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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계약 · 계약서 작성·검토 2026.05.05 조회 42

장기공급 계약서 가격 조정 조항, 어떻게 넣어야 분쟁을 막을까

김
김윤미 변호사

핵심만 말씀드리겠습니다. 1년 이상 원자재를 공급하거나 납품받는 장기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가격 조정 조항을 빠뜨리면, 원가 변동 시 계약 자체가 독이 됩니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도 납품가를 올릴 근거가 없고, 반대로 급락해도 수급 측이 인하를 요구할 법적 수단이 없기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장기공급 계약에는 반드시 (1) 가격 조정 트리거(발동 요건), (2) 산정 기준, (3) 조정 절차와 불합의 시 해결 방법, 이 세 가지를 계약서에 명시해야 합니다. 하나라도 빠지면 분쟁 리스크가 급격히 올라갑니다.

가격 조정 조항이 없으면 법적으로 어떻게 되는가

계약서에 가격 조정 근거가 전혀 없는 경우, 원칙적으로 계약 자유의 원칙에 따라 최초 합의한 단가가 계약 종료 시까지 유지됩니다. 상대방이 거부하면 일방적 가격 변경은 불가능합니다.

민법 제544조의 채무불이행 해제 규정이나 사정변경의 원칙(신의칙)을 근거로 다투는 방법이 있긴 합니다. 그러나 법원에서 사정변경의 원칙이 인정되는 경우는 극히 제한적입니다. 통상적인 시장 가격 변동 수준으로는 받아들여지기 어렵고, 계약 당시 전혀 예견할 수 없었던 현저한 사정 변경이 입증되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계약서에 가격 조정 조항을 넣어두지 않으면 법적으로 구제받을 길이 사실상 매우 좁습니다.

가격 조정 조항에 반드시 포함해야 할 3가지 요소

1
트리거(발동 요건) 가격 조정이 발동되는 조건을 수치로 명확히 정해야 합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방식은 "주요 원자재 가격이 직전 조정 시점 대비 5% 이상 변동한 경우" 또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대비 3% 이상 상승한 경우" 등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기준 지표(한국은행 생산자물가지수, 특정 원자재 시세 등)를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특정하는 것입니다. "시장가격 변동 시"처럼 모호한 표현은 분쟁의 씨앗이 됩니다.
2
산정 기준과 조정 폭 트리거가 발동되면 얼마나 조정할 것인지 산정 공식을 정해야 합니다. 실무에서 많이 사용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에스컬레이션 공식(Escalation Formula): 원자재비, 인건비, 운송비 등 원가 항목별 비중을 정하고, 각 항목의 지수 변동률을 가중평균하여 조정 단가를 산출합니다. 예를 들어 "조정가 = 기준가 x (원자재비율 x 원자재지수변동률 + 인건비율 x 임금지수변동률 + 고정비율)" 형태입니다. 가장 객관적이고 분쟁이 적습니다.

상한·하한 캡(Cap & Floor): 에스컬레이션 공식에 연간 조정 상한(예: +8%)과 하한(예: -5%)을 설정합니다. 양쪽 모두에 급격한 충격을 완화하는 장치입니다. 실무에서는 조정 빈도와 캡을 함께 설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3
조정 절차와 불합의 시 처리 조정 요청 통지 기한(예: 분기 종료 30일 전 서면 통지), 협의 기간(예: 통지 후 30일 이내 합의), 불합의 시 해결 방법(독립 감정, 중재, 소송 등)을 반드시 정해야 합니다. 이 부분이 빠져 있으면 일방이 협의를 무한정 지연시킬 수 있고, 실제로 이런 사례가 빈번합니다.

실무에서 자주 발생하는 실수 4가지

첫째, 조정 주기를 정하지 않는 경우. "필요 시 협의한다"는 문구만 넣으면 결국 양측 모두 조정 시점을 특정할 수 없습니다. 반기 1회 또는 분기 1회 등 구체적 주기를 명시해야 합니다.

둘째, 소급 적용 여부를 빠뜨리는 경우. 가격 조정이 합의된 시점부터인지, 트리거 발동 시점까지 소급되는지를 정하지 않으면 수천만 원 단위 차이가 발생합니다.

셋째, 일방에게만 조정 청구권을 부여하는 경우. 공급자만 인상 청구가 가능하고 수급자의 인하 청구 근거가 없으면, 수급자 입장에서는 불공정 계약으로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양방향 조정이 원칙입니다.

넷째, 해지권과의 연계를 고려하지 않는 경우. 가격 조정 불합의 상태가 일정 기간 이상 계속되면 어떻게 할 것인지 규정이 없으면, 불합의 상태에서 납품을 계속해야 하는지 여부를 두고 다시 분쟁이 생깁니다. "조정 불합의 상태가 60일 이상 지속되면 양 당사자는 서면 통지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식의 조항이 필요합니다.

예외 상황: 하도급 거래라면 법이 직접 개입한다

하도급거래에서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 제16조의2가 적용됩니다. 원사업자가 제조 원가에 영향을 미치는 원재료 가격 등의 변동이 있을 때 하도급 대금 조정을 위한 협의에 성실하게 응해야 할 의무가 있고, 정당한 사유 없이 협의를 거부하거나 지연하면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조치 대상이 됩니다.

따라서 하도급 관계라면 계약서 조항 유무와 관계없이 법률상 조정 청구권이 인정되지만, 구체적 산정 기준은 계약서에 정해두는 것이 실무상 훨씬 유리합니다.


핵심 정리

1. 장기공급 계약서에 가격 조정 조항이 없으면 사정변경 원칙만으로는 가격 변경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2. 트리거 요건(기준 지표 + 변동률), 산정 공식(에스컬레이션 + 캡), 절차(통지 기한 + 협의 기간 + 불합의 시 처리)를 반드시 명시하십시오.

3. 조정 주기, 소급 적용, 양방향 청구, 해지권 연계까지 챙겨야 실전에서 작동하는 조항이 됩니다.

4. 하도급 거래라면 하도급법 제16조의2에 따른 조정 청구가 별도로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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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미 변호사의 코멘트
장기공급 계약 분쟁을 다루면서 보면, 가격 조정 조항이 있어도 트리거 기준이 모호하거나 불합의 시 처리 규정이 빠져 있어서 결국 소송으로 가는 경우가 상당합니다. 계약 체결 단계에서 조정 공식과 절차를 구체적으로 설계하는 것이 수억 원의 분쟁 비용을 절약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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