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선우 변호사입니다.
결론부터 말하겠습니다. 가정폭력 가해자라 하더라도 자동으로 친권이 박탈되지는 않습니다. 별도의 심판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많은 분들이 보호명령만 받으면 친권도 당연히 제한되는 줄 아시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오늘은 가상의 사례 하나를 통해 가정폭력 가해자에 대한 친권 제한 심판의 핵심 쟁점을 정리합니다.
A씨(38세, 간호사)는 배우자 B씨(41세, 자영업)와 혼인 9년 차이며, 초등학교 2학년 아들 C(8세)가 있습니다. B씨는 약 3년간 A씨에게 반복적으로 신체적 폭력을 행사했고, 두 차례 아들 C가 보는 앞에서 A씨를 폭행한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A씨는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명령을 신청해 접근금지 결정을 받았고, 이혼소송과 함께 B씨의 친권 상실 심판을 청구했습니다. B씨 측은 "아이를 직접 때린 적이 없으므로 친권을 제한할 수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핵심만 짚겠습니다. 민법 제924조는 "부 또는 모가 친권을 남용하거나 현저한 비행 기타 친권을 행사시킬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있는 때" 친권상실을 선고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여기서 "현저한 비행"은 자녀에 대한 직접적 폭력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실무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적으로 봅니다.
B씨의 경우 아들 C 앞에서 두 차례 폭행이 있었고, 이는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아동복지법 제17조 제5호)에도 해당할 수 있습니다. "아이를 직접 때리지 않았다"는 항변은 법원에서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논리입니다.
2014년 민법 개정으로 친권의 일부 제한(제924조의2)도 가능해졌습니다. 즉, 친권 전부를 상실시키는 것이 과도한 경우 "면접교섭권만 제한" "재산관리권만 박탈" 등 단계적 제한을 법원이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을 혼동하시는 분이 정말 많습니다. 명확히 구분하겠습니다.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명령(가정폭력처벌법 제55조의2)은 접근금지, 전기통신 이용 접근금지, 친권행사 제한 등을 임시로 명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기간은 최대 6개월이며, 연장해도 총 2년을 넘기기 어렵습니다. 핵심은 이것이 "임시" 조치라는 점입니다.
반면 친권 상실·제한 심판(민법 제924조, 제924조의2)은 가정법원에 별도로 청구해야 하는 가사비송사건입니다. 이 심판이 확정되면 효력이 영구적이거나 법원이 정한 기간(최대 2년, 연장 가능)까지 지속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보호명령으로 일시적 친권행사 제한을 받더라도, 이혼 이후까지 효력이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장기적 보호가 필요하면 별도의 친권 제한 심판을 반드시 청구해야 합니다.
친권 상실·제한 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사람은 다음과 같습니다.
A씨의 경우 배우자이자 자녀의 친족으로서 직접 청구가 가능합니다. 실무상 이혼소송에서 친권자 지정과 함께 상대방의 친권 제한을 동시에 다투는 경우가 많습니다.
절차상 반드시 챙겨야 할 것들을 짚겠습니다.
B씨의 사안으로 돌아오겠습니다. 3년간 반복 폭력, 아동 면전 폭행 2회, 보호명령 발령 이력이 있습니다. 이 정도 사정이면 법원이 최소한 친권 일부 제한을 인용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다만 친권 "전부 상실"까지 가려면 폭력의 강도가 극심하거나, 자녀에 대한 직접적 위해 행위가 추가로 입증되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무에서 자주 보는 실수가 있습니다. 보호명령만 받아놓고 안심하다가, 이혼 확정 후 상대방이 친권자로 지정되어 버리는 사례입니다. 보호명령의 친권행사 제한은 어디까지나 임시 조치이므로, 이혼소송 단계에서 친권자 지정 문제를 반드시 별도로 다투어야 합니다.
또 한 가지, 친권 제한 심판은 "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자녀의 복리(이익)를 위한 제도입니다. 법원도 이 관점에서 판단합니다. 따라서 청구 시에도 "가해자를 처벌해 달라"는 프레임이 아니라, "이 상태가 지속되면 자녀에게 이러한 위험이 있다"는 방향으로 주장과 증거를 구성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