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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업·사업 기업일반자문·내부규정·컴플라이언스
기업·사업 · 기업일반자문·내부규정·컴플라이언스 2026.04.15 조회 0

자회사 관리 규정, 모회사가 반드시 갖추어야 할 실무 포인트

정재훈 변호사
변호사 정재훈 법률사무소 · 부산광역시 연제구

얼마 전 한 중견기업 법무팀장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몇 년 전 인수한 자회사가 내부적으로 대규모 횡령 사건을 일으켰는데, 정작 모회사에는 자회사의 자금 집행을 사전에 검토하거나 보고받는 규정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사후 수습에만 수개월이 걸렸고, 모회사 경영진의 관리감독 책임까지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 사례는 극단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무 현장에서 자회사 관리 규정의 부재 또는 형식적 운영으로 인해 발생하는 리스크는 생각보다 빈번합니다. 오늘은 많은 기업 담당자분들이 궁금해하시는 핵심 질문부터 출발해 보겠습니다.

"모회사가 자회사를 관리하는 규정, 법적으로 꼭 만들어야 하나요? 있으면 어디까지 관여할 수 있나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상법상 자회사 관리 규정을 의무적으로 제정하라는 직접 조항은 없습니다. 그러나 상장회사의 경우 내부회계관리제도(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8조)상 종속회사에 대한 관리 체계를 갖추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공정거래법상 대규모기업집단의 경우에는 공시 의무와 내부거래 심의 절차가 사실상 자회사 관리 규정 없이는 이행이 어렵습니다. 비상장 중소기업이라 하더라도, 자회사에서 발생한 부정행위나 법령 위반에 대해 모회사 이사의 감시의무 위반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규정 마련은 사실상 필수입니다.

자회사 관리 규정에 반드시 담아야 할 핵심 사항

자회사 관리 규정은 회사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정해진 표준 양식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실무에서 반복적으로 필요성이 확인되는 항목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사전승인 대상 사항 목록

자회사의 정관 변경, 신규 차입 및 담보 제공, 대규모 투자(일반적으로 자산총액의 5~10% 이상), 핵심 임원 선임 등 모회사 이사회 또는 경영진의 사전 승인을 요하는 행위를 구체적으로 열거합니다. 이 목록이 모호하면 현장에서 실효성이 떨어집니다.

2. 정기 보고 체계

자회사의 월간 재무 보고, 분기 경영실적 보고, 연간 사업계획 제출 등 보고 주기와 보고 항목을 명시합니다. 보고 수신 주체(모회사 법무팀, 재무팀, 또는 이사회 산하 위원회)도 함께 정해야 합니다.

3. 임원 파견 및 지배구조

모회사에서 자회사 이사회에 파견하는 임원의 선임 절차, 보고 의무, 이익충돌 관리 방안을 규정합니다. 파견 임원이 모회사와 자회사 양쪽의 이해관계 충돌 상황에 처할 경우 어떤 원칙을 따를 것인지도 사전에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4. 내부거래 심의 절차

모회사와 자회사 간 거래, 자회사 상호 간 거래는 공정거래법 제26조에 따른 부당 내부거래 금지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일정 금액 이상의 내부거래에 대해 별도 심의위원회 또는 이사회 결의를 거치도록 하고, 거래 조건의 시가 적정성 검토를 의무화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5. 컴플라이언스 감독 및 감사 권한

모회사가 자회사에 대해 정기 또는 수시 감사를 실시할 수 있는 권한 근거와 절차를 규정합니다. 외부감사법상 연결재무제표 작성을 위해서도 모회사는 종속회사의 회계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므로(외부감사법 시행령 제9조 참조), 이를 규정에 반영하는 것이 실무적으로 매우 중요합니다.

규정만 있으면 끝이 아닙니다 - 실효성을 높이는 실무 포인트

앞서 이야기한 중견기업 사례로 다시 돌아가 보겠습니다. 사실 해당 모회사에도 2페이지 분량의 간략한 자회사 관리 지침이 있긴 했습니다. 문제는 그 지침이 실제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형식적인 규정은 오히려 관리를 하고 있다는 착각을 주기 때문에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실효성을 갖추기 위해 실무에서 권장되는 조치는 다음과 같습니다.

위반 시 제재 조항 마련 - 자회사 임원이 사전승인 없이 대규모 거래를 집행한 경우의 인사 조치, 손해배상 청구 절차 등을 명시해야 규정의 구속력이 생깁니다.

전담 조직 또는 담당자 지정 - 자회사 관리를 법무팀, 재무팀, 경영기획팀 중 어디에서 주관할 것인지 명확히 하고, 보고 라인을 단일화해야 합니다. 여러 부서가 산발적으로 관여하면 관리의 공백이 발생합니다.

규정의 정기 개정 체계 - 자회사의 사업 규모 변화, 법령 개정(특히 공정거래법, 외부감사법 관련)에 맞추어 최소 연 1회 규정의 적정성을 검토하는 절차를 두어야 합니다.

자회사 정관과의 정합성 확보 - 모회사 관리 규정에서 사전승인을 요구하더라도, 자회사 정관이나 이사회 규정에 이에 상응하는 조항이 없으면 자회사 내부에서 실행력이 떨어집니다. 자회사 정관에 "주요 사항에 대해 주주(모회사)의 사전 동의를 받는다"는 취지의 조항을 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자회사 관리 규정 수립 시 주의해야 할 법적 한계

여기서 한 가지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합니다. 모회사가 자회사를 지나치게 세밀하게 통제하면, 법인격 부인(법인격의 형해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자회사가 독립된 법인격을 가지고 있음에도 모회사의 일개 부서처럼 운영된다면, 자회사의 채무에 대해 모회사가 직접 책임을 부담하게 되는 법인격 부인의 법리가 적용될 여지가 있습니다.

따라서 자회사 관리 규정을 설계할 때는 다음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 자회사 이사회의 독립적 의사결정 영역을 존중할 것

- 일상 업무까지 일일이 지시하는 형태는 피할 것

- 관리의 목적은 "감독"이지 "대체"가 아님을 명확히 할 것

- 자회사의 독립 채산제, 별도 회계, 독자적 영업활동이 유지되도록 할 것

이 부분은 규정을 처음 수립할 때부터 법률 전문가의 검토를 받아 적정 수준의 관여 범위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감독은 충분히 하되, 자회사의 법적 독립성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설계되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실무 팁을 하나 더 말씀드리면, 자회사가 2~3개인 경우에는 통합 관리 규정 하나로 운영이 가능하지만, 자회사가 5개 이상이거나 업종이 다양한 경우에는 공통 규정과 개별 자회사별 운영 세칙을 분리하여 관리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공통 규정에는 거버넌스 원칙과 보고 체계를, 세칙에는 업종별 특수 사항(금융업 자회사의 경우 금융 규제 사항 등)을 반영하는 이원화 구조가 실무에서 가장 잘 작동합니다.

정재훈
정재훈 변호사의 코멘트
변호사 정재훈 법률사무소 · 부산광역시 연제구
자회사 관리 규정은 만들어 놓는 것보다 실제로 작동하게 하는 것이 훨씬 어렵습니다. 제 경험상 규정이 있어도 보고 체계와 위반 시 제재 조항이 없으면 사실상 사문화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자회사 숫자가 늘기 전에 체계를 잡아 두시는 것이 비용과 리스크 양면에서 가장 효율적이므로, 가능한 빨리 전문가의 검토를 받으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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