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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민사·계약 계약서 작성·검토
민사·계약 · 계약서 작성·검토 2026.04.18 조회 22

동업 지분 비율 분쟁, 출자 가액 산정이 잘못되면 벌어지는 일

유수빈 변호사

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서울에서 식품 유통업을 함께 시작하기로 한 A씨(42세, 식품가공업 경력 15년)와 B씨(38세, 온라인 마케팅 전문가). 두 사람은 10년 넘게 알고 지낸 사이였고, 서로의 역량을 잘 알기에 동업 계약을 맺고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출자 방식이 달랐다는 데 있습니다. A씨는 자신의 식품가공 설비와 거래처 네트워크를 현물로 출자했고, B씨는 현금 8,000만 원을 투입했습니다. 당시 둘은 '반반씩 나누자'고 구두로 합의했고, 간단한 동업계약서에 지분 비율 50:50이라고만 적어두었습니다.

사업은 순조로웠습니다. 하지만 2년이 지나 매출이 연 12억 원을 넘기면서 이익 분배를 둘러싼 갈등이 시작되었습니다. B씨는 "나는 현금 8,000만 원을 넣었는데, A씨가 출자한 설비는 시가로 따지면 3,000만 원도 안 된다"고 주장했고, A씨는 "거래처 네트워크의 가치만 해도 1억 원이 넘는다"고 반박했습니다. 결국 두 사람의 관계는 파탄에 이르렀고, A씨는 법률사무소를 찾아왔습니다.

쟁점 1: 현물 출자의 가액 산정 기준은 무엇인가

동업(민법상 조합)에서 출자는 반드시 현금일 필요가 없습니다. 민법 제703조는 조합원이 금전, 기타 재산 또는 노무로 출자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현물 출자의 경우 그 가액을 어떻게 산정하느냐입니다.

현물 출자 가액 산정의 핵심은, 출자 시점의 객관적 시장가치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당사자 간 합의가 없으면 사후에 감정평가 등을 통해 가치를 확정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수백만 원의 비용과 수개월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A씨의 사례에서 가장 큰 문제는 식품가공 설비의 가치를 계약 당시 감정평가 없이 막연하게 정한 점입니다. 설비의 취득가액은 1억 2,000만 원이었으나, 출자 시점에서 사용 연수가 7년이 경과한 상태였고, 중고 시장에서의 실거래가는 약 2,500만 원에서 4,000만 원 사이였습니다. 이처럼 출자 시점의 감가상각, 시장 수요, 설비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정확한 가액을 산정할 수 있습니다.

더 복잡한 문제는 A씨가 주장한 거래처 네트워크(이른바 영업권 또는 무형자산)의 가치입니다. 실무에서는 영업권을 출자 대상으로 인정하는 것 자체는 가능하지만, 그 가치를 객관적 수치로 환산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해당 거래처를 통해 실현된 매출, 거래 지속 가능성, 대체 거래처 확보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양측의 주장 차이가 극명하게 갈리는 것이 현실입니다.

쟁점 2: 지분 비율과 손익 분배 비율은 같은 것인가

많은 분들이 간과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지분 비율손익 분배 비율은 반드시 같지 않다는 점입니다.

민법 제711조는 "손익분배의 비율은 각 조합원의 출자가액에 비례하여 이를 정한다"고 규정하면서도, 당사자 간 약정이 있으면 그에 따르도록 하고 있습니다. 즉, A씨와 B씨가 50:50으로 합의했다면 출자 가액과 무관하게 그 비율이 유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B씨가 "50:50 합의 자체가 출자 가액이 대등하다는 전제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며 착오(민법 제109조)를 이유로 합의의 취소를 주장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실무에서 이러한 분쟁이 발생하면, 법원은 다음과 같은 요소를 종합적으로 살펴봅니다.

1
계약 체결 당시 각자의 출자 내역에 대한 인식이 어떠했는지
2
현물 출자의 가치에 대해 상대방이 이의 없이 수용했는지
3
사업 운영 과정에서 양측이 실제로 어떤 역할과 기여를 했는지
4
손익분배 비율에 대한 별도 약정이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었는지

A씨의 경우 계약서에 '지분 50:50'이라고만 기재되어 있을 뿐, 각 출자의 평가 근거나 손익분배 비율에 대한 구체적 약정은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개별 사안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쟁점 3: 동업 계약서에 반드시 담아야 할 출자 관련 조항

A씨와 B씨의 사례는 결국 계약서 작성 단계의 부실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동업 관계를 시작할 때 출자와 관련하여 최소한 다음 사항을 계약서에 명확히 기재해 두어야 합니다.

1. 출자 목록과 가액 명시 - 현금, 현물, 노무 등 출자 유형별로 목록을 작성하고, 현물의 경우 감정평가서 또는 당사자 합의 가액을 구체적 금액으로 기재합니다. 가액 산정 근거(감정평가일자, 평가기관명 등)도 함께 명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2. 지분 비율과 손익분배 비율의 구분 - 지분 비율(소유권 비율)과 손익분배 비율을 별도 조항으로 명시합니다. 양자가 동일하다면 그 역시 명시적으로 기재해야 나중에 다툼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3. 추가 출자 및 감자 절차 - 사업 확장이나 자금 부족 시 추가 출자를 어떻게 할지, 비율에 변동이 생기면 어떤 절차를 거칠지 미리 정해두어야 합니다. 일방이 추가 출자를 거부하는 경우의 처리 방법도 포함해야 합니다.

4. 출자 미이행 시 제재 조항 - 약정한 출자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의 지연이자, 지분 비율 조정, 계약 해지 사유 등을 규정해 두는 것이 실무적으로 매우 중요합니다.

5. 동업 해소 시 정산 기준 - 동업 관계가 종료될 때 잔여 재산 분배 방법, 현물 출자 자산의 반환 여부, 영업권 등 무형자산의 평가 방법을 미리 합의해 두면 분쟁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현물 출자 가액, 어떻게 산정하는 것이 안전한가

실무에서 현물 출자 가액을 산정할 때 활용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감정평가법인의 공식 감정 - 비용은 통상 50만 원에서 200만 원 수준이지만, 분쟁 시 가장 강력한 객관적 증거가 됩니다. 부동산, 고가 설비, 지식재산권 등이 출자 대상인 경우에 권장됩니다.
2
시가 기준 합의 - 중고 시장 실거래가, 유사 물건의 매매 사례 등을 근거로 당사자가 합의하여 가액을 확정하는 방법입니다. 합의 근거 자료를 계약서에 첨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
장부가액(취득원가-감가상각) 기준 - 회계 장부가 있는 경우 장부가액을 기준으로 삼을 수 있으나, 시가와 괴리가 클 수 있으므로 보조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A씨의 사례로 돌아가면, 만약 계약 당시 설비에 대해 감정평가를 받고 그 결과를 계약서에 명시했더라면 2년 뒤의 분쟁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감정평가 비용 100만 원 남짓이 수천만 원의 소송 비용과 수년간의 법적 분쟁을 예방해 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동업 계약에서 '신뢰'는 사업 시작의 동력이 되지만, 그 신뢰를 지속시키는 것은 결국 명확하고 구체적인 계약 조항입니다. 출자 가액과 지분 비율은 동업의 근간이 되는 사항인 만큼, 사업을 시작하기 전 반드시 전문가의 검토를 거치는 것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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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빈 변호사의 코멘트
동업 분쟁을 다루다 보면, 대부분의 갈등이 출자 가액에 대한 합의가 불명확한 상태에서 시작됩니다. 특히 현물 출자나 노무 출자가 포함된 경우 반드시 객관적 평가를 거쳐 계약서에 구체적 금액을 기재해 두셔야 합니다. 동업 시작 전 계약서 검토만으로 향후 수천만 원 규모의 분쟁을 예방할 수 있으므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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