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삼남매 중 큰형이 아버지 명의의 예금 1억 2천만 원을 혼자 인출해 자신의 사업 자금에 사용했습니다. 동생 두 사람은 상속재산 목록을 확인하고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되었고, 큰형은 "아버지 생전에 허락받았다"며 반환을 거부했습니다.
이처럼 공동상속인 중 한 명이 상속재산을 단독으로 처분하는 사례는 실무에서 매우 자주 접하는 유형입니다. 많은 분들이 "가족 사이인데 형사 고소까지 해야 하나"라는 고민을 하시지만, 법적 절차를 정확히 알고 계셔야 이후 협상이든 소송이든 유리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상속재산 횡령에 대해 고소를 진행하는 전체 절차를 단계별로 안내드리겠습니다.
피상속인(돌아가신 분)이 사망하는 순간, 상속재산은 공동상속인 전원의 공유(준공유) 상태가 됩니다. 민법 제1006조에 따르면 상속재산은 법정상속분에 따라 공동상속인에게 귀속되며, 분할 전까지는 누구도 단독으로 처분할 권한이 없습니다.
따라서 공동상속인 한 명이 다른 상속인의 동의 없이 예금을 인출하거나, 부동산을 매각하거나, 임대 수익을 독점하는 행위는 형법 제355조 제1항의 횡령죄(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이를 횡령한 경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다만, 상대방이 "자신의 상속분만큼 가져간 것"이라고 항변하거나, 피상속인의 생전 증여를 주장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고소 전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피상속인의 재산 전체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금융감독원의 상속인 금융거래 조회 서비스(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를 활용하면, 피상속인 명의의 은행 예금, 증권, 보험 등을 일괄 조회할 수 있습니다. 부동산은 정부24에서 '토지(임야)대장' 및 '건축물대장'을 발급받아 확인합니다.
상대방이 예금을 인출한 경우, 해당 금융기관에 거래내역 열람 청구를 합니다. 공동상속인 자격으로 청구할 수 있으며, 사망일 전후의 거래내역을 확보해야 합니다. 부동산 처분의 경우 등기부등본의 소유권 이전 내역을 확인합니다.
수집해야 할 핵심 서류는 다음과 같습니다.
고소장에는 고소인(본인), 피고소인(상속재산을 횡령한 공동상속인), 범죄사실, 증거 목록을 구체적으로 기재합니다. 특히 횡령 금액, 횡령 시점, 행위의 구체적 내용을 명확히 특정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됩니다.
고소장 기재 예시 : "피고소인 OOO은 2024년 O월 O일, 피상속인 OOO 명의의 OO은행 계좌에서 현금 O천만 원을 무단 인출하여 자신의 개인 계좌로 이체하였으며, 이는 공동상속인인 고소인의 상속분을 침해하는 횡령 행위에 해당합니다."
고소장은 피고소인의 주소지 또는 범죄지(예금 인출이 이루어진 금융기관 소재지) 관할 경찰서에 제출합니다. 방문 접수가 원칙이며, 우편 접수도 가능합니다. 접수 시 접수증과 사건번호를 반드시 받아 두어야 합니다.
고소가 접수되면 담당 수사관이 배정됩니다. 고소인 조사(진술), 피고소인 소환 조사, 금융기관 거래내역 압수수색 등의 절차가 이어집니다. 이 단계에서 담당 수사관과 긴밀히 소통하며, 추가 증거를 적시에 제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무에서 보면, 상속 횡령 사건은 가족 간 분쟁이라는 이유로 수사가 지연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변호사를 통해 수사 촉구 의견서를 제출하면 진행이 빨라질 수 있습니다.
경찰 수사가 완료되면 사건은 관할 검찰청으로 송치됩니다. 검사는 증거를 검토한 후 기소(정식 재판), 약식기소(벌금), 불기소(혐의없음, 기소유예 등) 중 하나를 결정합니다. 횡령 금액이 5천만 원 이상인 경우 특정경제범죄법이 적용되어 형량이 가중될 수 있습니다.
형사 고소만으로는 횡령된 재산을 돌려받을 수 없습니다. 실제로 금전적 회복을 위해서는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 또는 상속재산 분할 심판을 민사적으로 병행해야 합니다.
형사 처벌이 확정되면 민사소송에서 상대방의 항변이 상당 부분 차단되므로, 형사와 민사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전략입니다.
전체 절차에 소요되는 기간은 사안의 복잡성과 횡령 금액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고소 접수부터 1심 판결까지 대략 8개월에서 1년 6개월 정도가 소요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상속재산 횡령 사건은 가족 간 분쟁이라는 특수성이 있어, 고소에 앞서 다음 사항을 반드시 점검해야 합니다.
상속재산을 둘러싼 횡령 분쟁은 시간이 지날수록 증거가 사라지고, 횡령된 재산이 소비되어 회복이 어려워집니다. 가족 사이의 문제라 하더라도, 법적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사실관계를 파악한 즉시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