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이혼 분쟁의 전략 설계와 실전 해결을 돕는 소송전략가 김범수 변호사
이혼 과정에서 친권자와 양육자를 같은 사람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오해하는 분이 많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민법은 친권자와 양육자를 분리하여 지정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으며, 실무에서도 이를 활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분리 지정이 구체적으로 어떤 효과를 가지는지, 그리고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를 단계별로 정리하겠습니다.
분리 지정의 효과를 이해하려면, 먼저 친권과 양육권의 차이를 명확히 알아야 합니다.
친권이란 미성년 자녀의 법률행위 대리, 재산 관리, 교육 방법 결정 등 법적 의사결정권을 의미합니다. 민법 제909조 이하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양육권이란 자녀를 실제로 함께 생활하며 돌보는 사실상의 보호 및 양육 권한입니다. 민법 제837조에 근거합니다.
쉽게 표현하면, 친권은 '법적 결정을 내리는 권한'이고 양육권은 '아이와 함께 사는 권한'입니다. 이 둘은 통상 한 사람에게 귀속되지만, 법원이 자녀의 복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서로 다른 부모에게 분리하여 지정할 수 있습니다.
핵심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분리 지정이 이루어지면 각 권한자가 행사할 수 있는 범위가 명확하게 나뉩니다.
친권자가 행사하는 권한
양육자가 행사하는 권한
실무에서 가장 빈번하게 문제가 되는 사안은 여권 발급과 해외여행 동의입니다. 양육자가 자녀를 실제로 키우고 있어도, 여권법상 법정대리인(친권자)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친권자의 협조 없이는 여권 신청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이처럼 분리 지정은 양측의 협력을 전제로 하는 구조이므로, 갈등이 극심한 경우에는 오히려 분쟁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부부가 합의로 이혼하는 경우, 양육에 관한 협의서에 친권자와 양육자를 각각 누구로 할 것인지 명시합니다.
협의서에 '친권자: 부, 양육자: 모'처럼 분리 기재하면 됩니다. 가정법원 확인 과정에서 판사가 자녀의 복리에 반하는지를 간략히 심사합니다.
협의가 불가능하면 이혼소송을 통해 법원에 분리 지정을 청구합니다.
소장 청구취지에 "사건본인 OOO의 친권자로 원고를, 양육자로 피고를 각 지정한다"라고 기재합니다. 법원은 가사조사관 조사, 당사자 심문, 필요시 자녀 의견 청취(만 13세 이상 필수)를 거쳐 결정합니다.
이미 이혼이 완료된 후에도 사정 변경이 있으면 분리 지정 또는 변경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민법 제837조 제5항 및 제909조의2가 근거 조문입니다.
핵심은 '자녀의 복리를 위해 변경이 필요하다'는 사정 변경의 입증입니다. 단순히 상대방이 싫어서가 아니라, 양육 환경 악화, 친권 남용, 자녀의 의사 등 객관적 사유가 필요합니다.
분리 지정은 모든 상황에서 좋은 선택은 아닙니다. 실무에서 보면 다음과 같은 경우에 분리 지정이 검토됩니다.
분리 지정이 유리할 수 있는 경우
- 양측 모두 자녀 양육에 관여하고 싶은 의지가 강하고, 협력이 가능한 경우
- 한쪽은 경제적 의사결정에 강하고, 다른 쪽은 일상 돌봄에 적합한 경우
- 자녀가 복수이고, 친권과 양육을 나누어 양측 부모와의 유대를 유지하려는 경우
분리 지정을 피해야 하는 경우
- 양측의 갈등이 심해 일상적 협력조차 어려운 경우
- 가정폭력, 아동학대 이력이 있는 경우
- 친권자가 양육자의 양육을 방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법원도 이 점을 중시합니다. 분리 지정을 청구하더라도 부모 간 의사소통과 협조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법원이 한 사람에게 친권과 양육권을 모두 부여하는 경우가 실무에서 더 많습니다.
분리 지정이 확정된 후에도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첫째, 가족관계등록부 반영 확인입니다. 판결 확정 후 1개월 이내에 재판서 등본과 확정증명원을 가지고 시구청에 신고해야 합니다. 이를 누락하면 실제 권한 행사에 지장이 생깁니다.
둘째, 금융기관 및 학교 통보입니다. 자녀 명의 예금, 보험, 학교 비상연락처 등에 친권자와 양육자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려두어야 서류 처리 과정에서 혼선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셋째, 친권 남용 또는 양육 방해 시 즉시 대응입니다. 친권자가 자녀 재산을 부당하게 처분하거나 양육자가 면접교섭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는 경우, 민법 제924조에 따른 친권상실 청구 또는 이행명령 신청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이행명령 위반 시 1회당 최대 1,0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친권자와 양육자의 분리 지정은 자녀의 복리를 최우선으로 설계해야 하는 제도입니다. 양측 부모가 각자의 역할을 명확히 인식하고 협력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그 효과가 실현된다는 점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민사·이혼 분쟁의 전략 설계와 실전 해결을 돕는 소송전략가 김범수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