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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노동 해고·징계·권고사직
노동 · 해고·징계·권고사직 2026.04.29 조회 61

해고 절차 위반, 사후에 하자를 치유할 수 있을까

박동진 변호사
법률사무소 동진 · 경기도 안산시

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15년 넘게 한 중견 제조업체에서 근무하던 한 직원이 어느 날 갑자기 인사팀으로 호출을 받았습니다. 짧은 면담 끝에 전달받은 것은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통지"였습니다. 문제는 그 통지가 구두로만 이루어졌다는 점, 그리고 해고 사유와 해고 시기가 기재된 서면이 전혀 교부되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직원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고, 회사 측은 뒤늦게 해고 통지서를 작성하여 발송했습니다. "절차적 하자가 있었지만, 이미 서면을 보냈으니 치유되지 않았느냐"는 것이 회사의 주장이었습니다. 이처럼 해고 절차를 위반한 뒤 사후적으로 보완하면 그 하자가 치유될 수 있는지의 문제는 노동 분쟁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쟁점입니다.

해고 절차 규정, 왜 엄격한가

근로기준법 제27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 사유와 해고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한 해고는 효력이 없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같은 법 제26조는 해고 30일 전에 예고를 하거나,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절차 규정이 엄격하게 적용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근로자에게 해고 사유를 구체적으로 알려야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고, 충분한 예고 기간을 부여해야 생계 대비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대법원도 일관되게 서면 통지 의무를 강행규정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서면 해고 통지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사항

- 해고 사유: 단순히 "근무태도 불량" 등 추상적 기재가 아닌, 구체적 사실관계 기재 필요

- 해고 시기: "언제부터" 근로관계가 종료되는지 명확한 날짜

- 서면 형식: 반드시 문서(종이 또는 전자문서)로 교부

하자 치유가 인정되는 경우와 인정되지 않는 경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해고 절차의 핵심 요건인 서면 통지 의무 위반은 사후적 치유가 원칙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이 부분이 실무에서 많은 사용자들이 오해하는 지점입니다.

대법원은 "근로기준법 제27조의 서면 통지 의무는 해고의 존부 자체를 서면이라는 형식에 의하여 명확하게 하려는 취지이므로, 사후에 서면을 교부하였다 하더라도 이미 서면에 의하지 아니한 해고로서 그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시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다만, 모든 절차적 하자가 동일하게 취급되는 것은 아닙니다. 유형별로 살펴보겠습니다.

1
서면 통지 자체가 누락된 경우 - 구두로만 해고를 통보한 경우, 사후에 서면을 보내더라도 치유 불가. 해고 자체가 무효입니다.
2
서면 통지는 했으나 해고 사유가 불충분한 경우 - 기재된 사유가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 근로자가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는 수준이면 서면 통지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다만 핵심 사유가 기재되어 있고 부수적 사유만 누락된 정도라면 유효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3
해고 예고 기간 미준수 - 30일 전 예고 없이 즉시 해고한 경우, 해고예고수당(30일분 이상 통상임금)을 사후에 지급하면 절차적 하자가 보완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서면 통지와는 별개의 요건입니다.
4
징계위원회 절차 미이행 -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징계위원회 개최, 근로자 소명 기회 부여 등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거치지 않은 경우, 해당 절차를 사후에 진행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치유가 인정되지 않습니다.

하자 치유 불인정의 실무적 의미

실무에서 이 원칙이 갖는 의미는 상당합니다. 해고의 실체적 사유가 충분히 존재하더라도, 절차를 위반한 것만으로 해고 전체가 무효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금품 횡령이 명백하여 징계해고 사유가 충분한 경우라 하더라도, 서면 통지를 하지 않았다면 그 해고는 무효입니다. 사용자는 원직복직과 해고 기간 동안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해야 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부당해고 구제신청 사건에서 근로자 측은 실체적 사유를 다투기에 앞서 절차적 하자를 우선적으로 주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절차 위반이 인정되면 실체 판단에 나아갈 필요 없이 해고 무효 결론이 도출되기 때문입니다.

사용자의 재해고와 그 한계

그렇다면 사용자가 절차적 하자가 있는 해고를 철회하고, 이번에는 적법한 절차를 밟아 다시 해고(이른바 "재해고")하는 것은 가능할까요?

원칙적으로 재해고 자체는 금지되지 않습니다. 다만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적법한 재해고의 요건

- 기존 해고를 명시적으로 철회하고, 근로관계가 존속하는 상태에서 새로운 해고 의사표시를 할 것

- 새로운 해고에서 서면 통지, 해고 예고, 징계위원회 등 모든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이행할 것

- 구제신청이 계속 중이라면, 기존 해고 철회 사실과 새 해고의 관계를 명확히 할 것

다만 재해고가 이루어지더라도 근로자는 새 해고에 대하여 다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수 있으므로, 사용자 입장에서 재해고가 분쟁을 종결시키는 수단이 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반복적 해고 시도는 노동위원회 심판에서 사용자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최근 실무 동향과 시사점

최근 노동위원회와 법원의 판단을 살펴보면, 절차적 요건에 대한 심사가 더욱 엄격해지는 추세입니다. 과거에는 서면에 해고 사유가 다소 포괄적으로 기재되어도 유효로 인정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근로자가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를 문제 삼는 것인지 특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준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또한 전자문서에 의한 통지도 서면 통지로 인정될 수 있으나,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의 경우 "근로자에게 도달하였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단순히 발송한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실제 수신 확인이 중요합니다.

결국 해고 절차의 하자는 사후적으로 메우기 어렵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사용자라면 해고를 결정하기 전에 절차적 요건을 빠짐없이 점검해야 하고, 근로자라면 해고 통보를 받았을 때 서면 교부 여부, 기재 내용의 구체성, 예고 기간 준수 여부를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분쟁 대응의 출발점이 됩니다.

박동진
박동진 변호사의 코멘트
법률사무소 동진 · 경기도 안산시
해고 사건을 다루다 보면, 해고 사유 자체는 충분함에도 절차 하자 하나로 무효 판정을 받는 경우를 자주 접합니다. 서면 통지 누락은 사후 보완이 거의 불가능하므로, 사용자는 사전 점검이, 근로자는 통지 서면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해고를 둘러싼 다툼이 있다면 초기 단계에서 전문가의 조력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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