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이혼 분쟁의 전략 설계와 실전 해결을 돕는 소송전략가 김범수 변호사
온라인상의 허위사실 유포 사건을 고소하기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핵심 요건이 있습니다. 바로 공연성입니다. 오늘은 명예훼손죄 성립의 출발점인 공연성 판단 기준에 대해 체계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실제 상담 현장에서 보면, 분명히 모욕적인 말을 들었거나 거짓 소문에 시달렸음에도 공연성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처벌이 어려운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형법 제307조의 명예훼손죄는 공연히 사실 또는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처벌합니다. 여기서 '공연히'를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사건의 성패를 좌우합니다. 고소를 준비하시는 분이라면 아래 7가지 체크리스트를 차례로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첫째, 공연성의 기본 판단 기준은 전파가능성 이론입니다. 단 한 사람에게 말했더라도 그 말이 불특정 또는 다수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이 인정됩니다. 따라서 청취자의 수 자체보다, 그 사람이 입을 옮길 만한 위치에 있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둘째, 발언 상대방이 피해자의 가족이나 절친한 친구, 변호사 등 비밀유지의무가 있거나 누설하지 않을 것이 합리적으로 기대되는 관계라면 전파가능성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반면 단순한 직장 동료나 동네 지인 정도라면 전파가능성이 인정될 여지가 큽니다.
셋째, 발언이 이루어진 환경을 점검해야 합니다. SNS, 단톡방, 인터넷 카페, 블로그 댓글 등 온라인 공간은 게시 즉시 다수에게 노출되거나 캡처·공유가 쉬워 공연성이 폭넓게 인정됩니다. 반면 1대 1 비공개 메시지나 폐쇄된 공간에서의 대화는 별도 검토가 필요합니다.
넷째,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는 부분입니다. 1대 1 카카오톡이나 DM이라도 그 내용을 들은 사람이 다른 이들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부부 사이, 가족 사이의 사적 대화처럼 전파를 기대하기 어려운 관계라면 부정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섯째, 공연성과 함께 반드시 갖춰야 할 요건이 피해자 특정입니다. 실명이 아니더라도 이니셜, 직장, 직책, 외모 묘사 등을 통해 주변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다면 특정이 인정됩니다. 반면 누구를 가리키는지 전혀 알 수 없는 표현이라면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여섯째, 공연성이 인정되더라도 그 내용이 구체적 사실의 적시여야 합니다. 단순히 "성격이 나쁘다", "이상하다"와 같은 가치판단이나 추상적 평가는 사실 적시가 아니어서 명예훼손이 아닌 모욕죄(형법 제311조) 성부를 따져야 합니다. 허위사실 유포라면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도 함께 입증되어야 합니다.
일곱째, 공연성을 입증할 객관적 자료가 필요합니다. 게시글·댓글의 화면 캡처(작성 시간, URL이 보이도록), 단톡방 대화 원본, 발언을 들은 제3자의 진술서, 음성 녹음 파일 등을 시간순으로 정리해 두시기 바랍니다. 온라인 게시물은 삭제될 수 있으므로 인지한 즉시 캡처해 두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참고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의 사이버명예훼손은 일반 명예훼손보다 법정형이 높고(허위사실의 경우 7년 이하 징역), '비방의 목적'이라는 추가 요건을 요구합니다. 온라인 사건이라면 어느 조항이 적용될지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이상의 7가지 항목을 모두 확인하셨다면 고소장 작성 단계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명예훼손 사건은 공연성과 사실 적시, 피해자 특정이라는 세 축이 맞물려야 처벌로 이어지므로, 어느 하나라도 약하면 무혐의 처분이 나기 쉽습니다. 따라서 고소 전 자신의 사안이 어느 단계에서 약점을 가지는지 객관적으로 점검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민사·이혼 분쟁의 전략 설계와 실전 해결을 돕는 소송전략가 김범수 변호사