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출신의 성실한 변호사입니다.
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30대 직장인 C씨는 회사 회식이 끝난 뒤, 같은 부서 동료 D씨가 모는 차에 올라탔습니다. D씨가 술을 마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집이 가까우니까 괜찮겠지"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불과 2km도 채 가지 못한 교차로에서 D씨의 차량이 가드레일을 들이받았고, 조수석에 있던 C씨는 갈비뼈 3개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습니다.
C씨는 병원비가 이미 800만 원을 넘어섰지만, 음주운전 차량의 동승자라는 이유로 보험 처리가 될지, 치료비를 누구한테 청구해야 하는지 막막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경우 보험사에서 보상을 거절할 수 있는 것인지, 동승 사실 자체가 과실로 잡히는 것인지, 실무 현장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쟁점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음주운전 차량의 동승자도 자동차보험(대인배상)을 통해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3조는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가 타인의 생명 또는 신체를 해한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타인'에는 동승자도 포함됩니다.
다만 보험사 실무에서는 동승자가 운전자의 음주 사실을 인지하고도 탑승한 경우, 이른바 "음주운전 동승자 과실"을 주장하며 보상액을 감액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 부분이 핵심 쟁점이 됩니다.
음주운전 차량에 동승한 것 자체가 보상을 원천 차단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동승 경위와 인지 여부에 따라 과실 비율이 산정되고, 그 비율만큼 보상액이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실무에서 보험사가 적용하는 동승자 과실 비율은 고정된 숫자가 아닙니다. 법원 판례를 기준으로 보면, 동승자의 구체적 상황에 따라 통상 10%에서 30% 사이에서 과실이 인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과실 비율 산정에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동승자가 운전자와 함께 술을 마시고 "운전해서 가자"고 적극 권유한 경우에는 과실이 30%까지 인정된 사례가 있습니다. 반면, 운전자가 술을 마신 줄 전혀 몰랐거나 만류했음에도 불구하고 운전자가 강행한 경우에는 과실이 인정되지 않거나 10% 이하로 산정되기도 합니다.
음주운전 사고에서 동승자가 활용할 수 있는 보험은 여러 가지입니다. 각각의 처리 방식이 다르므로 구분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동승자는 '피해자'에 해당하므로 운전자의 대인배상I(의무보험) 및 대인배상II를 통해 치료비, 휴업손해, 위자료 등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동승자 과실 비율만큼 감액됩니다.
동승자가 가입한 개인 상해보험이나 실손의료보험이 있다면 자동차보험과 별도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실손보험은 실제 부담한 치료비 기준으로 지급됩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운전자가 음주운전으로 형사처벌을 받는다 하더라도, 운전자 측 보험사의 대인배상 지급 의무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자동차보험 약관상 음주운전 면책은 운전자 본인의 상해(자기신체사고)에만 적용되고, 동승자와 같은 제3자에 대한 대인배상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보험사가 "음주운전 사고이므로 보상이 불가하다"고 안내하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이는 운전자 본인에 대한 면책과 동승자(타인)에 대한 대인배상을 혼동한 것입니다. 동승자는 과실 감액은 있을 수 있으나 보상 자체가 거부될 수는 없습니다.
만약 운전자가 자동차보험에 미가입(무보험) 상태였다면, 동승자는 국토교통부 산하 정부보장사업에 보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정부보장사업은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30조에 근거한 것으로, 무보험 차량 또는 뺑소니 사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다만 정부보장사업은 대인배상I(의무보험) 수준의 한도 내에서만 보상하므로, 중상해의 경우 보상 한도(사망 시 1억 5,000만 원, 부상 시 상해등급별 한도)를 초과하는 부분은 운전자에게 직접 민사소송을 통해 청구해야 합니다.
음주운전 차량 동승 중 사고를 당한 경우, 보상 과정에서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음 사항을 미리 챙겨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근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보험사 내부적으로도 동승자 과실을 이전보다 엄격하게 평가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알면서 탔다"는 사실이 명확한 경우, 과실 비율을 20~30%까지 주장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반면 법원은 동승자의 구체적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직장 상사의 지시로 어쩔 수 없이 탑승한 경우, 운전자가 소량 음주여서 인지가 어려웠던 경우 등에서는 과실을 낮게 보거나 인정하지 않는 판단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결국 동승자 입장에서는 사고 전후의 정황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입증하느냐가 보상 금액을 좌우하게 됩니다. 보험사의 초기 과실 비율 제안을 그대로 수용하기보다는, 자신의 상황에 맞는 근거자료를 충분히 갖추고 협의에 임하는 것이 실질적 보상액을 높이는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