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서울 마포구에서 소규모 카페를 운영하던 A씨(38세)는 인테리어 업체 B사와 4,200만 원 규모의 리모델링 공사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계약금 1,260만 원을 지급하고 공사가 시작되었지만, 공사 진행 3주 만에 시공 품질 문제가 반복되었고 일정도 두 차례나 지연되었습니다. 결국 A씨는 계약 해제를 통보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B사는 "이미 자재를 구입했고 인건비도 썼으니 계약금을 돌려줄 수 없다"고 했고, A씨는 "공사 품질이 엉망인데 왜 내가 손해를 봐야 하느냐"고 맞섰습니다. 이미 시공된 부분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돈은 누가 얼마나 돌려줘야 하는지, 양쪽 모두 막막해진 상황이었습니다.
이 사례를 통해, 계약이 해제되었을 때 쌍방이 부담하는 원상회복 의무의 범위가 실무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민법 제548조 제1항은 "각 당사자는 그 상대방을 원상으로 회복시킬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계약이 해제되면 계약 체결 이전 상태로 되돌리라는 뜻입니다.
A씨 사례에 적용하면, B사는 받았던 계약금 1,260만 원에 수령일로부터의 법정이자(연 5%, 상사 간 거래라면 연 6%)를 더해 반환해야 합니다. 반대로, A씨는 B사가 이미 시공한 부분에 대해 원상회복 의무를 부담합니다.
여기서 많은 분들이 혼동하는 점이 있습니다. 원상회복은 "과거로 되돌리기"이지 "손해배상"이 아닙니다. 계약 해제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는 민법 제548조와 별개로 제551조에서 규정하는 별도의 권리입니다.
사건의 실질적 갈등은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했습니다. B사가 이미 시공한 부분이 전체 공사의 약 35% 정도에 해당했기 때문입니다.
원칙적으로 원상회복은 "원물반환(받은 그대로 돌려주기)"이 기본입니다. 그러나 공사처럼 이미 노동과 자재가 투입되어 원물반환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가액반환(금전으로 환산하여 반환)으로 전환됩니다. 이것이 민법 제548조 제1항 후단의 취지입니다.
여기서 핵심적인 분쟁 포인트가 생깁니다. "이미 시공된 부분의 객관적 가치"를 어떻게 산정하느냐는 것입니다. B사는 자재비와 인건비를 합산해 1,600만 원 상당이라고 주장했지만, A씨 측에서 감정을 의뢰한 결과 시공 품질 하자를 반영하면 약 980만 원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실무에서는 이처럼 감정평가를 통해 객관적 시가를 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원도 단순히 투입 비용이 아니라, 실제로 수령자(A씨)에게 남아 있는 이익의 객관적 가치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A씨 사례를 넘어서, 계약 해제 시 원상회복과 관련하여 실무에서 자주 문제가 되는 부분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A씨 사건은 결국 양측이 조정을 통해 합의에 이르렀습니다. B사가 계약금 1,260만 원에서 시공 완료 부분의 가치 980만 원을 공제한 280만 원과 이에 대한 이자를 A씨에게 반환하는 것으로 정리되었습니다.
이 사례가 보여주는 교훈은 명확합니다.
계약 해제 후 원상회복 의무는 단순히 "받은 돈 돌려주기"로 끝나지 않습니다. 이자, 사용이익, 가액 환산, 동시이행 등 여러 법적 쟁점이 복합적으로 얽히는 문제입니다. 특히 이행이 상당 부분 진행된 후의 해제일수록 정산이 복잡해지므로, 해제 결정 이전 단계에서부터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