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프랜차이즈 가맹 계약을 맺었던 40대 C씨는 사정이 생겨 중도에 계약을 해지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본사 측에서 "위약금 3,000만 원"을 청구하면서 동시에 "손해배상도 별도로 받겠다"고 통보했습니다. C씨는 혼란스러웠습니다. 위약금을 냈는데 손해배상까지 또 내야 하는 건지, 도대체 계약서에 적힌 그 금액이 위약벌인지 손해배상 예정액인지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계약서에 "위약금"이라고만 적혀 있을 때, 그것이 위약벌인지 손해배상 예정액인지를 정확히 구별하지 못하면 수천만 원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 아래 7가지를 반드시 확인하세요.
먼저 두 개념을 간단히 정리하겠습니다. 손해배상 예정액이란 계약 불이행 시 실제 손해를 일일이 입증하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미리 배상액을 정해 놓은 것입니다. 이 금액을 지급하면 별도의 손해배상 청구는 할 수 없습니다(민법 제398조 제1항). 반면 위약벌은 일종의 "계약 위반에 대한 벌금"입니다. 위약벌을 지급하더라도 상대방은 실제 발생한 손해에 대해 따로 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차이 때문에 C씨처럼 이중 부담을 질 수 있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분쟁은 계약서에 단순히 "위약금"이라고만 적혀 있어서 발생합니다. 판례는 당사자의 의사가 불분명할 때 손해배상 예정액으로 추정하는 경향이 있지만, 약정 내용에 따라 위약벌로 판단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반드시 계약서에 "본 조항의 위약금은 손해배상 예정액(또는 위약벌)으로 한다"는 문구를 명시하세요.
손해배상 예정액의 경우, 법원은 부당히 과다하다고 인정되면 직권으로 감액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398조 제2항). 실무적으로 계약금액의 10~20% 수준이 일반적이며, 30%를 넘어가면 감액 대상이 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위약벌도 민법 제103조(선량한 풍속 위반)를 근거로 과도한 경우 일부 무효 처리될 수 있습니다.
계약서 어딘가에 "위약금 외에 실손해가 있을 경우 별도로 청구할 수 있다"는 문구가 있다면, 그 위약금은 위약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한 줄의 유무가 수천만 원의 추가 부담을 결정합니다. 서명 전 반드시 전체 조항을 꼼꼼히 읽어야 합니다.
"계약 위반 시"라는 포괄적 표현만으로는 경미한 의무 위반에도 고액의 위약금이 청구될 수 있습니다. 어떤 의무 위반에 대해, 어느 수준의 위약금이 부과되는지 단계별로 명시되어 있는 계약서가 안전합니다. 예를 들어 "납품 지연 1일당 계약금액의 0.1%", "일방적 해지 시 계약금액의 10%"처럼 구체적으로 기재하는 것이 좋습니다.
계약 불이행이 한쪽의 잘못만으로 발생하는 경우는 의외로 드뭅니다. 쌍방에 귀책사유가 있을 때 위약금을 어떻게 분담할지 약정이 없으면 분쟁이 장기화됩니다. "쌍방 과실 시 과실 비율에 따라 위약금을 조정한다"는 조항의 삽입을 검토해 보세요.
부동산 매매에서 흔히 접하는 상황입니다. "계약금을 위약금으로 한다"는 약정이 있으면, 매수인이 해제할 때 계약금을 포기하고 매도인이 해제할 때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는 구조(민법 제565조)가 됩니다. 이때 이 금액이 손해배상 예정액인지 위약벌인지에 따라 추가 손해배상 가능 여부가 달라지므로, 계약금 조항과 위약금 조항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위약금 관련 분쟁은 결국 법원의 판단에 맡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속관할 합의, 중재 조항, 조정 전치 조항 등이 계약서에 포함되어 있는지 확인하세요. 관할법원이 상대방 소재지로만 지정되어 있으면 소송 비용과 시간에서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실무 현장에서 보면, 법원이 두 가지를 구별할 때 가장 중시하는 것은 당사자의 의사입니다. 계약서의 문언, 계약 체결 경위, 거래 관행, 위약금 액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다만 의사가 불분명하면 손해배상 예정액으로 추정하는 것이 판례의 일관된 태도입니다.
앞서 소개한 C씨의 사연으로 돌아가 보면, 만약 C씨가 계약 전에 위 7가지를 꼼꼼히 확인했더라면 3,000만 원의 위약금 성격을 미리 파악하고 협상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계약서의 "위약금" 세 글자가 품고 있는 법적 의미는, 생각보다 훨씬 무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