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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노동 임금체불·수당·퇴직금
노동 · 임금체불·수당·퇴직금 2026.04.21 조회 24

퇴직금 분할 약정, 매달 받았어도 퇴직 시 다시 청구할 수 있을까

임호균 변호사
디센트법률사무소 · 서울특별시 강남구

핵심만 말씀드리겠습니다. 퇴직금을 매달 월급에 포함해서 지급받았더라도, 퇴직 후 다시 퇴직금 전액을 청구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퇴직금 분할 약정의 효력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의해 원칙적으로 무효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사례를 통해 그 구조를 정리합니다.

서울 강서구에서 인테리어 시공업체에 다니던 A씨(38세, 현장 시공기사)는 2019년 3월 입사 시 사업주 B씨로부터 "퇴직금을 매달 기본급에 포함하여 지급한다"는 내용의 근로계약서에 서명했습니다. 실제로 월 급여 280만 원 중 약 23만 원이 '퇴직금 분할분'이라는 명목으로 매달 지급되었고, 급여명세서에도 해당 항목이 별도 표시되었습니다. A씨는 2024년 6월 퇴직한 뒤 5년 3개월분의 퇴직금 약 1,490만 원을 청구했으나, B씨는 "이미 매달 다 줬다"며 거부했습니다.

쟁점 1 - 퇴직금 분할 약정은 유효한가

결론부터 말하면, 퇴직금 분할 약정은 원칙적으로 무효입니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8조 제2항은 퇴직급여제도를 설정한 사업장에서 퇴직금을 "퇴직 시에"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같은 법 제9조는 퇴직금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되는 것을 제한합니다. 대법원은 이를 근거로, 퇴직금을 재직 중 분할하여 미리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은 강행법규에 반하여 무효라고 일관되게 판단해 왔습니다.

무효가 되는 이유

퇴직금은 퇴직이라는 사실이 발생해야 비로소 지급의무가 생기는 '후불적 임금'입니다. 재직 중 미리 나눠 주는 것은 퇴직급여 수급권 자체를 사전에 포기시키는 결과가 되므로, 근로자 보호라는 입법 취지에 정면으로 반합니다.

따라서 A씨의 사례에서 "퇴직금을 매달 기본급에 포함 지급한다"는 계약 조항은 무효이고, A씨는 퇴직 시 다시 퇴직금 전액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쟁점 2 - 이미 받은 월 23만 원은 어떻게 처리되는가

이 부분이 실무에서 가장 빈번하게 다투어집니다. 크게 두 가지 상황으로 나뉩니다.

1. "퇴직금 명목 금액"이 기본급과 별도 항목으로 지급된 경우 - 사업주는 이미 지급한 분할분이 부당이득이라며 반환을 주장할 수 있으나, 실무에서는 해당 금액이 실질적으로 임금의 일부로 사용되었다면 반환 청구가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대법원은 "분할 지급한 금원이 퇴직금의 사전지급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근로자가 이를 생활비 등으로 소비한 이상 현존이익이 없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린 바 있습니다.
2. 기본급 자체에 퇴직금이 포함되어 구분이 불가능한 경우 - 이 경우 퇴직금 분할분 자체가 특정되지 않으므로, 사업주의 부당이득 반환 청구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A씨의 사례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급여명세서에 항목이 표시되어 있더라도, 실제 수령 총액이 동종 업종 근로자의 통상적 임금 수준이라면 법원은 '퇴직금 명목'이라는 명칭만으로 공제를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강합니다.

핵심 정리

퇴직금 분할 약정이 무효인 이상, 사업주가 매달 지급한 금액은 '임금'으로 취급될 가능성이 높고, 퇴직금은 퇴직 시 별도로 전액 지급해야 합니다.

쟁점 3 - 퇴직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은 어떻게 계산하는가

퇴직금은 퇴직일 직전 3개월간의 평균임금 x 근속연수로 계산합니다(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8조 제1항).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매달 '퇴직금 분할분'이라는 명목으로 받았던 23만 원을 평균임금 산정 기초에 포함하느냐입니다.

분할 약정이 무효로서 해당 금액이 결국 임금의 일부로 평가된다면, 이 금액은 평균임금 산정 기초인 임금 총액에 포함됩니다. A씨의 경우 월 280만 원 전액이 평균임금 산정의 기초가 되고, 이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A씨 퇴직금 계산

- 1일 평균임금: 약 93,333원 (280만 원 x 3개월 / 90일)

- 근속기간: 5년 3개월

- 퇴직금: 93,333원 x 30일 x 5.25년 = 약 14,700,000원

B씨가 "이미 지급한 퇴직금 분할분(23만 원 x 63개월 = 약 1,449만 원)을 공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더라도, 위에서 살핀 바와 같이 해당 금액이 임금으로 재평가되는 이상 공제가 인정될 가능성은 낮습니다.

실무적으로 반드시 알아야 할 사항

퇴직금 분할 약정과 관련하여 실무에서 자주 간과되는 사항을 정리합니다.

1. 퇴직금 중간정산과 분할 약정은 다릅니다. 주택구입, 6개월 이상 요양 등 법정 사유가 있으면 재직 중에도 적법하게 중간정산이 가능합니다(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시행령 제3조). 그러나 단순히 "매달 나눠서 준다"는 약정은 중간정산이 아닙니다.
2. 퇴직금 청구 시효는 3년입니다. 퇴직일로부터 3년 이내에 청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됩니다. A씨처럼 퇴직 후 바로 청구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3. 근로계약서에 서명했다는 사실 자체가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습니다. 강행법규에 반하는 약정은 근로자가 동의했더라도 무효이므로, "본인이 서명한 계약 아니냐"는 사업주의 항변은 법적으로 통하지 않습니다.
4. 증거 확보가 중요합니다. 급여명세서, 통장 입금 내역, 근로계약서 사본을 반드시 보관해 두어야 합니다. 특히 사업주가 퇴직금 분할분을 별도 항목으로 표시했는지 여부가 향후 분쟁에서 핵심 쟁점이 됩니다.

퇴직금 분할 약정 사안은 겉보기에는 단순해 보이지만, 평균임금 산정, 부당이득 반환 범위, 중간정산과의 구별 등 여러 쟁점이 얽혀 있습니다. 근로계약서에 서명했다는 이유로 청구를 포기하는 경우가 실무에서 적지 않은데, 법적으로는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는 점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임호균
임호균 변호사의 코멘트
디센트법률사무소 · 서울특별시 강남구
퇴직금 분할 약정 사건을 다루다 보면, 근로자분들 상당수가 본인이 계약서에 서명했다는 이유로 청구를 아예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강행법규 위반 약정은 서명 여부와 무관하게 무효이므로, 퇴직 후 3년 이내라면 반드시 청구를 검토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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