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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형사범죄 명예훼손·모욕
형사범죄 · 명예훼손·모욕 2026.04.20 조회 0

회사 내부 고발이 명예훼손이 될까? 공익성 인정 기준 사례분석

김성관 변호사
법률사무소 화쟁 · 경기도 수원시

오늘은 회사 내부의 비위(비리)를 외부 기관이나 언론에 알렸을 때, 명예훼손으로 처벌받는 경우와 공익성을 인정받아 위법성이 조각되는 경우가 어떻게 구분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내부 고발은 조직의 부정을 바로잡기 위한 정당한 행위이지만, 그 방법과 내용에 따라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어 실무에서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영역입니다.

가상의 사례를 통해 핵심 쟁점을 분석해 보겠습니다.

사례 개요

서울 소재 중견 건설업체에서 10년간 안전관리 업무를 담당해 온 A씨(47세, 과장)는 회사가 건설현장 안전점검 서류를 조작하고 법정 안전교육을 실시하지 않은 채 서류만 작성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A씨는 회사 내부 감사팀에 두 차례 문제를 제기했으나 묵살당했고, 이후 고용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회사의 구체적 서류 조작 내역, 관련 임원 B상무(52세)의 지시 내용, 허위 안전교육 일지 등을 첨부했습니다. 나아가 A씨는 건설업계 커뮤니티에 익명으로 해당 사실을 게시했습니다.

이에 B상무와 회사 측은 A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고, A씨 측은 공익 목적의 내부 고발이므로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쟁점 1. 적시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

형법 제310조는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공공의 이익'이란 국가, 사회, 기타 일반 다수인의 이익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특정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이익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 사례에서 핵심은 A씨가 제기한 내용의 성격입니다. 건설현장 안전관리 서류 조작은 단순히 회사 내부 경영 문제가 아닙니다. 현장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 나아가 인근 주민과 공공의 안전에 직결되는 사안이므로 공공의 이익에 관한 사실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판례는 공익성 판단에 있어 다음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1
적시된 사실의 내용과 성질 - 개인적 사생활인지, 사회적 관심 사안인지
2
피해자의 공적 지위와 공적 활동과의 관련성
3
표현의 상대방 범위 - 한정된 기관인지, 불특정 다수인지
4
표현의 목적과 동기 - 순수한 공익 목적인지, 사적 원한이 개입되었는지

A씨의 경우, 안전서류 조작은 근로자 및 공공 안전에 관한 사안이고 B상무는 회사 임원으로서 업무와 관련한 공적 영역에 해당하므로, 적시 사실 자체의 공익성은 인정될 여지가 큽니다. 다만 판례는 '오로지' 공공의 이익이라는 문언에도 불구하고 주된 동기가 공공의 이익이면 부수적으로 사적 동기가 있더라도 공익성을 인정하는 입장입니다.

쟁점 2. 적시한 사실이 진실한 사실인지,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

형법 제310조의 위법성 조각 요건은 첫째 진실한 사실일 것, 둘째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일 것입니다. 따라서 A씨가 고발한 내용이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는지가 결정적입니다.

실무에서 이 부분이 가장 치열하게 다투어집니다. 몇 가지 세부 기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진실성 판단의 실무 기준

- 적시한 사실의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면 세부 사항에 약간의 차이가 있어도 진실한 사실로 봅니다.

- 행위 당시 진실이라고 믿었고, 그렇게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고의가 부정되어 무죄가 선고될 수 있습니다.

- '상당한 이유'의 판단에는 정보의 출처, 확인 노력, 증거자료의 신빙성 등이 고려됩니다.

A씨는 안전관리 업무를 10년간 직접 담당하면서 서류 조작 과정을 목격했고, 허위 안전교육 일지 등 구체적 증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한 내부 감사팀에 먼저 문제를 제기한 이력도 있습니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적시 사실이 진실에 부합하거나 최소한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만약 A씨가 단순한 소문이나 미확인 정보만으로 과장된 내용을 유포했다면 진실성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습니다.

쟁점 3. 고발 방법과 범위의 상당성

공익성 인정에서 가장 간과되기 쉬운 부분이 바로 고발의 방법과 범위입니다. 같은 내용이라도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알렸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A씨의 고발 행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첫째, 고용노동부에 대한 진정

관할 행정기관에 법령 위반 사실을 신고한 것은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의해 보호되는 정당한 행위입니다. 진정 과정에서 적시한 사실이 설령 일부 부정확하더라도, 관할 기관에 대한 신고 자체를 명예훼손으로 보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실무에서도 행정기관이나 수사기관에 대한 고소·고발·진정은 위법성 조각이 폭넓게 인정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둘째, 건설업계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

이 부분이 법적으로 논쟁이 됩니다. 불특정 다수가 열람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에 특정 회사와 임원의 비위를 게시한 것은 전파 가능성과 피해 범위가 크기 때문입니다. 판례는 이 경우에도 공익성을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지만, 내부 신고나 관할 기관 신고 등 보다 침해가 적은 수단을 먼저 시도했는지를 중요하게 고려합니다.

A씨는 내부 감사팀에 두 차례 문제를 제기했고, 고용노동부에도 진정을 제출한 뒤에 온라인 게시로 나아갔습니다. 이처럼 단계적으로 내부 해결을 시도한 이력은 온라인 게시의 상당성을 판단할 때 A씨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온라인 게시 내용이 사실관계를 넘어 인신공격적 표현을 담고 있거나, 회사 영업비밀 등 공익과 무관한 정보까지 포함했다면 상당성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실무적으로 유의해야 할 사항

내부 고발을 고려하고 있거나, 이미 고발 후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한 상황이라면 다음 사항을 반드시 점검해야 합니다.

1
증거를 확보한 뒤 고발하십시오. 구체적 자료 없이 막연한 주장만으로 고발하면 진실성 입증이 어려워집니다. 근로계약서, 내부 문서, 메신저 대화, 이메일 등 객관적 자료를 확보해 두어야 합니다.
2
내부 절차를 먼저 이용하십시오. 회사 내부 감사, 신고 채널 등을 먼저 활용한 이력이 있으면 이후 외부 고발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근거가 됩니다.
3
관할 기관 신고를 우선하십시오. 온라인 게시나 언론 제보보다 고용노동부, 검찰, 국민권익위원회 등 관할 기관에 대한 신고가 법적 보호를 받기 훨씬 수월합니다.
4
사적 감정 표현을 배제하십시오. "횡령범", "사기꾼" 등 가치판단적·모욕적 표현은 명예훼손과 별개로 모욕죄 성립 가능성을 높이고, 공익 목적의 진정성도 훼손합니다.
5
공익신고자 보호법 적용 여부를 확인하십시오. 국민건강, 안전, 환경, 소비자 이익, 공정경쟁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180여 개 법률 위반 행위에 대한 신고는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의해 불이익 조치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위 사례에서 A씨의 고용노동부 진정은 공익성과 진실성 요건을 모두 충족할 가능성이 높아 명예훼손 성립이 어렵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 부분은 게시 내용의 정확성, 표현 방식, 내부 해결 노력의 선행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될 것이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단계적 노력이 있었다면 공익성이 인정될 여지가 상당합니다. 다만 게시 내용에 사실을 넘어선 과장이나 인신공격적 표현이 포함되었다면 그 부분은 별도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김성관
김성관 변호사의 코멘트
법률사무소 화쟁 · 경기도 수원시
내부 고발 관련 명예훼손 사건을 다루면서 느낀 점은, 고발 내용 자체보다 고발의 방법과 순서가 결과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관할 기관 신고 전에 온라인 게시부터 하면 공익성 인정이 현저히 어려워집니다. 내부 고발을 준비 중이시라면, 증거 확보와 절차 선택 단계에서 전문가의 조력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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