 거주하는 38세 직장인 A씨는 2021년 3월, 대학교 동기인 42세 자영업자 B씨에게 사업자금 명목으로 5,000만 원을 빌려주었습니다. 당시 A씨는 "오랜 친구 사이니까 이자는 받지 않겠다"고 말했고, 차용증에는 원금 5,000만 원과 변제기(2023년 3월)만 기재되었을 뿐 이자에 관한 내용은 전혀 적혀 있지 않았습니다.

변제기가 지나도 B씨가 갚지 않자, A씨는 대여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런데 B씨 측은 "이자 약정이 없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원금 중 일부를 이미 변제했다고 주장했고, A씨 측은 소송 과정에서 원금에 더해 민법상 법정이율(연 5%)에 따른 지연손해금도 청구했습니다. 이에 B씨 측은 "애초에 무이자 약정이 있었으므로 변제기 이후의 지연손해금도 감액되어야 한다"고 항변했습니다.

첫째, 무이자 약정은 누가 입증해야 하는가 - 입증책임의 소재

대여금 청구 소송에서 가장 먼저 정리해야 할 점은 입증책임의 분배입니다. 민법 제598조에 따라 금전소비대차(돈을 빌려주고 받는 계약)에서 이자 약정은 '특약'에 해당합니다. 즉 이자를 받기로 했다는 사실은 이를 주장하는 채권자(빌려준 사람)가 입증해야 합니다.

반대로, 채무자(빌린 사람)가 "무이자로 약정했다"고 주장할 경우에는 어떨까요? 실무에서는 약간 복잡해집니다. 이자 약정 자체가 없었다면 '없음'을 굳이 증명할 필요가 없지만, 적극적으로 "무이자 합의가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법적 효과(예: 지연손해금 감면)를 끌어내려 한다면, 그 합의의 존재를 주장하는 측이 증명 부담을 집니다.

이 사건에서 B씨가 단순히 "이자 약정이 없었다"고 다투는 것이라면, A씨가 이자 약정의 존재를 입증하지 못하면 이자는 청구할 수 없습니다. 여기까지는 간단합니다. 그런데 B씨가 한 발 더 나아가 "무이자 약정이 있었으므로 지연손해금도 배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별개의 법률효과를 구하는 것이므로, B씨 스스로 무이자 합의의 존재를 입증해야 합니다.

둘째, 무이자 약정과 지연손해금은 별개의 문제인가

실무에서 자주 혼동되는 부분이 바로 이것입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약정이자 (이용이자)

돈을 빌려 쓰는 대가로 변제기까지 지급하는 이자입니다. 이 부분은 당사자 간 약정이 있어야 발생하며, 약정이 없으면 원칙적으로 청구할 수 없습니다.

2
지연손해금 (지연이자)

변제기가 도래했음에도 갚지 않아 발생하는 손해배상입니다. 민법 제397조에 따라 금전채무의 불이행에 대해서는 별도 약정이 없어도 법정이율 연 5%가 당연히 적용됩니다.

따라서 A씨와 B씨 사이에 "이자를 받지 않겠다"는 합의가 있었더라도, 이것이 변제기 이전의 약정이자(이용이자)를 면제한 것에 불과한지, 아니면 변제기 이후의 지연손해금까지 포기하는 취지였는지는 별도로 판단해야 합니다.

실무상 대부분의 법원은, 단순한 "이자 안 받겠다"는 표현을 이용이자의 면제로 한정 해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변제기 이후의 지연손해금은 채무 불이행에 따른 법적 제재의 성격이 강하므로, 이를 포기하는 의사까지 포함하려면 보다 명확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입니다.

B씨 입장에서 "무이자 약정에 지연손해금 배제까지 포함된다"고 주장하려면, 당시 A씨가 "갚는 날이 늦어져도 추가 금액은 일체 청구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명시적 의사표시를 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이 입증에 실패하면, A씨는 변제기 다음 날부터 연 5%의 지연손해금을 청구할 수 있고,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 날부터는 소송촉진법에 따른 연 12%의 지연손해금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셋째, 무이자 약정의 입증 방법과 실무적 쟁점

그렇다면 무이자 합의는 어떤 증거로 입증할 수 있을까요? 실무에서 활용되는 주요 증거 유형을 정리합니다.

  • 차용증 기재 내용 - 차용증에 이자란이 비어 있거나 "이자 없음"이라고 명시된 경우, 무이자 합의의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다만 이자란이 단순히 공란인 것만으로는 "무이자"로 확정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 카카오톡, 문자 등 메시지 기록 - "이자는 안 받을게", "원금만 갚으면 돼" 등의 대화 내용이 있다면 유력한 증거입니다. 상담 현장에서 보면 이 유형의 증거가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계좌 거래 내역 - 장기간 원금 외 추가 금액의 입출금이 없었다는 사실은 무이자 합의의 간접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 증인 진술 - 당시 약정 과정에 동석했던 제3자의 증언도 활용 가능하나, 증인의 신뢰성이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 당사자 간 관계와 거래 관행 - 가족이나 절친한 친구 사이의 금전 대차에서 무이자가 관행적이었다는 점도 보충적 고려 요소입니다.

이 사건에서 A씨와 B씨의 차용증에는 이자에 관한 기재가 전혀 없습니다. B씨 측이 당시의 카카오톡 대화 캡처를 제출하여 A씨가 "이자는 생각하지 마"라고 보낸 메시지를 확인한다면, 이용이자에 관한 무이자 합의는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것처럼, 이것이 지연손해금까지 면제하는 취지인지는 별도로 판단됩니다.

실무적 조언 - 금전 대차 시 반드시 챙겨야 할 사항

이번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핵심적인 실무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차용증 작성 시 이자에 대한 합의 내용을 반드시 명기하십시오. "무이자"라면 "무이자"라고, 이자율이 있다면 구체적 이율과 지급 방법을 기재해야 합니다. 공란으로 두면 분쟁의 씨앗이 됩니다.

둘째, 무이자로 빌려줄 경우에도 변제기 이후의 지연손해금에 대한 합의 여부를 별도로 명확히 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변제기 이후에도 추가 금액을 청구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없다면 법정이율에 따른 지연손해금은 발생합니다.

셋째, 돈을 빌려줄 때 나눈 대화 내용(문자, 메신저 등)을 보관해 두십시오. 이후 분쟁에서 가장 직접적인 증거가 됩니다.

대여금 분쟁은 금액이 클수록, 그리고 당사자 간 관계가 가까울수록 감정적으로 격해지기 쉽습니다. 그러나 법적으로는 이자 약정의 존부, 무이자 합의의 범위, 지연손해금의 적용 여부가 각각 독립된 쟁점으로 엄밀하게 판단됩니다. 사전에 서면으로 약정 내용을 명확히 남겨두는 것이 분쟁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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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은 변호사의 코멘트
제 경험상 대여금 소송에서 무이자 약정의 범위를 둘러싼 다툼은 차용증 한 줄의 기재 유무로 결론이 갈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특히 지연손해금까지 면제하려는 취지였다면 반드시 별도 조항으로 명시해 두셔야 합니다. 이미 분쟁이 시작되었다면 증거 정리가 시급하므로 가능한 빨리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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