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소 판결문을 넘어선 종합적 문제 해결을 추구합니다
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40대 직장인 C씨는 해외 유명 브랜드의 무선 충전기를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해 사용하던 중, 제품에서 과열이 발생하면서 책상 위 서류와 노트북에 화재 피해가 생겼습니다. 피해 금액만 약 280만 원. C씨는 곧바로 해외 제조사 홈페이지에 컴플레인을 넣었지만, 외국 법인이라 연락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수입 제품의 결함으로 피해를 입었을 때 해외 제조사를 상대로 직접 소송하기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리 법은 제조물책임법(PL법)을 통해, 해외 제조사 대신 국내 수입업자에게도 동일한 제조물 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절차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하시는데, 오늘은 그 과정을 단계별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제조물책임법 제2조 제3호는 "제조업자"의 범위에 수입을 업으로 하는 자를 명시적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즉, 해외에서 제품을 들여와 국내에 유통한 수입업자는 법적으로 제조업자와 동일한 책임을 부담합니다.
핵심은 이렇습니다. 제조물의 결함으로 생명, 신체 또는 재산에 손해가 발생하면, 피해자는 해외 제조사뿐 아니라 국내 수입업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수입업자가 "나는 만든 게 아니라 들여온 것뿐"이라고 항변하더라도, 제조물책임법상 면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책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
또한 제조물책임법 제3조의2에 따라, 피해자가 제조물의 결함 존재 사실, 손해 발생, 결함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증명하면 되고, 수입업자의 고의나 과실까지 입증할 필요는 없습니다(무과실책임). 이 점이 일반 민법상 불법행위 소송과 가장 큰 차이입니다.
이 단계를 놓치면 이후 모든 절차가 어려워집니다. 실무에서 보면, 사고 직후 제품을 폐기하거나 현장을 정리해 버려 증거 부족으로 곤란해지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특히 제품의 결함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한국소비자원이나 공인 시험기관의 제품 분석을 받아두면 유리합니다.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를 신청하면 무상으로 시험 검사를 받을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품 포장이나 라벨에 표시된 수입업자 상호, 사업자등록번호를 확인합니다. 전자상거래의 경우 통관 기록이나 쇼핑몰 판매자 정보에서 수입업자를 특정할 수 있습니다.
내용증명은 법적 효력이 있는 "의사 전달 증거"로 기능합니다. 추후 소송 단계에서 "합의를 시도했으나 수입업자가 불응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단계에서 수입업자가 자체적으로 배상에 응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소송 전에 반드시 거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를 신청하면 사실 조사, 전문가 자문, 합의 권고 등 절차가 진행됩니다. 강제력은 없지만, 수입업자가 합의에 응할 경우 소송 없이 빠르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 절차는 의무사항이 아니므로, 피해 규모가 크거나 수입업자가 합의 의사를 전혀 보이지 않는다면 곧바로 소송으로 넘어가는 것도 방법입니다. 다만 소비자원의 시험 검사 결과는 소송에서도 유력한 증거 자료로 활용될 수 있으므로,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거치는 것이 유리합니다.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최종적으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제조물책임법상 무과실책임이 적용되므로, 피해자가 입증해야 할 사항이 일반 불법행위보다 줄어든다는 점이 유리합니다.
소송에서 결함 입증이 가장 큰 쟁점입니다. 제품이 정상적으로 사용되었는데도 사고가 발생했다면, 판례는 이를 "제품 결함의 존재를 사실상 추정"하는 근거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만 수입업자 측이 소비자의 오용(잘못된 사용)을 주장할 수 있으므로, 사용설명서대로 정상 사용했다는 점을 함께 입증해 두어야 합니다.
승소 판결을 받더라도 수입업자가 자발적으로 배상하지 않으면 강제집행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실무에서 한 가지 더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제조물책임법상 소멸시효는 피해자가 손해 및 결함을 안 날로부터 3년, 제조업자가 제품을 공급한 날로부터 10년입니다. 특히 3년의 단기시효는 놓치기 쉬우므로, 피해를 인지한 후 가능한 빨리 절차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첫째, 수입업자가 폐업하거나 사라진 경우입니다. 이때는 제조물책임법 제3조 제4항에 따라 제품에 자기 상호 등을 표시하여 제조업자로 오인하게 한 자(이른바 표시 제조업자)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대형 유통 플랫폼이 자사 브랜드(PB)로 수입 제품을 판매한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둘째, 병행수입 제품의 경우입니다. 공식 수입 경로가 아닌 병행수입으로 들어온 제품이라 하더라도, 해당 제품을 수입한 업자는 제조물책임법상 수입업자로서의 책임을 부담합니다.
셋째, 배상 범위입니다. 제조물책임법에 따른 배상은 치료비, 수리비 등 직접 손해뿐 아니라, 일실이익(사고로 일을 못 한 기간의 소득 상실분), 위자료까지 포함될 수 있습니다. 다만 제조물 자체의 하자로 인한 손해(제품 가격 자체)는 제조물책임법이 아닌 민법 하자담보책임으로 청구해야 하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