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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노동 근로자성·파견·도급·프리랜서·특수고용
노동 · 근로자성·파견·도급·프리랜서·특수고용 2026.04.12 조회 2

도급이라더니 파견이었다, 현장 근로자가 직접 고용을 인정받기까지

손수혁 변호사
선우 법률사무소 · 서울특별시 서초구

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제조업체 공장에서 5년 넘게 일한 김모 씨(42세, 경기도 안산)는 자신의 명목상 사용자가 외주업체 C사라는 사실을 뒤늦게 실감했습니다. 출근부터 퇴근까지 원청 D전자 현장관리자의 지시를 받고, 원청이 정한 교대근무표에 따라 생산라인에 투입되었지만, 급여는 언제나 C사 명의로 나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C사가 폐업하면서 김 씨를 포함한 현장 인원 23명이 한꺼번에 일자리를 잃게 되었습니다.

김 씨는 "나는 사실상 D전자 소속 아닌가"라는 의문을 품고 도급과 파견의 구별 문제를 법률 상담에서 처음 접하게 됩니다. 이 글에서는 김 씨의 사례를 중심으로, 도급과 파견이 어떻게 구별되는지, 그리고 위장도급으로 판명되면 어떤 법적 효과가 발생하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쟁점 1 — 도급인가, 파견인가: 핵심 판단 기준

도급은 수급인이 자기 책임 아래 일의 완성을 약속하고, 도급인은 그 결과에 대해 보수를 지급하는 계약입니다(민법 제664조). 반면 파견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뒤,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 아래 근로하게 하는 관계를 말합니다(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실무에서 이 둘을 가르는 핵심은 "누가 업무 수행에 관한 구체적 지휘·명령권을 행사하는가"입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원청(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 징표

- 작업 배치, 변경, 교대편성을 원청 관리자가 직접 결정하는지

- 근무시간·휴게시간·연장근로 여부를 원청이 관리하는지

- 작업 방법·순서에 대해 원청이 구체적 지시를 내리는지

- 원청의 복무 규정·인사 평가가 해당 근로자에게도 적용되는지

수급인(외주업체)의 독립 사업성 징표

- 수급인이 독자적인 기술·장비·자재를 투입하는지

- 수급인이 자체적으로 인사권(채용·해고·징계)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는지

- 계약 목적이 '일의 완성'인지, 단순 '인력 공급'인지

- 수급인이 사업자로서 이윤을 추구하는 독립적 경영 구조가 있는지

김 씨의 경우를 대입해 보겠습니다. 매일 아침 원청 D전자 반장이 작업 지시서를 배부하고, 연장근로 지시도 D전자 현장관리자가 직접 했습니다. C사 대표는 월 1~2회 현장에 나오는 것이 전부였고, C사 자체 장비나 독자적 기술은 없었습니다. 이러한 정황이라면 C사는 형식적 도급계약의 외관만 갖추었을 뿐, 실질은 근로자파견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쟁점 2 — 위장도급으로 판명되면 어떤 효과가 발생하는가

위장도급, 즉 실질이 파견인데 도급 형식만 빌린 경우에는 파견법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핵심적인 법적 효과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직접고용의무 발생. 파견법 제6조의2에 따르면, 파견 허용 기간(원칙 2년)을 초과하여 파견 근로자를 사용한 경우 사용사업주는 해당 근로자를 직접 고용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위장도급 기간도 파견 기간에 합산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어, 김 씨처럼 5년 이상 근무한 경우 직접고용의무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둘째, 차별적 처우 시정. 파견근로자는 사용사업주의 동종·유사 업무 정규직과 비교하여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됩니다. 임금, 상여금, 복리후생 등에서 차이가 있었다면 차별 시정 신청이 가능합니다.

셋째, 형사적 제재. 파견법에서 금지하는 업종(제조업 직접생산공정 등)에서 불법파견을 한 경우, 사용사업주와 파견사업주 모두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파견법 제43조). 2012년 이후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에서의 파견이 명시적으로 금지됨에 따라, 이 부분은 실무에서 매우 빈번하게 문제됩니다.

김 씨 사례 적용

D전자 공장의 생산라인(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에서 5년간 근무했으므로, 불법파견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파견 기간 2년을 크게 초과하였기 때문에 D전자에 대한 직접고용의무가 인정되고, 직접고용 시 근로조건은 원청 소속 동종 근로자와 동등한 수준이어야 합니다.

쟁점 3 — 직접고용을 받아내기 위한 실무적 대응

위장도급을 주장하여 직접고용을 인정받으려면, 단순히 "원청의 지시를 받았다"는 진술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실무에서는 다음과 같은 증거 확보가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 원청 관리자 명의의 작업 지시서, 공정 배치표, 교대근무표
  • 원청 사내 전산 시스템(출입카드 기록, 그룹웨어 아이디 발급 내역)
  • 원청 명의의 안전교육 수료증, 사내 교육 참석 기록
  • 원청 직원과의 업무 관련 메신저·이메일 대화 내용
  • 외주업체 대표가 현장에 거의 나오지 않았다는 동료 진술서
  • 외주업체의 사업 규모(자본금, 고유 장비 보유 여부, 다른 거래처 존재 여부)

김 씨는 퇴직 후에야 법률 상담을 받았지만, 다행히 근무 당시 D전자 출입카드 사본과 원청 반장이 카카오톡으로 보낸 작업 지시 메시지를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증거는 파견 여부 판단에서 상당한 무게를 가집니다.

구제 절차로는 크게 두 가지 경로가 있습니다. 하나는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하면서 파견관계를 주장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민사소송으로 근로자 지위 확인 청구를 하는 방법입니다. 두 경로를 병행하는 경우도 있으며, 사안의 규모와 긴급성에 따라 전략적 판단이 필요합니다. 부당해고 구제 신청의 경우 해고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제기해야 하므로 시간적 제한에 유의해야 합니다.


도급과 파견의 구별은 계약서의 제목이 아니라 실질적인 근로 형태에 의해 결정됩니다. "도급계약서"라고 적혀 있더라도 현장에서 원청의 구체적 지휘·명령을 받으며 일했다면, 파견근로관계가 인정될 수 있고 그에 따른 직접고용의무·차별시정·형사제재 등의 법적 효과가 뒤따릅니다. 현재 도급 형태로 일하고 있지만 실질은 파견에 가깝다고 느끼는 분이라면, 근무 과정의 증거를 지금부터라도 체계적으로 확보해 두는 것이 향후 권리 행사에 큰 도움이 됩니다.

손수혁
손수혁 변호사의 코멘트
선우 법률사무소 · 서울특별시 서초구
도급과 파견의 구별 사건을 다루면서 가장 자주 느끼는 점은, 현장 근로자 대부분이 자신의 법적 지위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한 채 수년간 근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원청의 지시를 직접 받고 있다면 증거를 미리 확보해 두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안이 복잡해지기 전에 노동 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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