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전문, 민사전문 변호사입니다
가족을 갑작스럽게 떠나보내신 유족분들께서, 슬픔을 추스를 새도 없이 보험사로부터 합의 제안을 받게 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음이 무너진 상태에서 숫자가 적힌 종이를 마주하시면, 이 금액이 적정한 것인지조차 가늠하기 어려우실 겁니다. 교통사고 사망사고에서의 유족 합의금은 단순히 보험사가 제시하는 금액을 받아들이는 절차가 아니라, 망인의 일실수입과 위자료, 장례비 등 여러 항목을 정확히 계산해 청구해야 하는 법적 문제입니다. 합의서에 서명하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셔야 할 항목들을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가장 먼저 짚어드리고 싶은 부분입니다. 형사합의금은 가해자가 형사처벌을 감경받기 위해 유족에게 지급하는 돈이고, 민사합의금은 보험사가 손해배상으로 지급하는 돈입니다. 두 금액은 별개이며, 실무에서는 사망사고 형사합의금이 통상 3,000만원에서 1억원 사이에서 형성됩니다. 보험사 직원이 "합의가 끝났다"고 말하더라도 그것이 어느 쪽 합의인지 반드시 확인하셔야 합니다.
유족 합의금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이 일실수입입니다. 망인이 사고로 사망하지 않았다면 정년(보통 65세, 직종에 따라 70세까지)까지 벌어들였을 소득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금액이지요. 직장인이라면 급여명세서, 자영업자라면 종합소득세 신고내역, 무직자라도 도시일용노임 단가가 적용됩니다. 보험사가 제시하는 첫 금액은 통상 이 일실수입을 보수적으로 잡은 경우가 많습니다.
법원 실무상 사망사고의 위자료는 통상 망인 본인 위자료 8,000만원에서 1억원 수준으로 인정되며, 여기에 배우자, 부모, 자녀 등 유족 고유의 위자료가 별도로 더해집니다. 보험사 약관기준 위자료는 법원 기준보다 낮은 경우가 많아, 약관기준만 보고 합의하시면 받으실 수 있는 금액보다 적게 받으실 가능성이 있습니다.
보험사는 망인에게도 일정 과실이 있다고 주장하며 합의금에서 그 비율만큼을 깎습니다. 그런데 사고 현장 상황, 블랙박스 영상, CCTV, 도로교통법상 통행 우선권 등을 다시 따져보면 보험사가 제시한 과실비율이 부당하게 높은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과실비율 10%만 다투어도 수천만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해 주세요.
장례비는 통상 500만원 한도에서 인정되고 있고, 그 외에도 사고 직후 응급실 치료비, 장지 비용 영수증, 망인의 휴대폰·차량 등 사고 당시 손괴된 소지품 비용 등도 손해배상 항목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영수증과 증빙은 사소해 보여도 모두 모아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가해자가 음주,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무면허, 횡단보도 위반 등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12대 중과실에 해당한다면 형사합의의 무게가 훨씬 커집니다. 이 경우 형사합의금이 일반 사고보다 상향되는 경향이 있으며, 합의 여부에 따라 가해자의 형량이 크게 달라지므로 협상력 측면에서도 유족 측에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합의서에 "일체의 민·형사상 청구권을 포기한다"는 문구가 들어가면, 이후에 추가로 발견된 손해나 새로운 청구가 모두 봉쇄될 수 있습니다. 형사합의서에는 "형사처벌에 한정한다"는 단서를 넣고, 민사합의는 별도로 진행하시는 것이 일반적인 실무 처리 방식입니다.
보험사는 사건 초기, 유족이 슬픔에 잠겨 있을 때 가장 낮은 금액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간이 지나 형사재판이 진행되고 일실수입 자료가 정리되면 합의 가능 금액이 올라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서두르지 마시고, 충분한 자료를 갖춘 뒤 협상에 임하시는 것이 유족이 받으실 수 있는 정당한 배상을 확보하는 길입니다.
가족을 잃은 슬픔 속에서 합의금을 따져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 번 도장을 찍으신 합의서는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위 일곱 가지 항목을 차분히 점검하시고, 망인의 마지막을 떳떳하게 정리해 드릴 수 있는 정당한 배상을 받으시기를 바랍니다.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전문, 민사전문 변호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