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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입사 3년 차 직장인 C씨는 7월 어느 날 사내 공지를 보고 눈을 의심했습니다. "경영 효율화를 위해 8월 첫째 주 전 직원 일괄 연차 사용"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본인은 9월에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었고, 이미 항공권까지 예약해 둔 상태였습니다. 회사가 일방적으로 연차 사용 시기를 지정하는 것이 과연 적법한 것인지, 거부하면 불이익을 받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이와 비슷한 상황을 겪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아래 7가지 체크리스트를 통해, 우리 회사의 연차 강제 사용 지시가 적법한지 스스로 판단해 보시기 바랍니다.
근로기준법 제60조는 연차유급휴가의 사용 시기를 원칙적으로 근로자가 자유롭게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용자에게 주어지는 것은 '시기변경권'뿐인데, 이는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휴가를 주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만 다른 시기로 변경을 요청할 수 있는 제한적 권한입니다. 아예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시기를 "지정"할 수 있는 일반적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근로기준법 제60조 제6항에 따르면, 사용자는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를 통해 연차유급휴가일을 특정하여 부여할 수 있습니다. 이 서면 합의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회사의 일방적 연차 사용 지시는 원칙적으로 위법합니다. 여기서 '근로자대표'란 과반수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를 의미합니다.
근로자대표와의 합의가 있더라도 "회사가 수시로 연차를 지정할 수 있다"는 식의 포괄적 위임은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합의서에는 연차 사용 대상 일자, 대상 인원, 사용 일수 등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어야 유효합니다. 예를 들어 "매년 하계휴가 기간 중 7월 28일~8월 1일, 3일간 전 직원 연차 사용"처럼 명확해야 합니다.
일부 회사는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회사가 지정하는 날에 연차를 사용한다"는 조항을 두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조항도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 없이 단독으로 운영된다면 근로기준법의 취지에 반할 수 있습니다. 취업규칙상 근거만으로 적법성이 자동 확보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근로기준법 제61조의 연차 사용촉진제도는 미사용 연차의 소멸 전에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사용 시기를 지정하라고 촉구하는 절차입니다. 이 제도는 적법한 절차(서면 촉구 2회)를 거치면 미사용 연차에 대한 보상 의무가 면제되는 효과가 있을 뿐, 사용자가 특정 날짜에 강제로 연차를 쓰게 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두 제도를 혼동하는 경우가 실무에서 매우 흔합니다.
근로자대표와의 합의가 있더라도, 15일의 연차 중 10일 이상을 회사가 일괄 지정한다면 근로자의 자유로운 휴가 사용권이 실질적으로 형해화(유명무실해짐)됩니다. 행정해석상으로도 회사 지정 일수는 전체 연차의 일부에 한정되어야 합니다. 연간 연차 15일 중 회사가 지정하는 일수가 5일을 넘어선다면, 그 적법성에 의문을 제기할 여지가 있습니다.
"연차 강제 사용일에 출근하면 결근 처리한다", "인사고과에 반영한다"는 식의 불이익 처분은 위법한 강제 사용 지시와 결합되면 부당한 불이익 처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적법한 근거 없이 연차 사용을 강제하면서 이를 따르지 않는 근로자에게 징계 등의 불이익을 가하는 것은 근로기준법 위반이 될 수 있습니다.
1단계: 연차 사용 지시의 근거를 서면으로 요청합니다.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서, 취업규칙 해당 조항 등을 확인합니다.
2단계: 근거가 불분명하거나 서면 합의가 없는 경우, 연차 사용 시기를 본인이 원하는 날로 별도 신청하고 그 사실을 서면(이메일, 문자 등)으로 남겨 둡니다.
3단계: 회사가 이를 거부하거나 불이익 처분을 예고하는 경우, 관할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하거나 노동 전문가의 조력을 구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앞서 소개한 C씨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C씨 회사에는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가 존재하지 않았고, 취업규칙에도 관련 조항이 없었습니다. C씨는 인사팀에 서면으로 근거를 요청했고, 회사는 결국 일괄 연차 사용 방침을 철회했습니다. 법적 근거를 정확히 아는 것만으로도 부당한 지시에 대응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입니다.
연차유급휴가는 근로자의 건강 회복과 여가 활용을 위해 법이 보장하는 권리입니다. 회사의 연차 사용 지시가 있을 때, 위 7가지 항목을 차분히 확인하면 그 지시의 적법 여부를 상당 부분 판단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