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하게 상담하고 솔직한 답변을 드립니다. 경찰청감사장
온라인 커뮤니티 운영자가 회원이 작성한 명예훼손 게시물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직접 글을 쓴 것이 아닌데도 형사처벌이 가능한 것인지, 그리고 그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해 가상의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서울에서 IT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A씨(41세)는 업계 종사자 약 2만 8천 명이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테크포럼'의 대표 운영자입니다. 2024년 3월, 회원 B씨(34세, 프리랜서 개발자)가 해당 커뮤니티에 경쟁사 대표 C씨(48세)를 특정하여 "횡령으로 회사 자금 수억 원을 빼돌렸다", "직원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한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렸습니다.
C씨는 게시글 게재 당일 커뮤니티 측에 삭제를 요청했으나, 운영자 A씨는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약 4개월간 해당 게시글을 방치했습니다. 해당 게시글은 그 사이 조회수 12만 회를 넘겼고, C씨의 사업에 실질적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C씨는 글 작성자 B씨뿐 아니라 운영자 A씨도 명예훼손 방조로 고소했습니다.
형법상 방조범이란 정범(직접 범죄를 실행한 사람)의 실행을 용이하게 한 자를 말합니다(형법 제32조). 방조는 적극적 행위뿐 아니라, 법적 의무가 있는 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는 부작위(不作爲)로도 성립할 수 있습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에 따르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권리를 침해받은 자의 삭제 요청이 있을 경우 지체 없이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그 결과를 통보해야 합니다.
이 사안에서 핵심은 A씨가 단순한 이용자가 아니라 커뮤니티를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운영자라는 점입니다. 운영자에게는 게시물 관리 권한이 있고, 법률상 삭제 요청에 응할 의무도 존재합니다. 대법원은 인터넷 게시판 운영자가 명예훼손적 게시물의 존재를 구체적으로 알게 된 경우, 이를 방치하면 부작위에 의한 방조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린 바 있습니다.
A씨의 경우 삭제 요청을 직접 수신하고도 4개월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므로, 명예훼손의 부작위 방조가 성립할 가능성이 높은 사안에 해당합니다.
A씨는 "표현의 자유 보장 차원에서 삭제하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표현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며, 온라인 공간에서의 자유로운 의사소통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가치입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정이 있는 경우, 표현의 자유 항변은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정리하면, 게시글 내용이 공익적 목적의 진실한 사실에 해당하지 않는 한, 운영자가 표현의 자유를 근거로 면책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특히 정보통신망법상 임시조치 의무(제44조의2)를 이행하지 않은 점이 A씨에게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운영자 A씨에게 적용될 수 있는 법적 제재는 크게 형사와 민사로 나뉩니다.
형사 책임의 경우, 정보통신망법 제70조에 따른 명예훼손죄의 방조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정보통신망을 통한 명예훼손은 일반 명예훼손보다 가중 처벌되며, 사실 적시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 허위사실 적시의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합니다. 방조범은 정범의 형보다 감경될 수 있으나(형법 제32조 제2항), 벌금 수백만 원대의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합니다.
민사 책임 측면에서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민법 제760조 제3항 - 방조자의 공동불법행위 책임)이 문제됩니다. C씨가 사업상 입은 실질적 손해(매출 감소, 거래처 이탈 등)와 정신적 손해(위자료)를 산정하여 청구할 수 있습니다. 실무적으로 온라인 명예훼손 사건에서의 위자료는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인정되는 사례가 있으며, 게시물의 파급력과 방치 기간이 길수록 배상 금액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주의할 점은, A씨가 운영하는 커뮤니티가 영리 목적인 경우(광고 수익 등) 정보통신망법상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 해당하여 더 엄격한 관리 의무가 부과된다는 것입니다. 비영리 취미 커뮤니티와 광고 수익을 올리는 커뮤니티 사이에는 책임의 수준에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사례를 통해 온라인 커뮤니티 운영자가 유념해야 할 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운영은 표현의 자유와 타인의 명예 보호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어야 하는 영역입니다. 운영자의 지위는 곧 관리 책임을 수반하며, 특히 구체적인 삭제 요청을 인지한 이후의 대응이 법적 책임의 성패를 가른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