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전문, 민사전문 변호사입니다
많은 분들이 성범죄 사건에서 합의를 진행하면서도, 고소 취하와 합의서 작성을 어떤 순서로 해야 하는지, 합의서에 무엇을 담아야 실질적 효력이 있는지 판단하기 어려워합니다. 오늘은 성범죄 고소 취하 시 합의 절차의 전체 흐름과, 합의서를 작성할 때 반드시 확인해야 할 유의사항을 단계별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첫째, 모든 성범죄에서 고소 취하가 형사절차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점을 먼저 이해해야 합의 방향을 올바르게 설정할 수 있습니다.
2013년 형법 개정 이후, 강간죄 등 주요 성범죄는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즉, 강간, 강제추행, 준강간, 준강제추행 등은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하더라도 검찰이 독자적으로 공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고소 취하가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유형
- 통신매체이용음란죄(형법 제242조) 등 일부 반의사불벌 조항이 남아 있는 범죄
-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등이용촬영죄는 반의사불벌 조항이 삭제(2020년)되어 고소 취하만으로 불기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둘째, 고소 취하가 공소권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는 죄명이라 하더라도, 합의 및 고소 취하 사실은 양형(형의 경중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상당히 크게 작용합니다. 따라서 합의 자체의 실익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합의서의 내용이 불명확하면 이후 민사 분쟁이나 추가 고소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아래 항목은 실무에서 반드시 포함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입니다.
1. 당사자 인적사항
가해자와 피해자의 성명, 생년월일, 주소를 정확히 기재합니다.
2. 사건 특정
합의 대상인 사건을 사건번호, 일시, 장소 등으로 구체적으로 특정합니다. "20XX년 X월 X일 발생한 건"과 같이 명시해야 합니다.
3. 합의금 및 지급 조건
총 합의금액, 지급 일자, 지급 방법(계좌이체 등)을 명시합니다. 분할 지급 시 각 회차별 금액과 기한, 미지급 시 기한이익상실(나머지 잔금을 즉시 일괄 청구할 수 있는 조건) 조항을 반드시 넣어야 합니다.
4. 처벌불원 의사 및 고소 취하 이행 시기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으며, 본 합의서 작성일로부터 X일 이내에 고소 취하서를 제출한다"는 문구를 포함합니다. 고소 취하의 조건(합의금 완납 후 등)도 명확히 기재합니다.
5. 민사상 권리 포기(부제소 합의) 조항
피해자가 동일 사건에 대해 향후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넣습니다. 이 조항이 빠지면 합의 후에도 별도 민사소송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6. 비밀유지 조항
합의 사실 및 합의 내용을 제3자에게 공개하지 않겠다는 상호 비밀유지 의무를 규정합니다.
7. 접근금지, 연락금지 조항
피해자 보호를 위해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접근하거나 연락하지 않겠다는 약정을 포함합니다. 위반 시 위약벌 조항을 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셋째, 미성년자가 피해자인 경우에는 법정대리인(부모 등)이 합의 당사자가 됩니다. 이 경우에도 피해 아동, 청소년 본인의 의사가 존중되어야 하며, 아동, 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이 적용되는 사건은 고소 취하와 무관하게 공소가 유지되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넷째, 합의 시점도 중요합니다. 수사 초기에 합의가 이루어지면 불기소(기소유예) 가능성이 높아지고, 기소 후 1심 선고 전에 합의가 이루어지면 집행유예 등 감형에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실무에서는 1심 변론종결 전까지 합의서를 제출하는 것이 양형 반영에 가장 효과적입니다.
일반 합의서(사서증서)
공증 합의서(공정증서)
합의금이 500만 원 이상이거나 분할 지급 조건이 포함된 경우에는 공정증서로 작성하는 것이 양측 모두에게 안전합니다.
고소 취하가 완료되었다고 해서 모든 법적 문제가 종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음 사항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첫째, 반의사불벌죄가 아닌 성범죄(강간, 강제추행 등)는 고소 취하 후에도 검찰이 기소할 수 있습니다. 합의서와 처벌불원서는 양형 자료로 활용되므로 수사기관과 법원 양쪽에 모두 제출해야 합니다.
둘째, 합의서에 부제소 합의가 포함되어 있더라도, 합의 당시 예상하지 못한 후유증이나 추가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별도 손해배상 청구가 인정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셋째, 합의 내용의 불이행(합의금 미지급, 접근금지 위반 등)이 발생하면 민사상 채무불이행 책임은 물론, 양형에서 합의의 유리한 효과가 뒤집어질 수도 있습니다. 합의서 작성 후에도 이행 여부를 꼼꼼히 확인하고 증거를 보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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