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없으면 길을 만듭니다
얼마 전 이런 사연을 접한 적이 있었습니다. 회사 송년회가 끝난 뒤, 동료가 "집이 가까우니까 금방이야"라며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같은 차에 탄 다른 동료 세 명은 별말 없이 조수석과 뒷좌석에 올라탔습니다. 결국 음주단속에 걸렸고, 운전자뿐 아니라 동승자 중 한 명까지 방조범으로 입건되었습니다. "나는 그냥 차를 탄 것뿐인데 왜 처벌을 받느냐"는 항변이 이어졌지만, 수사기관은 그의 행위가 단순한 동승을 넘어섰다고 판단했습니다.
음주운전 동승자가 모두 처벌받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특정 요건을 충족하면 도로교통법 위반 방조범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됩니다. 아래 다섯 가지 체크 항목을 통해, 어디까지가 단순 동승이고 어디서부터 방조가 성립하는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방조범 성립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는 운전자의 음주 사실에 대한 인식입니다. 함께 술자리를 가졌거나, 운전자에게서 술 냄새가 났거나, 비틀거리는 모습을 목격한 경우라면 "몰랐다"는 항변이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실무에서는 동승자와 운전자가 같은 장소에서 함께 음주했는지, 동승 전후의 대화 내용(카카오톡, 문자 등)에 음주 관련 언급이 있었는지를 중점적으로 확인합니다. 반대로, 운전자가 술을 마셨다는 사실을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방조의 고의가 부정될 수 있습니다.
음주 사실을 알면서도 운전을 말리지 않은 채 그대로 차에 탑승했다면, 이는 소극적 방조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다만 단순히 "말리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바로 방조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판례는 동승자에게 운전자의 음주운전을 저지할 법적 의무가 인정되는 경우, 즉 차량 소유자이거나 운전자와 특수한 관계(가족, 고용관계 등)에 있는 경우에 소극적 방조의 성립 가능성을 보다 넓게 인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핵심 포인트: 차량 소유자가 음주 상태의 다른 사람에게 차 열쇠를 건넨 뒤 함께 탑승했다면, 방조를 넘어 교사(시키는 행위)까지 인정될 수 있어 처벌 수위가 높아집니다.
"대리비 아깝잖아, 그냥 몰고 가자", "여기서 집까지 5분이면 되니까 괜찮아" 같은 발언이 있었다면, 이는 적극적 방조 또는 교사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적극적 권유 행위가 인정되면 단순 방조보다 형사 책임이 가중됩니다. 실무에서 가장 빈번하게 문제되는 유형이며, 경찰 조사 과정에서 동석자들의 진술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술자리 대화 중 무심코 한 말이 수사 과정에서 적극적 권유로 해석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동승자가 음주운전에 물리적으로 기여한 행위가 있었는지도 중요한 판단 기준입니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행위가 해당됩니다.
이러한 행위가 확인되면 동승 자체를 넘어 음주운전의 실행을 용이하게 만든 것으로 평가되어 방조범 성립이 거의 확실해집니다.
법원은 동승자가 대중교통이나 대리운전, 택시 등 다른 합리적인 귀가 수단이 있었음에도 굳이 음주운전 차량에 탑승한 사정을 방조 고의 판단의 보충적 근거로 삼습니다.
반대로 심야 시간대에 대중교통이 끊기고, 택시 호출도 어려운 외진 지역이었으며, 동승자 스스로가 만취 상태여서 판단력이 현저히 떨어져 있었던 경우에는 방조 고의가 부정되거나 양형에서 참작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사정만으로 방조 책임이 완전히 면제되기는 어렵습니다.
음주운전 방조범은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위반의 방조범(형법 제32조)으로 처벌됩니다. 형법상 방조범은 정범(운전자)의 형보다 감경되지만, 그 자체가 면제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수사기관으로부터 음주운전 방조 혐의로 출석 요구를 받았다면, 다음 사항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첫째, 운전자의 음주 사실을 인식한 시점과 경위를 구체적으로 정리해야 합니다. "함께 술을 마셨다"는 사실 자체가 곧바로 인식의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므로, 좌석 배치, 음주량 차이, 대화 내용 등을 세밀하게 기억해 두어야 합니다.
둘째, 만류 시도가 있었다면 그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카카오톡 메시지, 주변인 증언, CCTV 영상 등이 대표적입니다.
셋째, 경찰 조사 전 진술 방향을 정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불리한 진술을 하면 이를 번복하기 어렵습니다. 초기 진술이 수사 결과와 양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으므로, 가능하다면 조사 전 법률 조력을 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