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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형사범죄 폭행·상해·협박
형사범죄 · 폭행·상해·협박 2026.04.09 조회 9

SNS 협박 메시지 증거 보전, 스크린샷만으로 충분할까?

이효숙 변호사
보훈 법률사무소 · 서울특별시 서초구

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대전에 사는 32세 직장인 A씨는 온라인 중고거래 과정에서 물건 상태에 불만을 제기했다가, 거래 상대인 B씨(41세, 자영업)로부터 카카오톡과 인스타그램 DM을 통해 수십 차례에 걸쳐 협박 메시지를 받게 되었습니다. "집 주소 알고 있다", "가만 안 둔다" 같은 내용이었습니다.

A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려 했지만, 막상 증거를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스크린샷을 몇 장 찍어두긴 했으나, 지인에게 물어보니 "스크린샷은 조작 가능하다고 인정 안 해줄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불안해졌습니다. 게다가 B씨가 이미 메시지 일부를 삭제하기 시작했고, A씨는 자칫 핵심 증거가 사라질까 전전긍긍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쟁점 1: 스크린샷만으로 형사 증거가 될 수 있는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스크린샷은 증거로 활용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13조에 따르면 디지털 증거는 '성립의 진정'이 인정되어야 증거능력을 갖습니다. 이는 쉽게 말해 "이 메시지가 실제로 상대방이 보낸 것이 맞고, 중간에 변조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스크린샷은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으로 조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상대 측 변호인이 위조 가능성을 다투는 경우가 실무에서 빈번합니다. 특히 대화 내용 중 일부만 캡처한 경우, 앞뒤 맥락이 잘려 A씨가 먼저 욕설을 했고 B씨가 단순히 감정적 반응을 한 것처럼 방어 논리가 세워질 위험도 있습니다.

실무 포인트

스크린샷은 보조 증거로는 유효하지만, 원본 데이터 확보를 병행하지 않으면 상대방의 진정 부인("내가 보낸 게 아니다", "조작된 것이다") 앞에서 증거력이 크게 약해질 수 있습니다.

쟁점 2: 상대방이 메시지를 삭제해도 복구할 수 있는가

A씨의 사례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B씨가 이미 메시지를 삭제하기 시작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카카오톡의 경우 '보낸 메시지 삭제' 기능을 사용하면 수신자 화면에서도 메시지가 사라집니다. 인스타그램 DM 역시 '보내기 취소'를 하면 양쪽 모두에서 삭제됩니다.

그러나 이렇게 삭제된 메시지가 완전히 소멸하는 것은 아닙니다.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플랫폼 사업자(카카오, 메타 등)에 로그 기록을 요청하면, 삭제된 메시지 내용이 서버에 일정 기간 보관되어 있는 한 복구가 가능합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15조의2에 따라 통신사실 확인자료의 보존 기간이 정해져 있으며, 카카오톡 메시지 로그의 경우 통상 수개월간 서버에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여기에는 시간적 한계가 있습니다. 서버 보관 기간이 지나면 복구 자체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메시지 삭제 정황을 인지한 즉시 수사기관에 신고하여 보전 요청을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쟁점 3: 증거 보전의 구체적 방법과 실무 절차

A씨와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증거를 효과적으로 보전하는 방법은 여러 단계로 나뉩니다. 실무에서 권장하는 절차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전체 대화 화면 녹화 - 스크린샷보다 화면 녹화(화면 레코딩)가 증거력이 높습니다. 스마트폰의 화면 녹화 기능을 켠 상태에서 대화방에 들어가 스크롤하며 전체 대화를 영상으로 기록합니다. 이때 화면 상단의 시각, 상대방 프로필, 대화 내용이 모두 한 화면에 담겨야 합니다.
2
대화 내보내기 기능 활용 - 카카오톡은 대화방 설정에서 "대화 내보내기" 기능을 지원합니다. 텍스트 파일로 저장되어 발신자, 시간, 내용이 구조화된 형태로 남습니다. 인스타그램은 "내 정보 다운로드" 기능을 통해 DM 기록을 JSON 파일로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3
공증 또는 시점 확인 - 증거의 진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공증사무소를 방문하여 사실확인 공증을 받는 방법이 있습니다. 비용은 통상 5만~10만 원 수준입니다. 공증인 앞에서 해당 메시지를 화면에 띄우고, 그 내용을 공증인이 확인하여 공증 문서를 작성합니다.
4
경찰 신고 시 디지털 포렌식 요청 - 경찰서 사이버범죄수사팀에 고소장을 접수하면서, 피의자 측 메시지 삭제 정황을 함께 진술합니다. 수사관이 필요성을 인정하면 카카오, 메타 등 플랫폼에 대한 통신자료 제공 요청 또는 압수수색이 진행됩니다. 고소장 접수 시 이미 확보한 화면 녹화 파일, 대화 내보내기 파일, 공증 서류를 함께 제출하면 수사 속도가 빨라집니다.
5
해시값(Hash) 보존 - 보관 중인 증거 파일(영상, 텍스트 파일)의 해시값을 생성해 두면 사후 변조 여부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습니다. 무료 프로그램(예: HashCalc)으로 SHA-256 해시값을 추출한 뒤, 본인 이메일에 전송해 두면 시점 증명까지 겸할 수 있습니다.

A씨 사례의 결과와 실무적 교훈

A씨는 결국 지인의 조언을 받아 화면 녹화와 대화 내보내기를 먼저 진행한 뒤, 사이버범죄수사팀에 고소장을 접수했습니다. B씨가 삭제한 메시지 일부는 카카오 서버에서 복구되었고, 수사 과정에서 B씨가 A씨의 개인정보를 불법 수집한 정황(개인정보보호법 위반)까지 추가로 드러났습니다.

이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핵심 교훈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SNS 협박 메시지를 발견한 즉시 삭제되기 전에 화면 녹화부터 해야 합니다. 스크린샷은 보조 수단이지, 주된 증거가 되기는 어렵습니다.

둘째, 대화 내보내기 기능으로 원본에 가까운 텍스트 데이터를 반드시 별도 저장해야 합니다. 이 파일에는 발신 시각과 계정 정보가 포함되어 증거력이 높아집니다.

셋째, 상대방이 메시지를 삭제하고 있다면 지체 없이 수사기관에 신고하여 서버 데이터 보전을 요청해야 합니다. 서버 보관 기간이 지나면 어떤 기술로도 복구할 수 없습니다.

협박죄(형법 제283조)는 "해악의 고지"만으로 성립하며,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50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입니다. 상습범이거나 특수협박(흉기·위험한 물건을 이용한 경우)에 해당하면 가중처벌됩니다. SNS를 통한 협박은 문자 기록이 남는 만큼 오히려 물리적 협박보다 증거 확보가 용이한 측면이 있지만, 보전 시점을 놓치면 결정적 증거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초기 대응 속도가 사건의 성패를 좌우합니다.

이효숙
이효숙 변호사의 코멘트
보훈 법률사무소 · 서울특별시 서초구
실무에서 SNS 협박 사건을 다루다 보면, 피해자분들이 증거 보전의 골든타임을 놓쳐 수사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스크린샷만 찍어두었다가 상대방이 위조 주장을 펼치면 입증이 까다로워지므로, 화면 녹화와 대화 내보내기를 반드시 병행하시길 권합니다. 이미 증거 삭제가 진행 중이라면 가능한 빨리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이 글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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