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노무와 계약설계전문가입니다.
"수출 화물이 해상운송 중 파손됐는데, 운송인이 배상 한도가 있다며 전액 보상을 거부합니다. 정말 전액 배상받을 수 없는 건가요?"
국제무역을 하시는 분들 중 이런 상황을 겪으신 적이 있을 겁니다. 수천만 원 상당의 화물이 해상운송 도중 파손됐는데, 운송인 측에서 "해상운송 손해배상 한도가 있어 일정 금액 이상은 배상할 수 없다"고 답변하는 경우입니다. 실무에서도 이 문제로 상담을 요청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해상운송에서 운송인의 배상 책임에는 법적 한도가 존재합니다. 다만, 그 한도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며 상황에 따라 전액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길도 열려 있습니다.
해상운송은 태풍, 좌초, 침몰 등 대규모 사고의 위험이 항상 존재하는 운송 방식입니다. 한 번의 사고로 수백억 원대의 손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운송인의 배상 책임에 한도를 두는 제도가 오래전부터 자리잡아 왔습니다.
우리 상법 제797조의2는 이러한 국제적 흐름을 반영해 포장당 또는 선적 단위당 배상 한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현행법상 주요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현행 상법상 배상 한도 (헤이그-비스비 규칙 기준)
포장 또는 선적 단위당 666.67 SDR, 또는 총중량 1kg당 2 SDR 중 높은 금액이 배상 한도가 됩니다.
SDR(특별인출권)은 국제통화기금(IMF)의 기준 화폐 단위로, 2024년 기준 약 1 SDR = 1,750~1,800원 정도입니다.
예를 들어 1개 컨테이너에 40톤의 화물을 적재한 경우를 계산해 보면, 포장 단위 기준으로는 666.67 SDR(약 120만 원), 중량 기준으로는 80,000 SDR(약 1억 4,000만 원)이 됩니다. 이 경우 높은 금액인 약 1억 4,000만 원이 배상 한도가 됩니다.
많은 분들이 놓치시는 부분이 있습니다. 배상 한도 규정은 송하인(화물을 보내는 측)이 선하증권(B/L)에 화물의 종류와 가액을 기재하지 않은 경우에 적용됩니다.
반대로 말하면, 선하증권에 화물의 실제 가액을 명시적으로 기재하고 운송인이 이를 수용했다면, 배상 한도를 넘어 실손해 전액을 배상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립니다. 상법 제797조의2 제1항 단서가 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실무 팁
고가 화물을 운송할 때는 선하증권에 화물의 종류와 가액을 반드시 기재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를 종가약관(Ad Valorem Declaration)이라고 하는데, 추가 운임이 발생하더라도 사고 시 전액 배상의 근거가 됩니다.
운송인의 배상 한도가 깨지는(적용되지 않는) 중요한 예외도 있습니다. 화물 손해가 운송인의 고의 또는 무모한 행위(recklessness)로 발생한 경우에는 배상 한도 규정의 보호를 받을 수 없습니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사정이 입증되면 운송인은 배상 한도 규정을 주장할 수 없으므로, 화주는 실제 손해 전액을 배상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실무적으로 운송인의 고의나 무모함을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정이라는 점도 함께 이해하셔야 합니다.
해상운송 손해배상 한도는 어떤 국제조약이 적용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실무에서 자주 접하는 주요 조약의 한도를 비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헤이그-비스비 규칙
포장당 666.67 SDR
kg당 2 SDR
우리 상법이 채택
함부르크 규칙
포장당 835 SDR
kg당 2.5 SDR
일부 개도국 채택
로테르담 규칙
포장당 875 SDR
kg당 3 SDR
미발효 (서명국 소수)
선하증권 이면약관에 어떤 조약을 준거로 하고 있는지에 따라 배상 한도 금액이 달라지므로, 분쟁 발생 시 반드시 선하증권 약관을 먼저 확인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해상운송 화물 손해에 대비하시려면 다음 사항들을 미리 점검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해상운송 손해배상 한도 문제는 적용 조약, 선하증권 약관, 화물의 포장 단위 산정 방식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화물 손해가 발생했을 때 배상 한도 규정만 보고 포기하시기보다는, 예외 적용 가능성과 보험 청구 등 다양한 구제 수단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시는 것이 바람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