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이혼 분쟁의 전략 설계와 실전 해결을 돕는 소송전략가 김범수 변호사
해외에서 내 브랜드를 무단 도용하거나, 특허 기술을 모방한 제품이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당장 소송을 제기하고 싶으시겠지만, 그 앞에 반드시 넘어야 할 관문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어느 나라 법원에서 소를 제기해야 하는가"라는 국제재판관할(International Jurisdiction)의 문제입니다. 한국 법원에 소를 낼 수 있는지, 침해지 법원에 가야 하는지, 혹은 상대방 본거지 법원에서만 가능한 것인지에 따라 소송 전략과 비용, 나아가 판결의 실효성까지 크게 달라집니다.
2024년 기준,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의 통계에 따르면 국제 특허출원(PCT)은 연간 약 27만 8천 건에 이르고, 마드리드 체계를 통한 국제 상표등록 출원도 약 6만 4천 건에 달합니다. 기업들의 지식재산(IP)이 국경을 넘어 보호받아야 하는 시대가 된 만큼, 침해 분쟁 역시 어느 한 나라의 국내 문제로 머무르지 않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지식재산권은 기본적으로 속지주의(Territoriality Principle)를 따릅니다. 즉, 한국에서 등록한 특허는 한국 영토 안에서만 효력이 있고, 미국에서 등록한 상표는 미국에서만 보호됩니다. 그렇다 보니 침해 행위가 여러 나라에 걸쳐 동시에 일어나는 경우, 각 나라별로 별도의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 지점에서 많은 분들이 혼란을 겪으십니다. "침해 제품이 온라인으로 전 세계에 유통되는데, 나라마다 소송을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실무에서 자주 받습니다.
국제 지재권 침해에서 관할을 결정하는 핵심 기준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피고의 주소지(일반관할), 침해 행위지 또는 결과 발생지(특별관할), 그리고 당사자 간 관할합의가 있는지 여부입니다.
우리나라 국제사법 제2조는 "대한민국 법원은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이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 경우에 국제재판관할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실질적 관련'이라는 다소 포괄적인 기준이기 때문에, 구체적 사안에서는 침해 행위의 양태, 피해의 범위, 증거 소재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게 됩니다.
같은 지재권 침해라 하더라도, 나라마다 관할 판단의 접근법이 상당히 다릅니다. 분쟁을 준비하시는 분들이 반드시 알아두셔야 할 부분입니다.
디지털 환경에서의 지재권 침해는 관할 판단을 한층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가령, 외국 업체가 아마존이나 알리익스프레스 같은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해 한국 특허를 침해하는 제품을 판매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때 한국 법원에 관할이 인정되려면, 단순히 해당 웹사이트에 한국에서 접속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한국 소비자를 직접 대상으로 하는 판매 행위(한국어 사이트 운영, 원화 결제 지원, 한국 배송 서비스 제공 등)가 있었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이른바 '타겟팅 이론(Targeting Doctrine)'으로 불리는 접근법입니다.
실무 현장에서 보면, 국제 온라인 침해 사건에서 관할 문제만으로 1년 이상 다투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관할이 인정되지 않으면 소가 각하(문전박대)되기 때문에, 소송 전 관할 검토에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시는 것이 현명합니다.
국제 지재권 분쟁에서 법원 소송만이 유일한 해결 방법은 아닙니다. 당사자 간 계약 관계가 있는 경우(라이선스 계약, 기술이전 계약 등)에는 국제중재(International Arbitration)가 매우 실효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국제중재의 장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다만, 특허 유효성(등록의 유효 여부)에 관한 판단은 각국 특허청이나 법원의 전속관할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아, 중재로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하셔야 합니다. 침해 여부와 손해배상은 중재에 맡기되, 특허 무효 항변이 제기될 경우에는 해당국 법원 절차를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국제 지재권 분쟁에서 흔히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 바로 판결의 집행 가능성입니다. 아무리 유리한 판결을 받더라도, 그 판결을 침해자의 자산이 있는 나라에서 집행할 수 없다면 실질적 의미가 크게 줄어듭니다.
현재 외국 법원 판결의 승인과 집행에 관한 통일적인 국제 조약은 2019년 체결된 헤이그 판결 협약(Hague Judgments Convention)이 있지만, 아직 발효 국가가 제한적입니다. 따라서 실무에서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관할을 검토하시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국제 지재권 침해는 단순히 "권리가 있으니 소송하면 된다"는 접근으로는 해결되기 어렵습니다. 관할 선택 단계에서부터 최종 집행까지의 전 과정을 내다보는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며, 해당 분야의 국제 소송 경험이 있는 전문가의 조력이 결과를 크게 좌우하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민사·이혼 분쟁의 전략 설계와 실전 해결을 돕는 소송전략가 김범수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