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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도 당연히 연장될 줄 알았는데, 갑자기 계약 종료라니요." 상담 현장에서 이런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기간제 근로자는 약 330만 명에 달하며, 해마다 그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계약 만료를 앞두고 불안해하시는 분들도 많아지고 있는 셈입니다.
기간제 근로자의 고용 안정을 위해 우리 법은 갱신 기대권(근로계약이 반복 갱신되어 근로자에게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가 형성된 경우, 사용자의 갱신 거절을 부당해고와 동일하게 보는 법리)이라는 보호 장치를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조건에서 이 권리가 인정되는지 정확히 알기 어려우신 분들이 많습니다. 오늘은 갱신 기대권이 인정되는 주요 사유와 실무적 판단 기준을 살펴보겠습니다.
갱신 기대권이란 기간제 근로계약이 반복 갱신됨으로써 근로자에게 "이번에도 당연히 갱신되겠지"라는 정당한 기대가 형성된 경우, 사용자가 합리적 이유 없이 갱신을 거절하면 이를 부당해고로 보는 법리입니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 제4조와 대법원 판례에 의해 확립되어 있습니다.
핵심은 단순히 "계약 기간이 끝났으니 종료"라는 논리가 항상 통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갱신 기대권이 인정되면, 사용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는 재계약을 거절할 수 없습니다.
이 법리가 중요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기간제 근로자가 사실상 정규직처럼 일하면서도 계약 기간만을 이유로 언제든 내보낼 수 있다면, 근로기준법이 보장하는 해고 제한 규정이 형해화(형식만 남고 실질이 없어지는 것)되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갱신 기대권의 인정 여부를 판단할 때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실무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요소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갱신 기대권이 모든 계약직에게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음과 같은 사정이 있을 때는 인정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다만, 계약서에 "갱신 불보장" 문구가 있더라도 실제 운영이 이와 다르게 반복 갱신되어 왔다면, 계약서 문구만으로 갱신 기대권을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실질을 중시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갑작스러운 계약 종료 통보를 받으셨다면, 당장은 막막하시겠지만 차분하게 대응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무적으로 권장되는 대응 순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최근 노동위원회와 법원의 판단을 살펴보면, 갱신 기대권의 인정 범위가 점차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특히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에서 장기간 반복 갱신된 기간제 근로자에 대해서는 갱신 기대권을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또한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의 "2년 초과 사용 시 무기계약직으로 간주" 규정과 맞물려, 사용자가 2년 직전에 의도적으로 계약을 종료하는 이른바 "2년 꼼수"에 대해서도 법원은 갱신 기대권 법리를 적용하여 제동을 거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기간제 근로자의 보호는 단순히 개인의 고용 안정 문제를 넘어, 노동시장 전체의 공정성과 직결됩니다. 계약 형식에 관계없이 실질적인 근로관계를 보호하려는 법원의 기조는 앞으로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계약 만료를 앞두고 불안하신 분들께서는 자신의 근무 이력과 갱신 경위를 꼼꼼히 정리해 두시는 것만으로도 큰 차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 갱신 기대권은 "나도 해당될까"라는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구체적 사실관계에 기반하여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