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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형사범죄 폭행·상해·협박
형사범죄 · 폭행·상해·협박 2026.04.06 조회 13

스포츠 경기 중 폭력행위,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을까요?

박경수 변호사
법무법인 세문 · 서울특별시 서초구

최근 아마추어 풋살 리그, 조기축구회, 동호인 야구 경기 등에서 선수 간 충돌이 형사 사건으로 번지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한체육회 통계에 따르면 생활체육 참여 인구가 약 2,800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경기 중 발생한 폭력행위로 경찰에 접수되는 사건도 매해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운동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않나?"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실무 현장에서 보면, 경기 중 행위라 하더라도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오늘은 어디까지가 허용되는 신체 접촉이고, 어디서부터가 범죄가 되는지 차근차근 정리해 보겠습니다.

경기 중 폭력, 왜 형사책임이 문제될까요?

스포츠에는 일정 수준의 신체 접촉이 전제되어 있습니다. 축구의 태클, 농구의 스크린, 야구의 몸에 맞는 공 등이 대표적입니다. 법률적으로 이러한 행위가 허용되는 근거를 흔히 '피해자의 승낙' 또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형법 제20조)로 설명합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경기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규칙 범위 안에서의 접촉은 감수하겠다"는 묵시적 동의를 한 것으로 보는 것이죠. 그래서 정상적인 플레이 과정에서 생긴 부상은 원칙적으로 위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핵심은 "규칙 범위 안"이라는 조건입니다. 이 범위를 벗어나는 순간, 일반적인 폭행죄(형법 제260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나 상해죄(형법 제257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1,000만 원 이하의 벌금)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허용되는 접촉과 범죄의 경계선은 어디일까요?

실무에서 수사기관과 법원이 형사책임 여부를 판단할 때 살펴보는 기준을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형사책임이 없는 경우

해당 종목의 경기 규칙에 부합하는 플레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접촉 또는 부상

형사책임이 문제되는 경우

경기 규칙을 현저히 일탈하거나, 고의로 상대를 가해할 의도가 명백한 행위

구체적으로 법원이 고려하는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 행위의 목적 - 공을 향한 것인지, 사람을 향한 것인지
  • 규칙 일탈의 정도 - 단순 반칙인지, 규칙과 무관한 가해행위인지
  • 시간적 맥락 - 경기 진행 중인지, 휘슬이 불린 뒤인지, 경기 종료 후인지
  • 행위의 강도와 방법 -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하거나, 발로 쓰러진 상대를 밟는 행위 등
  • 결과의 중대성 - 골절, 인대 파열, 뇌진탕 등 중한 상해 발생 여부

예를 들어, 축구 경기 중 볼 경합 과정에서 슬라이딩 태클을 했는데 상대 발목이 골절된 경우와, 경기와 무관하게 시비가 붙어 주먹으로 상대 얼굴을 가격한 경우는 법적으로 전혀 다르게 평가됩니다. 전자는 규칙 내 행위로 위법성이 조각(소멸)될 가능성이 높지만, 후자는 일반적인 폭행·상해와 동일하게 처벌됩니다.

"묵시적 승낙"의 한계, 어디까지 인정될까요?

경기 참가자가 일정한 위험을 감수했다는 논리, 즉 '피해자의 승낙'에도 명확한 한계가 있습니다. 걱정되시는 분들을 위해 핵심만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승낙의 범위는 해당 종목의 일반적 규칙과 관행 안에서만 인정됩니다.

참가자가 "심한 반칙까지 감수하겠다"고 동의한 것은 아닙니다. 더욱이 중대한 상해에 대한 승낙은 사회상규에 반하여 효력이 인정되지 않습니다(형법 제24조 참조).

실제로 동호인 야구 경기에서 주자가 포수에게 고의로 어깨 태클을 가해 쇄골 골절을 입힌 사건, 풋살 경기 후 판정 시비로 상대 선수를 폭행한 사건 등에서 가해자에게 상해죄가 인정된 바 있습니다. 경기장이라는 공간이 법의 사각지대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는 사례들입니다.

프로선수와 아마추어, 기준이 다른가요?

이 부분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결론적으로, 형법 적용의 기본 원리는 동일합니다. 다만 실무적 차이가 존재합니다.

프로 경기

경기 규칙이 정교하고, 심판·징계위원회 등 자체 제재 시스템이 존재합니다. 규칙 내 반칙은 리그 자체 징계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아, 형사 고소로 이어지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아마추어·동호인 경기

규칙 적용이 느슨하고 자체 징계 시스템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분쟁이 곧바로 경찰 신고와 형사 고소로 이어지는 비율이 높으며, 실제 기소까지 진행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아마추어 경기에서는 경기 자체보다 경기 전후의 시비, 언쟁에서 폭력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에는 경기 중 행위로 보기 어려워 피해자 승낙이나 사회상규 항변이 거의 인정되지 않습니다.

형사책임 외에도 살펴봐야 할 것들

형사처벌과 별개로, 가해자에게는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치료비, 일실수입(일하지 못한 기간의 소득 손실), 위자료 등을 합산하면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이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알아두시면 좋은 실무 포인트

- 상해진단서 발급 기준: 의사의 소견에 따라 달라지며, 3주 이상 진단 시 형사합의 금액에 큰 영향을 줍니다.

-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권 소멸)이지만, 상해죄는 해당하지 않으므로 합의하더라도 검찰이 기소할 수 있습니다.

- 경기 영상(CCTV, 개인 촬영)은 가해 의도와 행위 양태를 입증하는 핵심 증거가 됩니다.

건강한 스포츠 문화를 위한 법적 인식의 변화

운동은 건강과 즐거움을 위한 것이지만, 감정이 격해지면 순간적으로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경기 중이었으니까 괜찮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은 위험합니다.

법원의 태도도 과거에 비해 엄격해지는 추세입니다. 스포츠 참여 인구가 늘고, 경기 영상이 쉽게 확보되는 환경이 되면서 증거 확보가 용이해진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경기 중 규칙을 벗어난 신체 접촉으로 피해를 입으셨거나, 반대로 의도치 않게 상대에게 부상을 입혀 고소를 당하신 경우, 초기 대응 방식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경기 영상 확보, 목격자 진술 정리, 진단서 발급 시기 등 시간이 지나면 확보하기 어려워지는 증거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박경수
박경수 변호사의 코멘트
법무법인 세문 · 서울특별시 서초구
실무에서 스포츠 중 폭행 사건을 다루다 보면,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경기 중이었으니 법적 문제는 아니다'라고 오해하시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하지만 규칙을 벗어난 고의적 가해행위는 경기장 안이라도 엄연한 범죄입니다. 사건 초기에 영상 증거와 진단서를 확보하는 것이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므로, 가능한 빨리 전문가의 조력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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