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술자리에서 시비가 붙어 서로 몸싸움을 한 두 사람이 경찰서에 나란히 앉아 있었습니다. 한쪽은 먼저 맞았다고 주장하고, 다른 한쪽은 방어한 것뿐이라고 말합니다. CCTV는 결정적 장면을 비추지 못했고, 목격자 진술도 엇갈렸습니다. 결국 이 사건의 향방을 결정한 것은 두 사람 각자의 진술 내용과 진술 방식이었습니다.
쌍방폭행은 양쪽 모두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방적 폭행과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수사기관에서 누구를 피해자로, 누구를 가해자로 볼 것인지는 초기 진술 단계에서 상당 부분 윤곽이 잡힙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경찰 조사를 앞두고 어떻게 진술해야 할지 막막해하십니다. 이 글에서는 쌍방폭행 상황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기 위한 단계별 대응 절차를 순서대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Step 1. 사건 직후 즉시 해야 할 일 - 증거 확보와 신고
이야기를 하나 더 들려드리겠습니다. 40대 직장인 C씨는 주차 시비 중 상대방에게 먼저 밀침을 당한 뒤 반사적으로 상대를 밀쳐냈습니다. 문제는 C씨가 흥분한 나머지 현장을 바로 떠나버렸다는 것입니다. 나중에 상대방이 먼저 경찰에 신고하면서, C씨는 가해자로 입건되었습니다.
사건 직후의 행동이 이후 수사 방향을 크게 좌우합니다. 이 단계에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은 다음과 같습니다.
1
112 신고를 먼저 한다
먼저 신고한 쪽이 피해자로 추정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신고 접수 시간이 기록으로 남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빨리 신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소요시간: 즉시비용: 없음
2
현장 증거를 확보한다
주변 CCTV 위치를 확인하고, 본인의 부상 부위를 휴대폰으로 촬영합니다. 목격자가 있다면 연락처를 받아 두어야 합니다. 현장에 혈흔, 찢어진 옷 등이 있으면 사진으로 남깁니다.
소요시간: 10~20분필요물: 스마트폰
3
병원 진단서를 발급받는다
가벼운 타박상이라도 반드시 당일 또는 다음 날 병원에 가서 상해진단서(소요비용 약 5만~10만 원)를 받아야 합니다. 진단서에 기재된 치료 기간(2주 이상 여부)이 폭행죄와 상해죄를 가르는 핵심 기준이 됩니다.
소요시간: 당일~1일비용: 5만~10만 원
Step 2. 경찰 조사 전 진술 전략 수립
경찰로부터 출석 요구를 받으면 대부분 긴장합니다. 이 단계에서 사전 준비 없이 조사에 임하는 분들이 많은데, 실무에서 보면 이것이 가장 치명적인 실수입니다. 출석일 전에 반드시 다음 사항을 정리해야 합니다.
4
사건 경위를 시간 순서대로 정리한다
A4 용지에 시간대별로 사건 경과를 적어 봅니다. 핵심은 누가 먼저 물리력을 행사했는지(선제 공격 여부), 그리고 본인의 행위가 방어적 성격이었는지를 명확히 정리하는 것입니다. 기억이 모호한 부분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습니다"라고 쓰는 것이 오히려 진술의 신빙성을 높입니다.
소요시간: 1~2시간필요서류: 메모, 사진, 문자 기록
5
변호사 상담을 통해 법적 쟁점을 파악한다
쌍방폭행 사건에서 정당방위(형법 제21조) 인정 여부, 폭행죄(형법 제260조)와 상해죄(형법 제257조)의 구분, 반의사불벌죄 적용 여부 등은 전문적 판단이 필요합니다. 경찰 조사 전에 변호사와 상담하면 진술 방향을 구체적으로 잡을 수 있습니다.
소요시간: 30분~1시간비용: 상담료 10만~30만 원
Step 3. 경찰 조사에서의 진술 요령
경찰 피의자 조사는 보통 1~3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이 과정에서 작성되는 피의자신문조서가 이후 검찰 송치와 재판에서 핵심 증거로 활용됩니다. 진술 한 마디 한 마디가 사건의 방향을 결정하므로, 다음 원칙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6
선제 공격이 아니었음을 일관되게 진술한다
쌍방폭행에서 피해자와 가해자를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누가 먼저 손을 댔는가입니다. "상대방이 먼저 저를 밀쳤고(또는 때렸고), 저는 이를 막으려 했습니다"라는 구조로 일관되게 진술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단, 사실과 다른 허위 진술은 오히려 신빙성을 떨어뜨리므로, 실제 상황에 부합하는 범위에서 방어적 측면을 부각해야 합니다.
7
감정적 표현을 배제하고 사실 위주로 답변한다
"그 사람이 화가 나서 때린 것 같다"는 추측이고, "상대방이 주먹으로 제 왼쪽 뺨을 한 차례 가격했습니다"는 사실 진술입니다. 수사관은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에 높은 신빙성을 부여합니다. 행위의 부위, 횟수, 순서를 구체적으로 말하되 과장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8
조서를 꼼꼼히 확인한 뒤 서명한다
조사가 끝나면 조서를 읽어볼 수 있습니다. 본인이 한 말과 다르게 기재된 부분이 있으면 반드시 수정을 요청해야 합니다. 조서에 서명하면 "이 내용이 맞다"고 인정한 것으로 간주되므로, 한 글자도 소홀히 넘기면 안 됩니다. 열람 시간 제한은 없으니 충분히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소요시간: 조사 포함 1~3시간필요서류: 신분증, 진단서 사본
Step 4. 조사 이후 추가 대응
경찰 조사가 끝났다고 사건이 종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검찰로 송치되기까지 보통 1~3개월이 소요되며, 이 기간에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9
추가 증거를 수집하여 제출한다
사건 전후의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대화 내용, 통화 녹음, 추가 목격자 진술서 등을 담당 수사관에게 제출할 수 있습니다. 특히 상대방이 사전에 위협적 언행을 했거나 먼저 시비를 건 정황이 드러나는 자료가 있다면 반드시 확보해야 합니다.
소요시간: 수시비용: 없음
10
합의 여부를 전략적으로 판단한다
폭행죄(형법 제260조 제1항)는 반의사불벌죄이므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 본인이 피해자 측이라면, 합의금 수준과 시기를 전략적으로 결정해야 합니다. 반대로 상해죄(형법 제257조)로 입건된 경우에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므로, 합의만으로 사건이 종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합의금 범위: 사안에 따라 50만~500만 원 이상
진술에서 특히 피해야 할 표현들
쌍방폭행 사건에서 불리한 진술로 작용하는 대표적 표현이 있습니다. "저도 한 대 때렸습니다"처럼 자신의 가해 행위를 명확히 인정하는 진술, "화가 나서 밀쳤습니다"처럼 감정에 의한 능동적 공격임을 시인하는 진술, 그리고 "서로 잘못한 것 같습니다"처럼 쌍방 과실을 자인하는 진술이 그것입니다. 이러한 표현은 한 번 조서에 기재되면 번복이 매우 어렵습니다. 방어 행위였더라도 표현 방식에 따라 가해 행위로 해석될 수 있으므로, 단어 선택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전체 절차 흐름과 예상 기간
쌍방폭행 사건의 전체 진행 흐름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사건 발생 당일 : 112 신고, 현장 증거 확보, 병원 진료 및 진단서 발급
사건 후 3일~2주 : 경찰 출석 요구, 진술 전략 수립, 변호사 상담
출석일 : 피의자신문조서 작성 (1~3시간 소요)
조사 후 1~3개월 : 추가 증거 제출, 합의 협상, 검찰 송치
검찰 단계 : 기소 여부 결정 (약 1~2개월), 약식기소 시 벌금형, 정식기소 시 재판 진행
경미한 폭행 사건의 경우 경찰 단계에서 쌍방 합의 후 사건이 종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상해 진단이 2주 이상이거나 흉기가 사용된 경우에는 검찰 기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초기 대응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쌍방폭행은 같은 사건을 두고 양쪽이 모두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객관적 증거와 체계적 진술이 결과를 가릅니다. 사건 직후부터 경찰 조사, 검찰 송치까지 각 단계에서 해야 할 일을 빠짐없이 이행하는 것이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는 핵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