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없으면 길을 만듭니다
2024년 한 해 동안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 고인(故人)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해 형사 고소로 이어진 사례가 눈에 띄게 증가했습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명예훼손 관련 사건 접수 건수는 2023년 약 1만 6,000건에서 2024년 약 1만 8,000건으로 늘었는데, 이 중 사자명예훼손(死者名譽毁損) 관련 사건도 꾸준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형법 제308조에 규정된 사자명예훼손죄의 성립 요건, 처벌 수위, 그리고 일반 명예훼손죄와의 차이점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사자명예훼손죄란 이미 사망한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범죄입니다. 형법 제308조는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자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이 있습니다. 살아 있는 사람에 대한 명예훼손은 사실 적시(형법 제307조 제1항)와 허위 사실 적시(형법 제307조 제2항) 모두 처벌 대상입니다. 그러나 사자에 대해서는 오직 허위의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만 처벌이 가능합니다. 진실한 사실을 공개한 경우에는 설령 고인의 유족이 불쾌감을 느끼더라도 사자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핵심 정리
사자명예훼손죄는 형법 제308조에 근거하며, 허위 사실 적시만 처벌합니다. 진실한 사실의 적시는 범죄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 생존자 명예훼손과의 가장 큰 차이입니다.
사자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다음 네 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합니다.
1. 대상이 사망한 사람일 것
피해자가 이미 사망한 상태여야 합니다. 사망 시점 이전의 발언이라면 일반 명예훼손죄(형법 제307조)의 적용을 받게 됩니다. 또한 법인이나 단체는 대상이 될 수 없고, 반드시 자연인(개인)이어야 합니다.
2. 공연성(公然性)이 있을 것
공연성이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SNS 게시글, 유튜브 영상, 커뮤니티 글 등은 물론이고, 소규모 모임에서의 발언이라도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전파할 가능성(전파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1대 1 비밀 대화에서 전파가능성이 없는 경우에는 공연성이 부정됩니다.
3. 허위의 사실을 적시했을 것
이것이 사자명예훼손죄의 가장 핵심적인 요건입니다. 적시한 내용이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거짓이어야 합니다. 실무에서는 적시된 내용의 진위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되며, 수사기관과 법원이 이를 엄격하게 심리합니다. 여기서 입증책임은 원칙적으로 검찰 측에 있습니다. 즉, 검찰이 해당 사실이 허위임을 증명해야 합니다.
4. 명예훼손의 고의가 있을 것
행위자가 적시하는 내용이 허위라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공개했어야 합니다. 진실이라고 오인한 상태에서 발언했다면 고의가 부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실무에서는 발언의 경위, 확인 노력의 유무, 표현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사자명예훼손죄의 법정형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일반 명예훼손죄(진실한 사실 적시 시 2년 이하 징역/500만 원 이하 벌금, 허위 사실 적시 시 5년 이하 징역/5,000만 원 이하 벌금)에 비해 법정형이 상대적으로 가볍습니다.
실무에서 양형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양형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소
- 허위 사실의 중대성 및 구체성
- 유포 범위 (온라인이면 파급력이 더 크게 평가됨)
- 반복 게시 여부 및 기간
- 유족과의 합의 여부
- 삭제 등 피해 회복 노력 여부
- 전과 유무
실제 재판에서는 벌금형으로 마무리되는 사례가 많지만, 악의적이고 반복적인 허위 사실 유포의 경우 징역형이 선고될 수도 있습니다.
혼동하기 쉬운 유사 범죄와의 차이를 정리하겠습니다.
사자명예훼손죄 (제308조)
대상: 사망한 사람
행위: 허위 사실 적시만
형량: 2년 이하 징역 / 500만 원 이하 벌금
친고죄 여부: 친고죄
명예훼손죄 (제307조)
대상: 생존한 사람
행위: 사실 또는 허위 사실 적시
형량: 2년~5년 이하 징역 / 500만~5,000만 원 이하 벌금
친고죄 여부: 반의사불벌죄
특히 유의할 점은, 사자명예훼손죄는 친고죄라는 것입니다. 피해자(고인)의 유족이나 자손이 직접 고소해야만 수사가 개시됩니다. 유족이 고소하지 않으면 수사기관이 직권으로 수사에 착수할 수 없습니다. 또한 고소권자는 고인의 배우자, 직계존비속, 형제자매 등으로 한정됩니다.
한편, 사망한 사람에 대한 단순 모욕(욕설, 비하 표현 등)은 어떻게 될까요. 모욕죄(형법 제311조)는 그 대상을 살아 있는 사람으로 해석하는 것이 다수 견해이므로, 고인에 대한 욕설만으로는 모욕죄 성립이 어렵습니다. 다만 그 표현이 사실 적시에 해당하고 그것이 허위라면 사자명예훼손죄로 의율(擬律)될 여지는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사자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적용 여부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는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명예를 훼손한 행위를 가중 처벌하는 규정인데, 조문의 문언이 "사람"으로 되어 있어 사자에게도 적용되는지에 대해서는 해석이 나뉩니다.
다수의 실무 견해는 정보통신망법 제70조의 "사람"에 사자는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봅니다. 따라서 온라인에서 고인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한 경우에도 형법 제308조(사자명예훼손죄)가 적용되며, 정보통신망법에 의한 가중 처벌은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자명예훼손 관련 분쟁에서 실무적으로 중요한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고소기간의 제한
친고죄이므로 고소권자가 범인을 안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고소해야 합니다. 이 기간이 도과하면 고소권이 소멸하여 더 이상 형사 처벌을 구할 수 없습니다.
2. 증거 확보의 중요성
온라인 게시물은 삭제가 용이하므로, 고소를 결심했다면 즉시 화면 캡처, URL 기록, 게시일시 확인 등의 증거 보전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공증사무소에서 사실확인 공증을 받아두면 증거력이 더욱 강화됩니다.
3. 민사상 손해배상 병행 가능
형사 고소와 별도로, 유족은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와 제751조(재산 이외의 손해배상)를 근거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위자료 인용 금액은 사안에 따라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편차가 있으며, 유포 범위와 허위 사실의 악성도가 주요 산정 기준이 됩니다.
4. 위법성 조각 사유
형법 제310조의 위법성 조각 사유(공익 목적 + 진실한 사실)는 사자명예훼손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통설적 견해입니다. 사자명예훼손죄는 애초에 허위 사실만 처벌하므로, "진실한 사실 + 공익 목적"이라는 위법성 조각의 전제가 성립할 여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사자명예훼손죄는 발생 빈도가 높은 범죄는 아니지만,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의 확산으로 누구나 가해자 또는 피해자 유족의 위치에 놓일 수 있는 범죄 유형입니다. 고인에 대한 글을 작성하거나 공유할 때는, 해당 내용이 객관적으로 확인된 사실인지 반드시 검증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반대로 고인에 대한 허위 사실 유포 피해를 입은 유족이라면, 6개월의 고소 기한을 반드시 기억하고 조기에 증거를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