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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형사범죄 디지털/통신 범죄(해킹·보이스피싱 등)
형사범죄 · 디지털/통신 범죄(해킹·보이스피싱 등) 2026.04.17 조회 1

비대면 계좌 개설 악용 보이스피싱, 실제 사례로 본 법적 쟁점과 대응법

김민후 변호사

결론부터 말하면, 비대면 계좌를 개설해 타인에게 양도하거나 대여한 행위는 본인의 의도와 무관하게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사기방조 혐의로 형사처벌 대상이 됩니다. 최근 비대면 계좌 개설이 보편화되면서 보이스피싱 조직이 이를 적극적으로 악용하고 있고, 단순히 계좌만 빌려줬을 뿐이라는 항변은 실무에서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아래 가상 사례를 통해 구체적인 법적 쟁점을 분석하겠습니다.

사건 개요

대전에 거주하는 A씨(27세, 프리랜서 디자이너)는 SNS에서 '재택 아르바이트'를 모집하는 게시물을 보고 연락했습니다. 상대방은 "회사 정산용 계좌가 필요하다.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해 접근매체(체크카드, 인터넷뱅킹 ID/PW)를 보내주면 건당 30만 원을 지급한다"고 했습니다. A씨는 3개 은행에서 비대면 계좌를 개설해 체크카드와 인증 정보를 택배로 보냈습니다.

한 달 뒤, B씨(63세, 경기도 퇴직자)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에 속아 A씨 명의 계좌 3곳에 총 4,700만 원을 이체했습니다. B씨는 뒤늦게 사기임을 알고 경찰에 신고했고, A씨는 사기방조 및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쟁점 1: 전자금융거래법상 접근매체 양도 - 어디까지 처벌되는가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은 누구든지 접근매체를 양도하거나 양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접근매체란 체크카드, 통장, 인터넷뱅킹 ID와 비밀번호, OTP 등 전자금융거래에 필요한 수단 전체를 포함합니다.

위반 시 처벌 수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전자금융거래법 제49조 제4항 제1호

접근매체를 양도 또는 양수한 자 -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

대가를 수수하며 양도한 경우 -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

핵심은 대가 수수 여부입니다. A씨는 건당 30만 원을 받기로 했으므로, 설령 실제 입금을 받지 못했더라도 대가를 약속받은 사실만으로 가중처벌 구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돈을 받지 못했으니 무죄"라는 주장은 통하지 않습니다.

또한 A씨가 3개 은행에서 계좌를 개설한 점은 상습성 또는 영업성의 정황으로 판단될 여지가 있어, 양형에서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쟁점 2: 사기방조 성립 여부 - "보이스피싱인 줄 몰랐다"는 통할까

A씨의 가장 큰 고민은 "보이스피싱에 사용될 줄 정말 몰랐다"는 항변이 받아들여지는가입니다. 결론적으로, 현재 수사기관과 법원의 태도는 매우 엄격합니다.

사기방조죄(형법 제347조, 제32조)가 성립하려면 정범의 사기 범행을 인식하면서 이를 용이하게 해주는 행위가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미필적 고의(확정적으로 알지는 못했더라도, 범죄에 이용될 수 있음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경우)로 족하다는 점입니다.

미필적 고의 인정의 주요 판단 기준

  • 정상적인 경제활동에서 타인 명의 계좌가 필요한 합리적 이유가 없는 점
  • 계좌 양도 대가로 금전을 약속받은 점
  • 비대면 개설 후 카드와 인증정보까지 통째로 넘긴 점
  • 보이스피싱 범죄가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점

법원은 위와 같은 정황이 종합되면, "알지 못했다"는 항변만으로 고의를 부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하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특히 여러 은행에서 동시에 계좌를 개설해 일괄 양도한 경우, 미필적 고의가 추정되는 수준으로 강하게 작용합니다.

다만, 방조범은 정범보다 형이 감경될 수 있습니다. 형법 제32조 제2항에 따라 종범(방조범)의 형은 정범의 형보다 감경하도록 되어 있으나, 피해 금액이 크고 계좌가 여러 개인 경우 실형이 선고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쟁점 3: 피해자 B씨의 피해 회복과 A씨의 민사 책임

형사 문제와 별개로, A씨는 B씨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도 부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의 핵심 인물은 대부분 해외에 있거나 신원 확인이 어렵습니다. 결국 피해자 B씨 입장에서 실질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대상은 계좌 명의자인 A씨가 됩니다.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민법 제750조 및 제760조 공동불법행위) 책임이 인정되면, A씨는 피해금 4,700만 원 전액에 대한 배상 의무를 질 수 있습니다.

한편, 피해자 B씨가 활용할 수 있는 피해 회복 수단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른 피해금 환급 신청 - 사기이용계좌의 지급정지 후 잔존 금액이 있으면 환급 가능
  • 은행에 대한 지급정지 요청 - 피해 인지 후 즉시 112 신고 및 해당 은행 고객센터(또는 금융감독원 1332)에 지급정지 요청
  • A씨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 - 형사 판결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민사소송에서도 불법행위 입증이 용이

실무에서 보면, 지급정지까지 걸리는 시간이 피해 회복률을 결정합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입금 후 수분 내에 자금을 분산 인출하기 때문에, B씨처럼 시간이 경과한 후 신고하면 잔존 금액이 거의 남아 있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대면 계좌 개설 악용 예방을 위한 실무적 조언

계좌 양도 요청은 100% 범죄 연루

어떤 명목이든 타인에게 계좌나 접근매체를 넘겨달라는 요청은 범죄입니다. 재택 아르바이트, 정산 대행, 대출 심사용 등 명목은 달라도 본질은 같습니다. 정상적인 기업이라면 직원 개인 계좌를 제3자에게 개설하도록 요구할 이유가 없습니다.

수사 대상이 된 경우 즉시 대응이 필요

A씨처럼 이미 계좌를 양도한 상태에서 수사가 개시되었다면, 조기에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수사 초기 단계에서 범의(고의)의 정도, 가담 경위, 피해 회복 노력 등을 적극적으로 소명해야 합니다. 특히 피해자와의 합의(피해 변제)는 양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피해자라면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 것

보이스피싱 피해를 인지한 즉시 112 신고와 은행 지급정지 요청을 동시에 진행해야 합니다. 금융감독원(1332)이나 경찰청(182)을 통해서도 지급정지가 가능합니다. 이후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른 환급 절차와 민사 손해배상 청구를 병행하는 것이 피해 회복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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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후 변호사의 코멘트
비대면 계좌 양도 사건을 다루다 보면, 대부분의 의뢰인이 범죄에 이용될 줄 전혀 몰랐다고 호소합니다. 그러나 법원은 미필적 고의를 매우 넓게 인정하고 있어, 수사 초기 단계에서의 대응 전략이 결과를 크게 좌우합니다. 이미 계좌를 양도한 상황이라면 가능한 빨리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이 글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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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콘텐츠는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구체적인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안에 대해서는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2026 알법(albu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