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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형사범죄 폭행·상해·협박
형사범죄 · 폭행·상해·협박 2026.04.09 조회 0

수술 중 신경 손상, 의사의 업무상과실치상 성립 요건과 판단 기준

문주영 변호사

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경기도 용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52세 C씨는 오른쪽 어깨 회전근개 파열 진단을 받고, 인근 정형외과 전문병원에서 관절경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자체는 2시간 만에 종료되었지만, 수술 후 C씨는 오른손 손가락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밀 검사 결과 수술 과정에서 상완신경총(팔로 가는 주요 신경 다발)이 손상되었고, 향후 완전한 회복이 어렵다는 소견이 나왔습니다.

C씨는 단순한 어깨 수술이었는데 팔 전체를 못 쓰게 되었다며 분통을 터뜨렸고, 결국 집도의 K 원장을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형사 고소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사건을 통해, 의료행위 중 상해가 발생했을 때 업무상과실이 어떻게 판단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사건 개요

피해자: C씨 (52세, 자영업) / 피고소인: K 원장 (정형외과 전문의, 15년 경력)

수술명: 우측 견관절 관절경하 회전근개 봉합술

결과: 상완신경총 손상으로 우측 상지 기능 장애 (맥브라이드 장해율 약 28%)

의료행위에서 업무상과실치상이 성립하려면

형법 제268조는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자"를 처벌한다고 규정합니다.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중한 범죄입니다. 그러나 의료행위는 본질적으로 신체에 대한 침습(몸에 물리적 자극을 가하는 행위)을 수반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폭행이나 상해 사건과는 판단 구조가 다릅니다.

의료행위에서 업무상과실이 인정되려면 다음 세 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합니다.

1주의의무 위반 - 같은 분야, 같은 수준의 의료기관에서 동일한 상황에 처한 평균적 의료인이라면 지켰을 주의의무를 위반했는가

2인과관계 - 주의의무 위반과 환자에게 발생한 상해 결과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가

3예견가능성 - 의료인이 해당 결과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고, 회피할 수 있었는가

C씨 사건에서 검찰이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관절경 수술 중 상완신경총 손상이 통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인지, 아니면 술기(수술 기법) 오류에 의한 것인지'였습니다. 대한정형외과학회 진료지침에 따르면 관절경 수술 시 신경 손상 발생률은 0.1~0.5% 수준으로, 드물지만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으로 분류됩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는 수술 기록상 환자의 체위(자세) 고정 과정에서 견인 시간이 통상 기준의 2배를 초과했고, 견인 방향도 지침과 달랐다는 점이 감정 결과 드러났습니다.

핵심 쟁점: 의료수준에 따른 주의의무의 범위

K 원장 측은 "신경 손상은 회전근개 수술의 알려진 합병증이며, 결과가 나쁘다고 해서 곧바로 과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실무에서 매우 자주 등장하는 주장입니다.

실제로 대법원은 의료과실 판단 시 '의료수준'이라는 기준을 적용합니다. 이는 진료 당시의 의학 수준, 해당 의료기관의 규모와 성격, 의사의 전문 분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는 것입니다. 대학병원급 전문의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와 소규모 의원 일반의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의 수준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K 원장은 정형외과 전문의로서 15년간 관절경 수술을 시행해 온 경력자였고, 병원 역시 관절 전문을 표방한 중견 의료기관이었습니다. 따라서 높은 수준의 주의의무가 요구되었고, 감정의 소견에 따르면 체위 고정 및 견인 과정에서의 부주의가 신경 손상의 직접적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실무 포인트

의료행위의 결과가 나쁘다는 사실만으로 과실이 추정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진료기록, 수술 영상(관절경 영상), 마취 기록 등 객관적 자료에서 표준 진료지침 이탈이 확인되면, 검찰은 업무상과실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수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설명의무 위반이라는 또 다른 쟁점

이 사건에는 과실 문제와 별개로, 설명의무(informed consent) 위반 여부라는 쟁점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C씨는 "수술 전 신경 손상 가능성에 대해 전혀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고, K 원장 측은 "수술동의서에 합병증 항목이 기재되어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수술동의서에는 '감염, 출혈, 재파열' 등 일반적 합병증만 기재되어 있었고, 신경 손상에 대한 구체적 기재는 없었습니다. 또한 C씨는 동의서 서명 시 별도의 구두 설명을 받은 적이 없다고 진술했습니다.

설명의무 위반 자체가 곧바로 형사상 업무상과실치상의 구성요건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설명의무 위반은 주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의 근거가 됩니다. 다만 형사 사건에서도 설명의무 이행 여부는 의사의 전반적 주의의무 수준을 판단하는 간접적 자료로 활용될 수 있으므로, 무시할 수 없는 쟁점입니다.

의료과실 형사사건의 현실적 진행 양상

의료 분야 업무상과실치상 사건은 수사 단계에서 대한의사협회 또는 관련 학회에 의료감정을 의뢰하는 절차를 거칩니다. 감정 결과가 나오기까지 통상 6개월에서 1년 이상이 소요되며, 감정 결과에 따라 기소 여부가 크게 좌우됩니다. C씨 사건의 경우 고소부터 1심 판결까지 약 2년 4개월이 걸렸습니다.

실무적 조언: 환자와 의료인 양쪽 모두에게

C씨 사건은 최종적으로 K 원장에게 벌금 500만 원이 선고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별도로 진행된 민사소송에서는 약 8,700만 원의 손해배상이 인정되었습니다. 이 사건이 시사하는 실무적 교훈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환자(피해자) 입장에서 유의할 점

의료행위 중 예상치 못한 상해가 발생했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진료기록 사본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의료법 제21조에 따라 환자 본인은 자신의 진료기록 사본 교부를 청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수술 기록, 마취 기록, 간호 기록, 영상 자료 등을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확보해 두어야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기록이 보완되거나 누락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형사 고소와 민사 소송은 병행이 가능하며, 각각의 전략이 다릅니다. 형사 사건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민사소송에서 과실 입증이 상당히 수월해지므로, 사안에 따라 형사 절차를 먼저 진행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의료인 입장에서 유의할 점

수술 전 설명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그 내용을 서면으로 구체적으로 기록해 두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방어 수단입니다. 수술동의서에 일반적 문구만 기재하는 관행은 실제 분쟁 시 보호 기능을 하지 못합니다. 해당 수술의 고유한 합병증, 발생 빈도, 대처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하고, 환자에게 구두로도 설명한 뒤 이를 진료 기록에 남겨야 합니다.

형사 고소를 당한 경우, 수사 초기 단계에서의 대응이 매우 중요합니다. 진술 내용이 이후 감정 절차와 재판 과정 전체에 영향을 미치므로, 첫 조사 전에 반드시 법률 자문을 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의료행위 중 발생한 상해 사건은 결과만 놓고 과실을 단정할 수 없고, 반대로 합병증이라는 이유만으로 면책되지도 않습니다. 업무상과실치상의 성립 여부는 해당 의료행위의 구체적 경위, 의료 수준, 주의의무 이행 정도를 종합적으로 따져 판단됩니다. 환자든 의료인이든, 초기 대응과 증거 확보가 사건의 결과를 좌우한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 두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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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영 변호사의 코멘트
의료과실 형사사건은 감정 결과에 따라 사건의 방향이 크게 달라지는 만큼, 초기에 진료기록을 철저히 확보하고 분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실무에서 보면 고소 전 충분한 의학적 검토 없이 진행하여 오히려 불리해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의료 분쟁이 발생했다면 형사와 민사 양면을 함께 고려할 수 있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이 글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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